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2년전 중편 발표시 중앙 반성없는 표절 비판보단 새 작품 주목…최근 신작소식 전한 동아
정유라에 특혜 유죄판결 이인화, 소설발표 함께 조선 인터뷰…인터뷰서 박정희·이승만 높게 평가
2015년 표절 사건 이후 조용했던 소설가 신경숙, 2017년 최서원(최순실)의 딸 정유라에게 특혜를 줬다가 유죄판결로 잊힌 소설가 이인화(본명 류철균, 전 이대 교수)가 최근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다. 신경숙은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냈고, 이인화는 장편 ‘2061년’을 발표했다. 논란의 두 인물 복귀에는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함께 했다.
지난달 18일 신경숙은 동아일보와 인터뷰(표절 6년만에… 돌아오는 신경숙 “마음이 무겁다”)로 소설 출간소식을 예고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언론중 본보와 첫 인터뷰”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공식 복귀’를 선언했다. 책을 펴낸 곳은 표절사태 당시 신경숙을 적극 옹호했던 창비다. 당시 백낙청 창비 편집인은 ‘문자적 유사성은 있다고 여겨지지만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신경숙을 대변했다.
▲ 지난달 18일 동아일보 문화면 단독보도
신경숙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신작 출간에 맞춰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신경숙의 공식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며 “일부에선 그동안 이어져 온 활동 중단이나 절필이 가혹하다는 의견”과 “성급하게 신작활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함께 전한 뒤 “결국 그의 복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독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예고대로 신경숙은 지난 3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날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보는 심정으로 지냈다”며 “허물과 불찰을 등에 지고 앞으로 새 작품을 써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를 향해 “부주의함에 대해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자신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이란 말은 표절을 부인하는 주장이다. 신경숙은 자신의 ‘부주의함’을 사과했고, 동아일보는 해당 기자간담회 기사에서 “표절 논란 첫 공식 사과”라고 보도했다.
장편 출간과 함께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건 최근이지만 신경숙은 표절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지 4년만인 지난 2019년 창비 여름호에 중편 ‘배에 실린 것을 강은 알지 못한다’를 발표했다.
창비는 신경숙의 글을 함께 실었다. 그는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이라며 “제 자리에서 글을 쓰는 일로 다시 부서진 것들을 고치고, 떠내려가는 것들을 건져내고, 닫힌 문은 열고,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하고, 메마른 것들에게 물을 주려고 한다. 이것이 앞으로의 저의 소박한 꿈이며 계획”이라고 했다.
같은해 6월15일 중앙일보는 “소설 표절의 공소시효”에서 “그가 여전히 한국문학의 유력한 자산이고, 그의 독자층이 아직 건재하다면, 지금처럼 ‘큰 작가’가 되리라고는 꿈꾸기 어려웠던 20여 년 전 표절 시비쯤 이제는 덮어줄 수 있는 흠결이지 않을까”라며 아직 냉담한 여론을 함께 전했다. 참고로 신경숙이 표절했다고 비판받는 단편 ‘전설’은 1996년 작이다.
▲ 지난 2019년 6월15일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는 “가능한 대치상황을 해소하는 길은 결국 작품으로 승부하는 거”라며 “작가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작품이 불가항력적으로 마음에 들어 설득당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말했다. 소설을 잘 쓰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어 “쉽지 않아 보이는 그 일을 해낼 때 신경숙 표절 시비의 공소시효는 비로소 만료되는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언론에서 신경숙의 언어를 ‘사과’로 해석해주면 ‘표절의 공소시효’는 끝난다. 그러나 문학신문 뉴스페이퍼는 당시 표절 관련한 릴레이 기고를 실었다.
중앙일보 보도가 있던 2019년 6월15일 백건우 작가는 “[신경숙 복귀사태 칼럼] 작품 절도를 한 작가의 부활”에서 “작가는 ‘내가 다른 사람의 작품 일부를 훔쳐 썼고, 분명하게 잘못했으며,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한다’는 명백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며 “그는 ‘누추해진 책상’, ‘소박한 꿈’ 같은 추상적 문장을 쓰면서 자신의 처지가 비루한 것처럼 묘사한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최강민 평론가는 뉴스페이퍼 기고 “[신경숙 복귀사태 칼럼] 하야했던 한국문학의 여왕”에서 “적절한 자숙 기간이 몇 년인지에 관한 논란은 이미 신경숙이 복귀한 시점에서 늦었다고 할 수 있다”며 신경숙이 제대로 반성했는지를 따졌다.
최 평론가는 “신경숙의 표절을 의도적 표절로 보는 입장에서 보면 신경숙의 사과문은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은 왜곡과 은폐의 산물”이라며 “신경숙의 사과문(창비에 실은 글)을 제대로 된 사과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경숙은 2019년 창비에 실은 글처럼 작품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1일 신경숙은 장편소설 출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문학신문 뉴스페이퍼는 해당 기자간담회 보도에서 최근 문학계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문학계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사태, 달구벌 백일장의 가사 표절 사태로 더 이상 표절을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닿았다. 특히 최근에는 타인의 작품으로 무려 5개가 넘는 문학상을 수상한 손창현 사태가 벌어지는 등 표절 사태는 멈추지 않고 있다. 또한, 이상문학상과 미당문학상, 그리고 대산대학문학상은 심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받았으며 문학권력의 중심에 있는 창비는 모든 것이 미해결된 상태에서 신경숙의 복귀를 함께했다.”
이어 “마치 개인의 실수인 것처럼 서로 인내심을 가지자 말하는 신경숙의 복귀 기자회견은 아직도 문학권력 논쟁이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을 주류 언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또 다른 논란의 인물인 이인화(류철균)의 복귀 소식은 조선일보가 전했다. 월간조선은 지난 1월29일 200자 원고지 130매가 넘는 분량의 이인화 인터뷰를 실었고, 조선일보는 지난 6일 토요일판 ‘아무튼, 주말’에서 두면을 할애해 그의 인터뷰와 신간소식 등을 알렸다.
조선일보는 이인화와 인연이 깊다. 이인화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1988년)’에 대해 표절시비가 벌어지자 그는 본명 류철균으로 “표절이 아니라 ‘혼성모방’”이라고 옹호하는 평론을 발표했다. 뒤늦게 이인화와 류철균이 동일 인물임이 알려졌다. 그의 문단 진출 초기 이렇게 다소 민망한 사건이 있었다.
역시 표절 논란이 있었던 그의 유명 저작 ‘영원한 제국(1993년)’은 이문열의 조선일보 서평으로 붐이 일었다. 이문열도 조선일보와 인연이 깊다. 그는 조선일보가 주관하는 동인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이었다가 14년만인 2015년 물러났다.
이인화가 1997년 발표한 소설 ‘인간의 길’은 인간 박정희의 역경극복 스토리를 다뤄 ‘독재자 미화’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강준만 교수는 ‘왜 박정희 유령이 떠도는가?’라는 저서의 부제를 ‘이인화의 인간의 길은 파시스트의 길’이라고 달며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해 한겨레 칼럼에서 이인화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선악을 뛰어넘은 진정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2000년 전후로 안티조선운동이 벌어지자 이인화는 이문열 등과 함께 조선일보와 연대했다. 이인화의 2001년 7월8일자 “[시론] 소설가는 質問한다”를 보면 이문열에 대해 1930년대 독일 나치즘 당시 탄압을 받은 작가 토마스 만이 생각난다고 썼다.
그의 정치성향만 논란이 된 건 아니었다. 최서원(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으로 어지럽던 2016년 12월31일 박영수 특검이 이대 학생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이인화(류철균 당시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를 긴급체포하자 조선일보는 “‘이인화’ 류철균 교수, 과거 ‘강간이 큰 일이라는 건 소시민적 생각’ 언어성폭력 발언 논란 재조명”이란 기사에서 그의 부적절한 발언을 소환했다.
이를 보면 이인화는 한 공개강의에서 “나쁜 놈들을 만나 강간을 당하는 경우가 벌어지더라도 요즘 여성들이 그런 일 좀 겪는다고 사는데 지장이 있느냐면서 그것 역시 반성의 계기가 되고 인격적으로 성숙시킬 계기가 된다더라”며 성범죄를 두둔했다.
업무방해·사문서위조교사·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구속기소됐다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구치소생활 6개월23일을 마친 이인화 주요 출판사에서 출간을 거절당해 1인 출판으로 소설 ‘2061년’을 펴냈다.
▲ 지난 6일자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
그는 지난 6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최서원(최순실), 정유라와 평소 친분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전혀 모른다. 시범 강의여서 큰 잘못이 없으면 거의 다 학점을 줘서 통과시켰다. 그중 하나가 정유라였던 거다. 윗분들 부탁도 있었고, 체육특기자에게 가산점 주는 건 관행이었는데, 그때부터 죄가 됐다”고 답했다.
‘억울한가’라는 후속 질문에 이인화는 “다른 건 괜찮은데 내가 조교를 협박했다거나, 그래서 검찰에서 조교와 대질신문 했다는 것, 내가 정유라 대리 수강까지 신청했다는 건 검찰 조서에도 없는 가짜 뉴스”라며 “사건 당시엔 모두 흥분해 불명확한 기사를 쓸 수 있지만 나무위키 같은 사이트에 그런 거짓이 적혀있어 고통스럽다. 판결문 등을 보내 수정 요청했는데 들어주지 않아 나무위키 사용자 세명을 고소했다”고 했다.
이 인터뷰에도 박정희와 이승만 이야기가 나왔다. 이인화는 박정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로 “유신헌법은 잘못이지만,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한 그의 피땀눈물에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며 “박정희가 포항제철과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말했다.
그의 이번 소설에 이승만이 이승룡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그는 “이승만은 지석영과 함께 최초로 한글을 공용어로 쓰자고 주장한 분”이라며 “이승만이 없었다면 한글도, 자유민주주의도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쓰러졌지만 다시 일어서기 위해 쓴다. 경멸의 눈길은 여전하나, 그는 조촐한 희망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는 문장으로 해당 기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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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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