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이명박근혜황교안

MB 국정원, 대북공작금 빼돌려 DJ·노무현 흠집내기 뒷조사

천사요정 2018. 1. 30. 00:29

ㆍ검찰, 10억원 유용해 외국 공무원·정보원에 뇌물 준 전 간부 2명 구속영장“
ㆍ원세훈 지시” 진술도 확보…당시 국세청 등 권력기관 ‘전방위 공작’ 정황

MB 국정원 전 심리전단장 재판 출석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각종 정치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 중인 유성옥 전 심리전단장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캐고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를 확인한다며 외국 공무원에게 뒷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2009년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추모 열기가 조성되자 두 전직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이 같은 공작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국정원의 전임 대통령에 대한 불법 사찰에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관여했는지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29일 국정원 대북 공작금 10억여원을 유용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으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70),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 전 차장 등이 ‘데이비드슨’이라는 공작명으로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등 해외에 있는 비자금을 찾는다며 외국 공무원과 정보원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데이비드슨이라는 공작명은 알파벳 첫글자(D)가 김 전 대통령의 이니셜(DJ)과 유사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국정원은 정보 수집 결과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최 전 차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연어’라는 공작명 아래 바다이야기 관련 피의자로부터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돈을 받았다는 첩보를 확인한다며 필리핀 정부 관계자에게 현금을 전달하고 해당 피의자를 필리핀에서 추방시키게 한 혐의도 있다. 그러나 해당 피의자는 노 전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국정원이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 같은 해 8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불법 공작활동을 본격화해 2012년까지 계속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은 당시 이들 공작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북 공작금 10억여원을 쓴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파악됐다.

최 전 차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공작의 배경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67·구속)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차장은 원 전 원장 취임 직후인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방첩 업무 등을 총괄하는 국정원 3차장을 맡았다.

검찰은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국정원의 이 같은 정치공작에 청와대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2008년 9월 김 전 대통령의 해외비자금을 캐기 위해 독일에 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경향신문 2017년 11월24일자 1·2면 보도). 또한 당시 국세청은 노 전 대통령을 목표로 해 태광실업을 표적 세무조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직 대통령들의 의혹을 캐기 위해 국정원과 국세청 등 이명박 정부 권력기구가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던 셈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정치공작 규모는 더 광범위하게 드러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23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대북 공작금을 빼돌려 한명숙 전 국무총리,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야당 인사와 시민단체 인사, 전직 언론인 등 민간인을 상대로 한 불법 사찰에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이러한 정치공작은 ‘포청천’이라는 공작명으로 최 전 차장 지휘 아래 진행됐고, 그가 물러난 후에도 지속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전 국장에게 대북 공작금으로 호텔 스위트룸을 1년 가까이 빌려 원 전 원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혐의도 적용했다.

<유희곤·조미덥 기자 hulk@kyunghyang.com>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sid1=100&oid=032&aid=0002847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