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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천사요정 2020. 11. 2. 01:48

[기고]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라임-옵티머스

 

이번에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의원 등 정의당 의원들도 멋진 활약을 보였지만, 윤미향 의원 또한 그 못지않게 많은 기여를 했다. 불안정, 비정규, 여성,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인권, 환경보호와 생태보존의 문제 등에서 치열하게 많은 지적과 제안들을 했다. 그러나 이미 보수언론과 정치검찰에 의해서 부정적 낙인이 찍힌 윤미향 의원의 활동은 주요언론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한번 형성된 낙인과 편견이 얼마나 지독하고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거기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대다수 언론이 주목하고 띄워준 것은 단연 윤석열이었다. 윤석열이 보인 마치 깡패 패거리 두목같은 거들먹거리는 태도에 언론은 열광했다. 품위나 예의라고는 찾기 어려운 윤석열의 마초적 태도에 대한 언론의 호의적 태도는 여성인 추미애의 순순하지 않은 태도에 툭하면 ‘버럭’, ‘오만’을 운운하며 공격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개혁의 문제를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프레임화해서 외면과 짜증을 유도하는 것도 언론의 방식이었다.

▲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월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라임 김봉현의 폭로가 이어지는 지금, 윤석열과 조중동, 국민의힘, 진중권 씨 등은 모두 ‘검찰을 못믿고 사기꾼을 믿느냐’고 묻는다. 답은 단호하고 명백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 군부 일당독재 시절에 김기춘이 고문수사와 간첩조작, 인권유린을 하면서 그 뿌리와 뼈대를 만든 게 지금의 검찰이다.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만든 범인이 바로 검찰이다. 용산참사 사건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게 바로 검찰이다. 서울시 간첩조작 사건의 범인도 검찰이다.

내란음모 사건 조작에 함께하고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을 주도한 게 바로 검찰이다. 검찰과 그 수뇌부는 이런 역사를 한 번도 제대로 인정하거나 반성하거나 청산한 적이 없다. 심지어 일부 좌파와 진보지식인들까지 포함해서 이런 검찰과 윤석열을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전혀 공감할 수가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런 검찰의 지독한 뒤틀린 역사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별로 나오지 않은 것에도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보수기득권 세력의 핵심축인 검찰이 자유주의 야당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저지른 조작과 탄압에 대한 지적들은 있었다. 그것도 검찰의 중요한 범죄 중의 일부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김봉현의 편지에 신뢰가 가는 것은 그런 측면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는 사람잡을 때 눈도 안감기고 산채로 포를 뜬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잡아다가도 탈탈 털어 쳐넣어 버릴 수 있다”, “내가 전직 대통령도 뛰어 내리게 만들었다”... 검사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하며 으스댔다는 말을 안 믿기는 어렵다.

그 외에도 김봉현이 지적한 것들 - 검사출신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이 짜맞추기 수사를 하면서 피의자들이 말을 맞추도록 해주더라, 검찰이 프레임을 짜고 정보를 흘리면 언론은 검증하지도 않고 단독보도와 집중포화를 퍼붓더라, 검찰이 누구는 무혐의 처리해주고 누구는 먼저털이와 별건수사로 집어 넣더라 - 대부분은 우리가 이미 알던 검찰, 언론의 문제들과 일치한다.

▲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전주(錢主)이자 정관계 로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

 

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4월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감찰과 수사로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 이런 내용들 중에 특히 검찰의 대담함에 혀를 차게 되는 것은 압수수색 정보도 미리 알려줘서 대비시켰다는 이야기와 심지어 라임 김봉현과 이종필의 도피를 검찰이 도왔다는 대목이 있다. 검찰이 펀드사기 주범들의 도피를 돕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체포해서 사건을 조작한다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펀드사기 사건들은 단지 정치검찰의 실체라는 측면을 넘어서 분석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와 금융, 한국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 국가와 자본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자본주의적 축적과 확대재생산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금융은 축적의 추진력이면서 불안정과 위기를 증폭시키는 구실도 한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금융의 이런 투기적 성격은 더욱 강화됐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이것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IMF 금융위기 때였다. 국제 금융자본의 요구에 따른 IMF 구조조정은 역설적으로 이런 불안정성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역대 정부는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규제완화를 확대해 왔다. 특히 자본주의는 이윤율 저하 속에서 생산적 투자가 부진할 때 가공자본에 대한 투자와 투기를 통해서 거품을 형성하면서 탈출구를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결국 거품은 꺼지거나 터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좀 더 일반적인 구조와 흐름은 이런 것이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투기적 이윤을 추구하는 금융자본가(투기꾼)들의 요구가 커진다. 친시장 언론과 이데올로그들이 ‘자유로운 시장과 투자를 위한 규제완화’의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와 자본의 유착 속에서 금융관료들은 투자와 감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행정사법관료들은 금융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에서 법망을 빠져나갈 기술과 구멍을 만들어 준다.

이런 바람잡이 속에 금융시장에 많은 돈이 몰리며 투기판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자본가(투기꾼)들의 뒤를 봐준 고위관료들은 퇴직한 후에 회전문처럼 금융회사의 고문과 사회이사, 대형로펌의 전관변호사로 들어가 거액의 연봉을 챙기고 또다시 현직 관료들과 자본가들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된다. 이들 모두가 사이좋게 배분하는 투기적 이득은 바로 퇴직금이나 평생 모은 몫돈을 날린 개미투자자들의 희생 속에 만들어진다.

오늘날 줄줄이 터져나오는 펀드사기들의 출발점인 2014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사모펀드 규제완화도 그런 맥락 속에서 봐야 한다. 이것을 주도한 것이 금융위 모피아들이었고, ‘모피아의 대부’로 악명높은 전 부총리 이헌재가 옵티머스의 고문으로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런 펀드들을 ‘저금리 시대에 첨단금융상품’이라며 광고해 준 것이 바로 주류언론이었다. 옵티머스에 대한 수사의뢰에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게 중앙지검(당시 윤석열 지검장)이었고, 옵티머스의 변호사는 윤석열의 측근이던 이규철이었다. 남부지검장도 이런 펀드들을 수사하다가 나중에 관련 회사의 변호사로 갔다.

▲ 2011년 4월20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부실화 원인규명 및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에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뉴스타파>, 등은 검찰 특수통(특히 금융범죄조사부)이 금융사기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보다는 오히려 큰손, 현관, 전관들이 얽히고 설켜 뇌물, 향응, 청탁을 주고받는 금융사기의 온상이 돼 왔다는 것을 심층취재해서 보도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 모든 범죄의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들을 처벌하고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적 약탈로 이어지기 쉬운 ‘자유로운’ 시장과 투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기관들의 공공적 소유와 통제, 투기적 이윤에 대한 강력한 과세를 추진해야 한다.

저금리와 저성장 시대에도 ‘영끌’을 통한 갭투자나 ‘동학개미 운동’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와 복지를 통해서 얼마든지 인간다운 삶과 노후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만들어내야 한다.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아니라 연대와 공존이 필요하다는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만약, 그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치적 대안과 요구, 투쟁이 건설된다면, 주식 양도세 기준 3억원에 반대하는 청원서명이 20만명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로 전환을 위한 집단적 행동에 수십만이 함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