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의혹에 대한 검찰조사 본격 궤도에 올라
2017년 11월 07일 (화) 15:18:41
지난 10월11일, 박근혜 정부 화이트리스트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박근혜’ 정권의 국가정보원에 대한 수사를 공식화 했다.
장정미 기자 haiyap@
앞서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정치 공작 의혹은 서울중앙지검 2차장 산하 공안2부와 공공형사수사부가 주축이 되어 진행되고 있어 ‘이명박-박근혜’ 정권 국정원의 정치 및 선거개입 의혹 조사가 본격 궤도에 오르게 됐다.
적폐청산 TF,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에 주목
지난 6월, 국가정보원은 개혁위원회를 발족하고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가 주된 임무다. 태스크포스가 자체 조사를 한 뒤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거나 수사 의뢰를 하는 식이다. 이에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지난 8월3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원세훈 국정원장 지시로 포털 사이트 등에 친정부 성향 글을 올린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8월21일 관련자 30명, 지난 9월1일 팀장급 18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아울러 민간인 댓글부대 사이버 공작, MB 블랙리스트, 정치인·교수 제압활동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지금까지 TF가 수사 의뢰한 대상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국정원 관계자들이 주를 이룬다. ‘최종 윗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연관성도 주목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검찰의 칼끝이 곧 이 전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국정원 개혁위는 지난 9월18일에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작성된 KBS·MBC 관련 보고서 2건의 주요 내용을 공개하며 “(이명박) 청와대에 보고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 민주당은 국정원이 관련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더 이상 원세훈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최근 여권에서는 2007년 대선 때 불거진 ‘BBK 사건’까지 거론하고 있다. 지난 9월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이 전 대통령의 BBK사건 연루 부분이 확인되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했고, 이 총리도 “사실이라면 좀 더 명확한 규명이 필요할 문제”라고 했다. 이틀 뒤에는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박상기 법무부장관에게 “BBK와 관련해 전면적으로 재수사해야 한다”고 압박하자 박 장관은 “검찰에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편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는 ▲해킹프로그램을 통한 민간인 사찰 ▲세월호 참사 의혹 ▲‘논두렁 시계’로 비하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의 진상 조사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국정원, 軍 댓글부대에 매달 활동비 지원
지난 8월, 지지난 대선 당시 군 사이버 사령부에서 댓글을 달았던 핵심 간부가 매일 청와대와 국방부에 이 사실을 보고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국정원이 군대 요원들에게 이러한 특수활동을 위해 매달 25만원씩 지원해왔으며, 지난 2012년 12월 대선 직전에는 회식비 조로 5백만원을 지급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김기현 전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댓글 공작에 청와대와 국방부가 관련 없다는 2014년 군의 수사 결과는 핵심이 빠진 것”이라며 “당시 댓글 공작 보고서가 매일 아침 청와대에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국방비서관실로,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에게는 단장이 직접 서면으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당시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인과 연예인, 작가까지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민간인 동향 파악은 불법이다.
한편 지난 9월21일,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철희 의원은 2012년 당시 국방부 장관인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직접 서명한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을 공개했다. 앞서 이철희 의원은 9월18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 지침을 들어 보이며 군의 정치 개입과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의 정점에 김관진 전 실장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2년 2월 28일 당시 김관진 장관은 사이버사령부에서 작성 및 보고한 ‘2012년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에 직접 친필 서명했다. 이 문건은 특히 김관진 장관의 지침을 별도 칸을 만들어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사이버사령부는 군 통수권자 및 군 지휘부 음해를 저지한다. 사령부는 북 찬양 여론 형성 및 군 정신전력 약화에 대비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 문건은 사이버심리전 작전 지침의 목적을 2012년 국가주요행사를 겨냥한 북한·종북세력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대응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 및 시장경제질서 수호를 위한 국내외 사이버심리전 시행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문건에 적시된 국가주요행사는 ‘2012년 예정된 핵 안보 정상회의, 총선, 여수 엑스포, 대선 등이다. 이 의원 측은 이 부분이 사이버심리전이 총선과 대선을 겨냥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건에 나타난 작전 범위에는 ‘국방안보 관련 사안에 한정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특정 정당·정치인 옹호 행위는 일체 금한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비판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은 없다. 또 ‘판단이 모호한 경우에는 사령관 또는 단장의 지침에 따른다’고 되어 있어 지휘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이에 대해 이철희 의원은 “정치적 중립 여부를 단장이나 사령관이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 상 제한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장관이 열어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작전 운영 조항에는 ‘국방부, 합참, 기무사,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 등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보안유지 하에 정보를 공유한다’고 명백히 기재되어 있다. 이 의원은 “이는 사실 상 사이버심리전에 합참, 기무사, 청와대, 국정원, 경찰청이 다 동원되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군사비밀 Ⅱ급으로 지정되어 있던 이 문건은 현재 작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항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이 이날부로 비밀해제 되었다.
지난 10월12일에는 국군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해 간첩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내부자에 의해 폭로됐다. 기무사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한 내부고발자는 민간인을 직간접으로 사찰했고, 간첩으로 조작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내부자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민간인 25여명 가량을 직간접으로 사찰했다고 밝혔으며 이 중에는 김두관 의원, 진관 스님, 박상중 목사(아름다운재단), 김용태 전 이사장(민예총), 등 재야 인사는 물론 故 한단석 교수, 故 신영복 교수, 안재구 교수, 유진식 교수(전북대), 일반 시민도 포함됐다. 이 내부자는 “사찰 대상은 대다수가 민간인이다. 군인과의 연관성은 나중에 갖다 붙이든지, 안 되면 경찰이나 국정원과 삼각공조하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조국 민정수석(유진식 교수 지인)과 임종석 비서실장(안재구 교수 지인)도 사찰 과정에 등장했다. 특히 지난 1999년엔 경찰이 故한단석 전북대 교수를 간첩 혐의로 수사해 재판에 넘긴 바 있는데 그는 경찰이 아닌 기무사가 조작해서 간첩으로 만든 사례라고 전했다.
양지회, 국정원 댓글부대서 중추적 역할 수행
국정원 퇴직자 모임인 양지회가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부대, 일명 ‘외곽팀’에서 중추적이고 상징성 있는 핵심 요원으로 활약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은 자금 뿐만 아니라 컴퓨터 수십대와 교육 강사를 보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0월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날 외곽팀 담당 국정원 직원 2명을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고 이와 관련된 외곽팀 활동 관계자 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조사결과 양지회는 국정원이 운영한 댓글부대의 최고 ‘정예부대’로 활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양지회장 이모씨는 서울시 부시장을 역임할 무렵부터 함께 근무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각별한 인연을 가졌다. 2009년 2월께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에 취임하자마자 퇴직 직원을 활용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려 양지회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양지회장 이씨는 원 전 원장과 직접 만난 직후 기획실장인 노모씨에게 사이버대응 활동을 할 것을 지시하고 전격적으로 외곽팀 ‘사이버동호회’를 창설했다. 이후 2009년 4월 이사회 회의에서 이씨는 “노인이라고 가만히 있지 말고 얼마든지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할 능력이 있다, 기본계획을 어떻게 하고 발전시키는지 하는 문제는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부분이고 원(院)과 협조해야 할 문제”라고 발언해 댓글부대 활동을 독려했다. 이렇게 양지회 간부들의 주도로 창설된 사이버동호회 회원들은 최대 150여명 규모로 국정원 심리전단 사이버팀과 연계해 ‘댓글활동’을 벌였다.
인터넷 게시글·댓글, 트위터 활동을 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국정원에 보고하는 등 외곽팀 중 핵심부대로 활동한 것이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국정원은 외곽팀장 활동비 명목의 자금 지원 외에도 양지회 측에 수십 대의 컴퓨터를 지원했으며, 중간 간부를 보내 교육까지 실시하는 등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양지회 행사에 강사로 참석한 심리전단 중간간부는 격려의 말을 하기도 했고, 2012년 5월 국정원 심리전단장은 양지회를 방문해 격려금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국정원에 ‘댓글부대’ 활동을 보고하는 일도 있었다. 2011년 3월 다른 양지회장 이씨는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의 초청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사이버동호회 150여명이 심리전단과 긴밀히 협의해 다음 아고라 등 정부 비판 성향의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외곽팀장이었던 노모 기획실장과 이씨도 “지시대로 사이버동호회를 만들어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한다”고 보고했는데, 양지회는 이들의 공적을 치하하기 위해 그해 연말 사이버동호회에 포상을 내리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회원의 개인 일탈이 아니라 양지회 최고위 관계자들이 주도하고 공식 업무 차원에서 국정원과 연계해 대규모로 계획적, 조직적인 활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이전 정권 흠집내기에 몰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1년 1월부터 2년 가까이 국정원이 동향을 파악한 대상은 문재인 당시 노무현 재단 이사장, 홍준표 의원 등 정치인과 김제동, MC몽, 이외수 등 33명라고 공개했다. 사재 1,500억 원으로 공익재단을 만든 안철수 당시 원장의 동향도 보고됐으며, 보고 주체는 국군 사이버사령부였다. 또한 국정원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계 인사의 소속사를 상대로 세무조사까지 사주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0월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은 2010년 6월∼2011년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김연근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을 상대로 2011년 서울지방국세청이 국정원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가수 윤도현 씨와 방송인 김제동 씨가 속한 D사를 세무조사하려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청장은 자신이 조사국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해당 회사에 대한 실제 조사나 준비 작업이 이뤄진 바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청장은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의혹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를 받았다”며 “제가 알기로는 세무조사를 하거나 이를 위한 자료 검토 등 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정원은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내부조사를 거쳐 원 전 원장 재임 초기인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해당 인사 퇴출 작업을 벌였다고 밝혔다. 2009년과 2011년에 특정 연예인이 속한 기획사에 대해 세무조사를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특수공작도 펼쳤다. 지난 2011년 5월 한 학부모 단체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에게 조합 탈퇴를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열흘 정도 지난 시점에 한 포털 사이트 토론장에서 ‘양심교사’라는 필명의 교사가 해당 편지에 감명받았다며 전교조를 탈퇴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의 전교조 와해 공작이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당시 국정원 요원들은 IP 추적 방지 프로그램까지 사용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 청원을 보수단체와 모의한 정황도 포착됐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폄훼 공작에도 국정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8월 DJ 서거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과 보수단체 간부가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보수단체를 앞세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김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을 취소해 달라는 청원서를 보내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해당 보수단체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반헌법적 6·15 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논평을 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 때도 같은 내용의 신문 광고를 싣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도 당시 한나라당 측에서 온갖 방해공작을 했고 로비설도 국정원이 퍼뜨린 걸로 안다고 주장했으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때조차 정부의 방해가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은 “국장으로 정해주는 것도 쉽게 안 해주려고 해서 2,3일 걸렸다”면서 “동작동 현충원에, 국립묘지에 모시는 것도 처음에는 ‘자리가 없다. 거기가 완전 포화 상태다’라고 해서 안 된다고 처음에는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국장은 6일장으로 치러졌다. 관례상 장의 기간은 3, 5, 7 등 홀수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초 7일장으로 치르기로 했지만 정부 요청에 따라 6일장으로 끝냈다”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 3개월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정권에 대한 분노로 확산되자 정부가 이를 차단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MB정부 국정원은 생전 노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인신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당시에도 보수단체를 동원해 논평을 내도록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 씨가 소환되자 노 전 대통령을 “무능하고 독선적인 불량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권양숙 여사 소환 때는 “전직 대통령이라 기억하는 것조차 역겨울 정도”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특히 국정원은 우파 단체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전 정권에 대판 폄훼 공작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 따르면 2010년 11월, 12월 국정원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우파단체 명의로 신문광고를 게재하면서 쓴 돈이 5600만 원으로, 검찰은 이는 일부일 뿐이라고 보고 구체적인 자금 집행 등 관련 자료 전부를 요청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국정원의 온라인 심리전 활동비를 60억 원에서 70억 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댓글부대 책임자였던 민병주 전 단장을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습니다. 민병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어버이연합 추선희 전 사무총장을 직접 만났다고 진술한 바 있다. 국정원 1급 국장이 시민단체 대표를 직접 접촉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이는 국정원장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 전 단장은 검찰 조사에서 “온·오프라인 심리전 모두 원세훈 전 원장에게 보고했다”며 사실상 공모 관계를 시인했다 그러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시키지 않은 일을 알아서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 조사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한 기자, PD, 연예인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김재철 전 MBC 사장 등 공영방송사 전 경영진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지난 10월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 수사팀은 김재철 전 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일단 김 전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지만 추후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10년 2월 MBC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이후 <PD수첩>을 비롯한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박성제·이용마 기자, 최승호 PD 등을 해고했다. 해고 등에 반발해 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 등은 스케이트장 등 비제작 부서로 발령 냈다. 지난 9월26일 검찰 조사를 받은 최 전 PD는 “그동안 김 전 사장과 간부가 MBC 파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국정원 문서를 보니 거기 나온 대로 실행했음을 알게 됐다”며 “김 전 사장은 국정원의 ‘아바타’에 불과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MBC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도록 하는 등 국정원이 만든 ‘연예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의 출연을 봉쇄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맡았던 MBC PD들과 라디오본부장 등을 참고인으로 조사해 ‘윗선’의 지시에 따라 김씨가 하차하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부당 노동 행위 자체보다는 김 전 사장이 이 같은 행동에 나서는 데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가정보원과 긴밀한 의사 교환이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가정보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 조사 결과 원 전 원장 지시로 국정원은 2010년 3월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문건에는 김씨가 MBC 사장에 취임한 것을 계기로 공영방송 잔재 청산, 고강도 인적 쇄신, 편파 프로그램 퇴출 등에 초점을 맞춰 MBC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한 MBC 관계자들은 김 사장이 국정원의 방침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한편 검찰은 김 전 사장 외에도 MBC의 다른 고위 경영진과 당시 KBS 핵심 경영진도 여러 명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국정원 TF는 2010년 5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만든 ‘KBS 조직개편 관련 좌편향 인사 여부’ 등 문건에서도 특정 기자·PD들을 ‘블랙리스트’ 올려놓고 지방 발령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게 한 내용이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추석 연휴 시작을 이틀 앞둔 9월28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적폐청산 논란에 직접 뛰어들었다. 추석 인사 형식을 띤 글이었지만 핵심 내용은 적폐청산에 대한 강한 분노였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은 17문장이었다. 이 중 적폐청산에 대한 언급은 3문장에 불과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전직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현 정부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온라인 여론조작, 야당 정치인 사찰, 방송 장악 시도 등 전방위적인 폭로 작업이 참을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을 ‘퇴행적 시도’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 현안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온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서는 “여권이 해도 해도 너무하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여권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무리한 정치 공세를 퍼붓고 있다고 판단해왔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이 대응 수위를 조절한 흔적도 엿보인다. 국정원 대선 개입 등 여러 의혹을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대신 추석 인사 형식의 글에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여권의 적폐청산 작업이 계속될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담았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두고 연휴 기간 동안 보수층의 결집을 도모하기 위해 입장을 발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는 자신의 지지층을 겨냥해 “올해 추석 인사가 무거워졌지만 그럴수록 모두 힘을 내자”고 당부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경기침체 문제에 대한 언급도 했다. 그는 “수출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렵고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한의 핵 도발이 한계상황을 넘었다. 우리는 그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며 “국제사회의 제재도 날로 강해지고 있다. 나라의 안위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즈음 나라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저도 그 중의 하나”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이 국민적 단합을 해칠 수 있다는 보수 진영의 우려를 반영한 주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의 움직임이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될 보수 통합 움직임과 맞물려 보수층의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여론을 떠보는 태도’라고 규정하며 “당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김현 대변인은 “적폐청산을 반대하는 이 전 대통령의 퇴행적 시도는 국익만 해칠 뿐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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