검찰, MB 턱밑까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에 이어 이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일가, 측근들의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적 농단 의혹은 일파만파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이 전 대통령이 이번 수사의 정점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
MB의 두 형님, 조카, 그리고 부인에 아들까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22일 국정원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인 이상득 전 의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검찰은 주식회사 다스 비자금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첫째 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 이동형(MB의 조카) 씨를 압수수색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최근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다.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관련해 입을 열었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했던 전직 청와대 행정관 A 씨를 불러 김 전 부속실장과 대질신문을 벌였다.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받은 10만 달러를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부속실장은 지난 19일 언론에 "김윤옥 여사 지근거리에서 근무하는 여성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에서 A 씨는 일부는 시인하고 일부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씨가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검찰은 최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과거 '내곡동 특검'이 밝혀내지 못했던 석연치 않은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뇌물 수수 사건과 '판박이'로 진행되는 MB 주변 수사
이상득 전 의원의 혐의는 최근 박근혜 정권 실세 최경환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례와 유사해 보인다. 이 전 의원은 MB정부 시절 '상황'으로 불렸던 막강한 실세였다. 최경환, 이상득 모두 국회에 적을 둔 정권 실세로서 전방위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사들이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의 오랜 측근이었던 김주성 씨가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전 의원의 '코오롱 인맥'으로 측근 중의 측근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특활비를 상납한 인사도 국정원 기조실장을 지낸 이승헌 씨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조실장이 원래 정무적인 자리, 즉 청와대나 실세들의 지시에 따르는 자리"라고 했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의혹 역시 박근혜 정권 특활비 상납 사례와 비슷한 셈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이 전 의원의 정치활동 자금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압수물 분석을 하는 한편 곧 이 전 의원을 소환해 직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전 의원에 국정원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 것은, 원세훈 전 원장의 국정원 특활비 사적 유용 혐의에 대한 수사에서 촉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는 최경환 의원,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에서 촉발됐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악용해 쌈짓돈처럼 활용한 과거 적폐가 고구마줄기 나오듯 하는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집사'들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조사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의 '문고리 3인방' 처럼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던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다.
이명박 일가와 측근의 '미스테리 현금 뭉치'들, 규명될 수 있을까?
이번 수사들이 이 전 대통령 일가와 측근의 '수상쩍은 자금 출처'들에 대한 규명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과거 이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가 있을 때마다 '장롱속 7억 원'이나 '베란다 6억 원' 등 정체 불명의 돈다발이 튀어 나왔었는데, 이같은 자금들의 출처에 대해서도 검찰은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MB정권 말기, 이상득 전 의원 보좌관의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 전 의원 비서 계좌에서 7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된 적이 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이 돈을 두고 '안방 장롱 속에 보관했던 돈'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자금 출처가 규명되지는 못했다. '장롱 속 7억 원'은 일반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해명이었다.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특검 당시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 씨는 사저 매입금 12억 원 중 소명되지 않은 6억 원을 이 전 대통령의 큰 형인 이상은 회장에게 빌렸다고 밝혔다. 시형 씨는 관련해 특검에 "(이상은 회장 자택) 베란다에 있는 현금 6억 원을 받아 보스턴 가방과 노트북 가방, 여행용 가방 3개로 들고 청와대 붙박이 장에 넣어두고 청와대 행정관에게 이야기했다"며 "(이상은 회장에게) 차용증도 써 줬다"고 했다. 그러나 차용증은 제출되지 않았다. '베란다 6억 원'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최근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사례도 매우 흥미롭다. 원 전 원장의 자녀가 강남에 10억 원대 아파트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현금 수억 원을 들고 와 계수기까지 동원해 돈을 세 지불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현금 다발로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 전 대통령 일가나 측근 비리 의혹 때마다 나왔던 '현금 뭉치'들의 진짜 출처는 어디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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