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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90% 이미 무관세인데…‘0% 관세’로 가격인하?

천사요정 2022. 6. 12. 11:11
원두 부가세 인하로 커피값 50원 인하 효과
취약계층 부담 완화 정책은 소극적
정부 인식 “고물가 한시적…감내해야”
지난 7일 이마트 세종점에서 스페인산 냉동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물가 대책의 하나로 최대 25%까지 매기는 수입 돼지고기 관세율을 연말까지 0%로 내리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최대 20% 원가 인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소비자가 이를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을 보여주기 식으로 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오전 이마트 세종점에서 수입 돼지고기를 찾으니 마트 직원이 냉동고로 안내했다. 미국·스페인·네덜란드산 돼지고기가 냉동고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입 돼지고기는 보통 미국산으로 팩에 얼려서 파는 게 대부분”이라고 직원은 설명했다. 냉동육보다 육질이 나은 냉장육은 정육 코너 구석에 한 칸을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산 삼겹살뿐이었다. 100g에 1980원으로 국산 삼겹살보다 1200원가량 싸다.
하지만 직원은 “캐나다산 냉장육은 ‘행사 상품’으로 평소엔 많이 들어오진 않는다”고 했다.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유통기한이 짧아 대체로 냉동으로 팔기 때문이다.이날 마트에 진열된 수입 돼지고기 가운데 이번 물가 대책의 영향권에 있는 상품은 관세 8%를 매기는 캐나다산이 전부였다. 나머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들여오는 돼지고기는 이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율이 0%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수입 돼지고기는 미국(36.4%), 스페인(20.1%), 네덜란드(8.9%), 오스트리아(7.2%) 차례로 많았는데 모두 무관세다. 관세 없이 들어오는 돼지고기가 전체 수입량의 90%를 차지한다. 관세를 무는 캐나다(6.6%), 멕시코(1.9%), 브라질(1%)산은 다 합쳐 10% 수준이다.
관세를 없애봐야 소비자가 부담하는 돼지고깃값이 낮아지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 7일 홈플러스 세종점에서 미국산 냉동 돼지고기를 판매하고 있다.
 
정부는 커피 원두에 대해서도 수입 단계의 부가가치세(10%)를 내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물가를 잡기엔 턱없이 미흡해 보인다.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가격을 중간값인 5000원으로 치면, 이에 드는 원두 원가는 500원 수준이다.
부가세 면제로 절감할 수 있는 원재료비를 모두 가격에 반영한다고 해도 잔당 50원꼴인 셈이다.
인건비와 임차료, 기타비용 등을 제하고 남는 마진이 잔당 650원에 불과하고 원둣값이 더 오를 경우 30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렇다 보니 이번 물가 대책이 소비자 물가를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은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총 458개의 대표품목에 중요도(가중치)를 차등 부여해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데, 이번 대책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품목은 넓게 잡아 약 20개다. 이들 품목이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두 합해도 4%가 채 안 된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품목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은 돼지고기(1.06%)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0.1% 안팎이다.
물가 대책의 효과가 낮다면 실질 구매력 감소로 타격을 입을 저소득층 직접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책에는 별도 지원책이 담기지 않았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도 취약계층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은 1조7천억원 규모로 추경 일반지출(지방교부세 등 제외)의 5%도 안된다.정부가 취약계층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배경에는 고물가 국면이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의 높은 유가가 내년에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보는 시각은 드물다. 한시적으로 물가가 급등하고 내년에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며 “이런 시기에는 각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을 관리하면서 어느 정도 물가상승을 감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혜 박종오 기자 godot@hani.co.kr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46610.html

 

돼지고기 90% 이미 무관세인데…‘0% 관세’로 가격인하?

원두 부가세 인하로 커피값 50원 인하 효과취약계층 부담 완화 정책은 소극적정부 인식 “고물가 한시적…감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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