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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할까?

천사요정 2021. 1. 22. 14:32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대상 가능성…준법감시위 역할 수행 여부도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01.18ⓒ김철수 기자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할까? 근거는 충분하다. 이 부회장은 회삿돈 86억원을 빼돌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로 건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행법은 횡령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취업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사회도 회사에 피해를 준 사람은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법과 이사회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겠다던 삼성 준법감시위도 운영되고 있다.

20일 법무부와 경제개혁연대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선고에 따라 특정경제범죄법(특경가법)상 취업제한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 특경가법은 횡령으로 취한 이득이 5억원 이상으로 가중 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자가 유죄 판결을 확정받으면, 범죄 행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 법원이 인정한 이 부회장 횡령액은 86억원이다.

위법행위로 이득 또는 손실을 본 기업과 공범 범행 당시 임원으로 재직했던 기업 등이 취업 제한 대상이다. 이 부회장 경우 삼성전자가 취업 제한 기업에 해당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삿돈으로 뇌물 자금을 마련했다. 또한, 이 부회장 공범인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는 삼성전자에 재직했었다.

실형을 받은 이 부회장은 형 집행 종료 이후 5년이 지날 때까지 삼성전자에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 만기 출소 시점은 2022년 7월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앞서 2017년 2월 구속영장이 발부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한 바 있어 남은 형기는 1년 6개월이다.

 

‘경영 공백’ 이유로 취업승인한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원칙 세워 정당성 확보해야”

법무부는 형을 확정받은 범죄자가 계속 취업 상태로 있을 경우 기업 측에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 형 확정 시점은 이 부회장 재상고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이 부회장이 재상고하면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는다. 재상고 기한은 선고일로부터 일주일이다. 재상고가 없다면 법무부가 해임 요구에 나서야 한다.

경제개혁연대는 전날 논평을 내고 “법무부는 특경가법에 따라 이 부회장이 재직하고 있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게 이 부회장 해임을 즉각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부회장이 취업승인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에 취업승인 요청이 들어오면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 심의·자문한다. 위원회는 취업제한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에서 2019년 출범했다.

위원회 행보를 보면, ‘재벌 봐주기’가 우려된다. 위원회는 지난해 특경가법이 적용되는 횡령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의 취업승인을 결정하면서, ‘경영 공백’을 이유로 들었다.

김 사장은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죄 판결 이후 취업 제한에 따라 이사직에서 사임했으나, 위원회 허가로 형이 끝나기 전에 복귀했다.

당시 위원회가 ‘경영공백’을 이유로 취업을 승인하는 건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취업제한은 재범 우려를 방지하고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지원하기 위함인데, 이같은 목적을 포기할 만큼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승인해 버렸다는 설명이다.

잘못된 선례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이 부회장이 형 확정 이후 삼양식품 사례와 같이 ‘경영공백’을 내세워 취업승인을 요청하면, 위원회가 거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무보수 임원 재직을 ‘취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시비도 일고 있다. 위원회 출범 전인 2013년 법무부는 횡령으로 확정을 받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무보수로 재직 중이라는 논리로 회장직을 유지하도록 한 바 있다. 법원에서 인정된 최 회장의 횡령 규모는 450억원으로 이 부회장의 86억원을 크게 상회함에도 취업제한을 적용받지 않은 것이다.

이 부회장도 2017년 3월부터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위원회 운영체제를 정비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구체적인 기준 없이 심의가 이뤄져, 판단의 합리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다. 운영 투명성도 문제다. 위원회는 회의록과 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은 “위원회는 운영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 사례 등을 참조해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로고ⓒ법무부 홈페이지

 

횡령 임원 제재한다는 이사회 움직일까?…준법감시위 적극 대응 요구도 높아

총수 위법 행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 있는 자세도 요구된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횡령·배임을 저지른 이 부회장 해임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보고서에는 임원 선임 원칙으로 ‘기업가치 훼손 또는 주주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를 임원으로 선임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부회장은 미등기이기는 하지만 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이사회가 의결해 운영하는 임원처우규정에도 횡령·배임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제재 조항이 담겨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횡령·배임에 대한 대응 관련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임원이 형을 확정받거나 또는 확정 전이라도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삼성전자 스스로 구축한 지배구조 관리 체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해임 등 제재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재발 방지책을 요구한 데 따라 출범했다. 출범 초기 이 부회장 형량을 낮추기 위한 요식기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재판 과정에서 실효성을 점검한 결과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판 이후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유야무야 해체되지 않겠냐는 회의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 취업제한 문제에 준법감시위가 함구한다면 그간의 우려를 자인하는 꼴이 된다.

준법감시위를 향해 특경가법 구멍을 메우는 역할도 요구된다. 현행법으로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임원으로 가는 건 막지 못한다. 취업제한 대상이 협소하게 국한되는 탓에,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내 주요 계열사지만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에 따른 취업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특경가법 시행령을 개정해 취업제한 대상 기업 범위를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개정 과정에서 재계 반발 등으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될 우려가 있다.

 

기업별로 정관을 개정하는 게 빠를 수 있다. 가령 정관에 ‘특경가법상 위법 행위로 형을 선고받은 자는 취업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넣는 식이다. 정관 개정은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준법감시위가 이사회에 정관 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준법감시위는 21일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지목되는 사업지원 TF에 대한 준법감시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26일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7개 협약 계열사 CEO와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 부소장은 “준법감시위는 권한이 불명확해 실효성 지적을 받기는 하나, 이사회를 지원·보완한다는 목적에서 볼 때, 보다 포괄적인 역할을 맡는다”며 “법과 이사회의 제재가 미치지 않더라도 이 부회장 취업제한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타워 사무실에서 열린 '준법감시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환담하고 있다.ⓒ뉴시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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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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