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014년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에게 ‘청와대 예방’까지 제안했던 박근혜 정부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과,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그가 우리 주최 올림픽에 주빈으로 초대받아 2박 3일 동안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한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2월24일자 사설 가운데 일부다. 자유한국당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한 더불어민주당 입장을 반박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비판한 부분은 대략 이런 것이다.
조선일보 2018년 2월24일자 사설. |
△2014년 남북 장성급 군사 회담 때도 김영철이 북한 대표였다.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남북 대화가 꾸준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논평을 냈다 △2014년 김영철과 지금의 김영철은 어떤 차이가 있느냐.
상식적인 주장이다.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것’이냐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제대로 반박하거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24일)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이를 반박했다.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했기 때문에 지금과 다르다는 게 조선일보 주장이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지금 자유한국당과 이른바 보수진영은 “김영철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할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 논리대로라면 2014년 당시에도 김영철은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 할 대상’이었다. 회담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북측 군 고위관계자’로 남북군사회담에 참석하면 조선일보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천안함 폭침’ 책임이 없어지나?
오히려 더 문제 아닌가. ‘천안함 폭침’에 책임 있는 당사자가, ‘한국 땅을 밟는다면 긴급 체포하거나 사살해야할 대상’이, 남북군사회담에 참석하는 게 더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왜 박근혜 정부는 그때 김영철을 체포, xx하지 않았나?”라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비판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이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김영철이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서 판문점 남북 군사 회담에 참석한 것과, 스포츠와 아무 관련이 없는 그가 우리 주최 올림픽에 주빈으로 초대받아 2박 3일 동안 우리 땅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같은 줄에 놓고” 비교하지 말라고 한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그럼 역으로 한번 물어보자. 그게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나? 북측 군 고위 관계자로 회담에 참석하면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흥분하는 ‘천안함 폭침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전형적인 내로남불 논리이자 궁색한 변명이다.
2014년 아시안게임 때 황병서에게 ‘청와대 예방’ 제안했던 박근혜 정부
조선일보의 이 같은 주장이 궤변에 불과하다는 것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보도에서도 확인된다. 당시 북한은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최룡해·김양건 당비서 등 최고위급 인사를 북 대표단 자격으로 한국에 보냈다. 이들은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이유로 2014년 10월4일 오전 인천을 방문했다. 황병서와 김양건이 누군가. 조선일보는 두 사람을 이렇게 소개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북한 군부의 1인자’로,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대남정책의 1인자’로 흔히 분류된다. 또 두 사람은 모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최측근 실세로 ‘이너 서클(inner circle·중추세력) 멤버’라고 할 수 있다 … 북한 권력서열 2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정은 체제 들어 승승장구를 거듭한 인물로 현재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 직책을 갖고 김정은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고위급접촉 北 수석대표 황병서, 김양건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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