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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코로나 파산'..V자 반등 못하면 도미노 공포

천사요정 2021. 1. 6. 10:07

작년 1월부터 10월까지
개인 파산 신청 4만1257명
2년전보다 15.4% 늘어
법인은 879개, 1년새 14.3%↑
전문가들 "빚 급증, 올해 더 나빠질 것"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이 심화되는 특정 시점에 법인 파산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기업 지원 대책도 '월 단위'로 정밀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보급 시기가 빨라야 올해 2~3월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자금 풀기가 중단되고 융자 회수 절차가 시작될 경우 파산신청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인뿐 아니라 개인 파산신청도 급증하면서 총체적 도미노 파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4일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전국 법인ㆍ개인 파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파산을 신청한 개인은 4만1257명으로, 2년 전보다 15.4%나 늘었다. 법원이 파산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률도 89.2%에 달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인과 개인이 파산신청을 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인용과 그 외 기각ㆍ취하ㆍ기타 등으로 처리한다. 10명 가운데 9명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올해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 문제는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이를 통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정책자금을 풀고, 기존 융자 회수와 세금 납부 기한을 미뤄준 상황에서도 이 같은 파산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개인과 법인의 전례없는 규모의 빚더미 위에 앉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금융안정상황(2020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민간 부문의 가계ㆍ기업부채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11.2%로 집계됐다. 특히 가계부채가 3분기 말 1682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나 늘었다. 가계 빚은 빠르게 불었지만 처분가능소득은 1년 동안 0.4%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71.3%로 높아졌다. 이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법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법인 파산신청 내용을 보면 1월부터 10월까지 총 879개 법인이 파산신청을 했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3%나 늘어난 수치다.

국내 가구당 평균 부채만 봐도 빚 규모는 8000만원을 넘어선다. 통계청ㆍ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당해 3월 말 기준 가구당 평균 4억4543만원의 자산을 보유했고, 평균 부채는 8256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가구당 부채는 1년 전(7910만원)보다 4.4% 늘어난 것으로 작년 증가율(3.2%)을 웃돌았다.

◆V자 반등 없다면 도미노 우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활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올해는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경기 추이가 'V자 반등'의 가파른 회복 곡선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역시 연내 돈 풀기와 각종 자금 회수 연장의 출구 전략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1차 재확산 이후에도 대규모 집단감염이 이어지면서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며 "음식점ㆍ여행업 등에서 시작한 파산이 제조업과 공급업체로 이어지면서 파산 업종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위해 가능한 개인 파산은 미뤄두고 기업 쪽 부도를 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개인 파산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며 "현재 버티는 법인ㆍ개인도 상황이 양호해서가 아니라, 숨이 넘어가는 것만 겨우 막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도 기업과 개인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았는데, 그것보다 더 안 좋아진 것은 실물경제가 그만큼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파산하면 자체 소득이 없어지기 때문에 경기가 더 어려워지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봉규 문앤김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우려한 것과 달리 지난해 파산신청이 많지 않았던 것은 정부의 돈 풀기와 자금 회수 압박을 완화한 덕분"이라며 "그러나 문제는 올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악화하던 건설업뿐 아니라 각종 대면 서비스 업종까지 어려워지면서 올해 파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파산 이후 회생을 선택하는 경우가 줄어드는 추세가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제는 월별 법인과 개인의 파산신청 현황과 추이를 살펴 적절하고 구체적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특히 법인에게 압박이 될 수 있는 각종 규제나 정책 도입 시기를 조율하거나 최소한 현장 분위기를 듣고 함께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세종 =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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