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부동산

한 달 만에 4억 '뚝'…속 타는 강남 아파트 집주인들

천사요정 2020. 11. 8. 22:25

보유세 급등 예고에…
강남 아파트 매물, 하나둘씩 쌓인다

압구정 신현대 12차 전용 110㎡, 한 달 만에 4억 '뚝'
공시가격 인상 방침에 강남 집주인 '발등에 불'
일각에선 "양도세 부담에 매매보단 증여 선택할 듯"

서울 성동구 응봉산에서 본 동호대교 너머 강남지역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정부의 고가 주택 과세 강화 방침에 공시가 반영률 상향까지 더해지며 보유세가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조금씩 나오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매물 열흘만에 7.4% 늘어

 

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701건으로 공시가 로드맵 공개 직전인 10월26일(4만2559건)과 비교하면 3142건 증가했다. 열흘 만에 7.4% 늘어난 것이다. 
특히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 매물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치구별로 서초구(865건), 강남구(858건), 노원구(744건), 송파구(595건) 순으로 매물 수가 많았다. 매물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 3구의 아파트 매매거래는 총 331건으로 집계됐다. 전달인 9월 수치(601건)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매물이 쌓이고 있는 만큼 최고가보다 수억원 낮춘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강남구 압구정동의 ‘신현대 12차’ 전용 110㎡는 23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면적의 주택은 한 달 전인 9월 초 27억4000만원에 실거래된 바 있는 매물이다. 한 달 만에 4억원 떨어진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도곡동의 ‘도곡삼성래미안’ 84㎡도 한 달 전 갱신된 신고가인 22억9000만원에서 3000만원 내린 22억6000만원에 최근 거래됐다.

 

서초구에선 반포동의 ‘반포리체’ 전용 84㎡가 지난달 24억원(35층)에 매매돼 전고점이었던 지난 7월 27억1500만원(11층)에 견줘 3억원가량 떨어졌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전용 83㎡는 지난달 18억4500만원(8층)에서 이달 8일 18억2000만원(16층)으로 2500만원 정도 조정된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계업소에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강남지역의 아파트값 조정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 강남구 아파트값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호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지난주와 비교해 0.01% 내렸다. 2주 연속 감소 중이다. 서초구와 강동구는 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규모 매물 출회는 어려울 수도"

 

강남 다주택자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가 공시가격 인상 방침을 구체화하면서 보유세 인상이 확실시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세 15억원 이상 주택은 2025년까지, 9억~15억원 아파트는 2027년까지 공시가격 반영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90%를 달성해야 한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2093만원(KB부동산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서울 아파트의 절반 이상의 공시가격이 2027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오르는 셈이다.
각종 세금의 기준인 반영률이 높아지면 보유세도 따라 오른다. 이뿐만 아니라 정부는 7·10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3.2%에서 6.0%로 대폭 인상하고 양도세율도 대폭 올렸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의 모의계산에 따르면 시세가 33억원가량인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를 소유한 1주택자는 올해 보유세로 907만원을 내지만, 반영률 90%를 달성하는 2025년엔 4754만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세액이 불어난다. 같은 기간 반포자이 전용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액도 1082만원에서 3219만원으로 오른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시장의 값이 당분간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가 빨라 강남권 중심의 주택시장 안정 효과는 클 듯하다"며 "강남, 용산, 여의도, 목동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가수요 억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조금씩 풀리긴 하겠지만 매물이 대거 나오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보유세 만큼이나 양도소득세 역시 커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망설이게 할 수 있어서다. 내년에는 양도소득세율이 최대 75%까지 오르면서 보유세 강화와 더불어 주택 관련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내년 6월1일부터 2주택자의 최고 중과세율은 62%, 3주택자는 72%로 올라간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42%→45%)을 반영하면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세율은 최고 75%까지 오른다.

 

강남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일부 주택을 처분할까 고민하는 집주인들도 있지만 그 수가 많진 않다”며 “양도세 부담이 커 세금을 많이 내고 파느니 버티다가 증여하는 방법을 택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증여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는 전년 동월 대비 12.5배 늘어난 1037가구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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