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민예총 ‘굿바이 시즌2’ 작품 논란
캐리커처 풍자 대상 된 언론인 기준은?
금태섭 “과거 빨갱이 딱지와 다르지 않아”
기자들 “언론 악마화 우려” “단체들이 나서야”
주최측 “왜곡된 가짜뉴스 생산하는 언론 풍자”
사단법인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이하 서울민예총)이 6월1일부터 15일까지 광주광역시 메이홀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굿바이 시즌2’가 정파성 시비에 휩싸였다.
전시회 작품 가운데 하나인 ‘기자 캐리커처’(caricature)가 비판에 직면했다. 박찬우 작가가 제작한 이 작품을 보면, 100명 이상의 전·현직 언론인 및 방송인을 희화화하고 캐리커처 밑에 실명을 적어놨다.
등장인물 가운데에는 보수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 진행자 강용석, 김세의, 김용호씨나 ‘조국 흑서’ 저자 서민 교수 등 보수진영 인사들이 적지 않지만 상당수는 현직 언론인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검증했던 KBS·SBS·주요 신문사 법조 기자들이나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기자들이 상당수라는 점에서 작품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100여 명 가운데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매체 기자들과 그 출신 인사들이 다수이나 진보 매체 기자들도 실명 캐리커처로 희화화됐다.
서울민예총이 주최하고 서울민예총 시각예술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전시회의 기획 의도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 허위 여론조사 퇴출을 바라는 전국 예술가들이 연대하는 자리’라고 한다. “왜곡된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일부 언론사들의 행태를 풍자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인을 풍자 도마 위에 올리는 기준이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전 정권 인사에 비판적인지 여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는 “기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비판을 받거나 풍자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굿바이 전(展) 포스터에 등장하는 기자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들이 잘못된 기사를 보도했다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도리어 특정 정치세력 혹은 특정 주제에 관해 비판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을 가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 기자는 “정말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예술가들이라면 다양한 논조의 기사도 당연히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자 캐리커처 작품’을 공유하고 “예전 권위주의 시절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빨갱이 딱지 붙이던 짓과 뭐가 다른가”라며 “우리 사회에서 버젓이 이런 폭력적인 짓이 벌어지는데 자칭 진보라는 민주당에서는 한 사람도 나서서 꾸짖거나 말리는 사람이 없다.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던 기억 같은 건 다 잊은 건가”라고 비판했다.
경제지 소속 기자는 이 작품에 대해 “가짜뉴스를 비판하고, 불온한 언론인을 비판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용된다. 예술가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없다. 표현 방식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작품과 관련해서는 상상력 부재, 일차원적 사고, 통제 불능의 저급함, 분노의 원초적 방출, 무책임한 분열론, 보편적 인권 의식 부재 등이 엿보인다”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헌법은 예술의 자유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불온한 언론인을 구분하고 망신을 주는가”라며 “특히 우려되는 모습은 ‘언론을 악마화하는 작업’에 예술가들이 칼춤을 추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의 악마화는 반드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작품에 ‘박제’된 한 방송사 기자는 “언론인 권익을 보호하고 왜곡된 언론관 확산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는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인 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이런 행동이 부적절한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아울러 민주언론시민연합이나 기타 진보 성향을 자처하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이런 상황에 침묵해선 안 된다”며 “진보언론단체들이 침묵한다면, 단체의 존재 이유가 개혁보다는 자신들이 정파적으로 지지하는 집단의 권력 획득에 있다는 걸 방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전시회 총괄 진행을 맡은 박성현씨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 분 작품 가운데 일부”라며 “가짜뉴스로 확인된 기사를 기록하는 작업 중 캐리커처를 만드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은 주최 측을 통해 박찬우 작가에게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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