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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240억대 비자금...‘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검에 돌려서 건넨 정황

천사요정 2023. 1. 5.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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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배 240억대 비자금...‘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검에 돌려서 건넨 정황

김만배 240억대 비자금...‘50억 클럽’ 박영수 전 특검에 돌려서 건넨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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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① ‘50억 클럽’ 멤버 중 검찰 기소는 아들 성과급으로 50억 받은 곽상도 전 의원이 유일
② 박영수 전 특검, 2011년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변호 맡으며 인연 
③ 2020년 7월 박영수 인척 이기성, ‘박영수 몫 50억’ 본인에게 대신 달라고 김만배에게 제안
④ 제안 후 정영학 녹취록 속의 ‘약속 클럽’에 김만배가 이기성에게 줄 ‘100억 원’ 첫 등장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의 핵심은 민간업자들이 사업권을 따내고 특혜로 인한 사법 리스크를 줄일 목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히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대장동 연속 보도를 통해 검찰이 비자금 사용처를 제대로 수사하고 있는지 검증하고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을 분석했을 때, 대장동 업자들의 불법 비자금 조성은 두 갈래다. 하나는 대장동 사업자가 되기 전인 2014년 남욱이 42억 원대 자금을 조성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장동 사업의 수익이 나오기 시작한 2019년부터 김만배가 만든 240억 원대 자금이다. 전자는 유동규·김용·정진상 등 이재명 측의 선거 자금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의심받고, 후자는 언론인 및 고위 법조인과의 유착에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개의 비자금과는 별개로 검찰은 2021년 11월부터 약 1년 동안 김만배가 소유한 화천대유, 천화동인 1호에서 빠져나간 회삿돈 275억 원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지난 2일 두 회사의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최우향(쌍방울그룹 전 부회장)과 이한성(화천대유 공동대표)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들이 숨겨둔 수표 148억 원을 찾아내 압수했다. 그런데 이 수표 뭉치는 검찰이 대장동  수사를 시작한 이후인 2021년 11월부터 인출된 돈이다. 즉, 대장동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김만배가 이미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240억대 자금과는 별개란 얘기다. 
뉴스타파는 앞서 정영학 녹취록을 바탕으로 김만배가 2019년부터 회사에서 빌리거나 빼낸 돈이 약 248억 원이고, 김만배 스스로 이 돈을 ‘약속 클럽’에 지급했다고 말한 정황을 보도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새로 꾸려진 대장동 수사팀은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멈췄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 정영학 메모에 등장하는 김만배의 약속 그룹. 2020년 6월 기준, 약속 그룹에는 50억 클럽 6명과 유동규, 윤창근, 강한구 등 총 9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하지만 다음 달인 2020년 7월, 약속 그룹에 박영수의 인척 이기성이 추가된다.  

‘50억 클럽’ 중 김만배가 가장 많이 언급한 이는 박영수와 최재경

‘50억 클럽’으로 알려진 멤버 중 재판에 넘겨진 건 곽상도 전 의원이 유일하다. 곽상도는 2015년 하나은행과 대장동 업자들의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주고, 그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50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달 25일, 그에 대한 1심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6명의 이름이 등장한 ‘50억 클럽’ 중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을 제외한 5명은 모두 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대장동 업자들은 사업 과정에서 이들의 이름을 수시로 거론한다. 그중에서도 김만배가 가장 많이 언급한 두 사람은 박영수 전 특검과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다. 

김만배→이기성→박영수, ‘인척’ 우회로 통해 50억 원 건네졌을 가능성 포착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박영수 측에게 50억 원을 실제로 건넬 방안을 모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천대유에 근무하는 아들을 통해 돈을 받은 곽상도와 달리, 박영수의 경우 화천대유에 근무한 딸에게 주지 않고 박영수의 인척인 분양업자 이기성을 통해 우회적으로 건네는 방안이 거론된 것이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이기성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은 이후, 100억 원을 건네기로 약속한 정황이 나온다.
▲정영학 메모(2021년 9월 26일 검찰 제출). 2020년 7월 2일 정영학이 김만배와 나눈 대화를 요약한 정영학의 자필 메모. 빨간색 박스 안의 내용를 보면 ‘박영수 50억 약속 대가를 본인(이기성)에게 대신 달라고 함’이라고 적었다. 김만배가 박영수 인척을 통해 약속한 돈을 건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0년 7월 2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이기성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정영학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날 김만배는 (이기성이) 나한테 수현이(박영수 딸)를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를 달래. 이기성이가 수현이를 차려주겠대라면서 내가 수현이를 한 50억 정도 주려고 하는데. 너(이기성) 그런 얘기 형(박영수)한테 하면 나쁘다고 그러지 형(박영수)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형은 박영수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성의 제안대로 그에게 돈을 줄 경우, 박영수가 반대할 수 있단 의미로 읽힌다. 
이 대화가 이뤄지기 석 달 전인 2020년 4월, 이기성은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에게 협박성 내용증명을 보냈다. 2015년 남욱이 42억대 비자금을 만들 때, 자신이 빌려줬던 돈을 갚지 않으면 모종의 폭로를 하겠단 내용을 담은 문건이었다.  
정영학 녹취록을 종합하면, 이기성이 보낸 내용증명을 본 김만배는 남욱, 조우형과 함께 돈을 모아서 약 45억 원가량을 이기성에게 갚았다. 하지만 이기성은 이후 돈을 추가로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김만배가 박영수에게 약속했다는 50억 원도 이기성 자신에게 대신 달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제안이 오간 2020년 7월, 대장동 업자 중에서 김만배가 만든 ‘50억 클럽’ 6명의 정확한 이름을 아는 건 정영학뿐이었다. 위례·대장동 아파트 분양대행업자였던 이기성이 그 당시에 외사촌형인 박영수가 ‘50억 클럽’의 일원임을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일 녹음). 이날 김만배는 정영학을 만나 이기성이 내용증명으로 협박해서 2015년에 빌린 돈을 남욱, 조우형과 함께 갚았는데 추가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만배는 이기성이 외사촌 형인 박영수에게 약속한 50억도 자신에게 주면 대신 처리해주겠단 제안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2019년 김만배→이기성→토목업자 순으로 간 100억 이외에 ‘또 다른 100억’ 존재 

대장동 개발 수익이 들어오기 시작한 직후인 2019년 4월, 김만배는 이기성에게 천화동인 1호를 통해 100억 원을 보냈다. 이기성은 이 돈을 다시 토목업자 나석규에게 전달했다. 나석규는 2015년 남욱이 42억대 비자금을 만들 때, 이기성에게 20억 원을 제공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나석규는 대장동 업자들이 토목공사를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자, 4년 뒤 20억 원의 5배인 100억 원을 돌려받았다. 
그런데 정영학 녹취록에는 ‘또 다른 100억 원’이 등장한다.
2020년 7월 27일 자,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이기성은 자신의 몫으로 50억 원, 박영수에게 대신 전달할 50억 원을 합쳐 총 100억 원을 김만배에게 요구한 정황이 나온다. 그래서일까. 이때 상황을 설명하는 정영학 메모를 보면, 김만배의 약속 클럽에 ‘이기성 100억’이 새롭게 추가된다.  
▲정영학 메모(2021년 9월 26일 검찰 제출). 정영학이 2020년 7월 27일 김만배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자필로 요약했다. 기존엔 50억 클럽 6명과 성남시의원 2명 등 총 8명이 ‘약속 클럽’이었는데, 이때부터는 ‘이기성 100억’이 새롭게 추가된다. 김만배는 2019년부터 회사에서 가지급금(장기대여금) 형태로 400억 원 이상을 빌려서 사용했는데 ‘사용처에 회수의사 없음’이라 적혀 있다. 김만배가 회삿돈을 빼내 약속 클럽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엿보인다. 한편, 남욱도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에게 100억 원을 주기로 약속했다고 적혀 있다.  
실제 김만배가 이기성을 통해 박영수에게 50억 원을 건넸는진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설령 돈이 가지 않았더라도 뇌물을 약속하고, 지급 방법까지 논의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김용을 천화동인 1호의 배당금 428억 원을 유동규와 함께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후수뢰)로 재판에 넘긴 바 있다. 
이기성을 통한 100억 원의 ‘우회 지급’ 논의가 오간 2020년 7월, 박영수는 특검으로 공직에 있을 때였다. 공직자는 뇌물을 약속한 것만으로도 처벌 된다. 하지만 박영수 전 특검은 그런 약속 자체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해 왔다. 박영수 특검 측은 지난달 29일 뉴스타파에, “이기성과 김만배 간의 돈거래나 대화 내용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만배는 검찰 수사와 이어진 재판에서 자신이 부담할 공통 경비를 줄이기 위해 써야 할 돈을 부풀릴 필요가 있었다면서 ‘50억 클럽’은 지어낸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곽상도 아들에게는 50억 원이 실제 지급됐다.   

김만배 “(비자금 사용처가) 까져도 수사 받으면 되지. 여차하면 형이 까려고 그랬어” 

2019~2021년 김만배는 천화동인 1호에서 473억 원 가량을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렸다. 이 대여금은 정영학 녹취록에선 ‘가지급금’이라고 지칭된다. 
2020년 7월 27일 자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내가 왜 (약속 클럽을) 정리를 했겠니? 가지급금, 형 앞으로. 이미 까져도 아무 문제 없게 수사받으면 되지. 여차하면 형이 깔려고 그랬어”라고 말한다. 김만배 스스로 ‘약속 클럽’에 돈을 지급했고, 정리했다고 인정하는 대목이다.
김만배는 이어 그냥 확! 검찰하고 상의해서, 끝. 응?이라면서 비자금의 사용처가 밝혀져도 수사를 무마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서 회삿돈 빌려서 내가 쓴 거. 갚으면 되고. 어디다 썼냐 그러면 ‘너네(검찰)가 밝혀’ 그러면 되는 거고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4월 작성된 천화동인 1호의 회계감사보고서를 보면, 김만배는 대여금 473억 원 중 상당 부분을 갚았다. 회계 장부상 김만배의 대여금 잔액은 약 168억 원으로 나온다.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이 언론에 불거진 시점은 2021년 8월 말이다. 검찰 수사를 전후로 ‘갚으면 되고’라는 녹취록의 발언처럼, 김만배는 대여금 중 305억 원을 갚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약속 클럽에 지급했던 돈이 다시 김만배에게 돌아왔을 가능성도 있다.   
▲정영학 녹취록(2020년 7월 27일 녹음). 김만배가 회사에서 돈(가지급금)을 빌려 ‘약속 클럽’을 정리했다고 말하고 있다. 김만배는 그러나 검찰 수사와 이어진 재판에서 일관되게 ‘약속 클럽’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대장동 검찰 수사 이전에 만들어진 ‘김만배 비자금’ 사용처 수사해야

결국, 2014년 남욱이 만든 42억대 비자금이 이재명 측에 전달됐는지, 그리고 김만배가 2019년부터 만든 240억대 비자금이 50억 클럽 등에 전달됐는지가 대장동 사건의 열쇠다. 또 총 473억 원에 달하는 김만배의 천화동인 1호 대여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김만배가 지난해 회사에 갚은 대여금 305억 원은 어디서 나왔는지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위해 검찰은 김만배가 이기성에게 약속한 100억 원을 실제로 전달했는지, 그 돈에 박영수 측에 약속한 50억 원이 포함됐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50억 클럽을 포함한 이른바 ‘약속 그룹’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박영수와 대장동 업자들의 인연은 2011년부터 시작

박영수가 대장동 업자들과 인연을 맺은 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던 2011년부터다. 당시 법원 출입 기자였던 김만배는 수사를 받던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에게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줬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대장동 종잣돈 1,155억 원을 끌어온 인물이다. 거액의 대출을 알선한 대가로 10억 원을 챙겼다. 대검 중수부는 조우형의 계좌까지 압수수색했고 돈이 오간 내역을 파악했지만,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당시 주임검사는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조우형이 박영수를 통해 대장동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조우형은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검사가 대장동 질문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은 애초에 수사 대상이 아니었기에, 로비도 없었단 논리를 펼쳤다. 

조우형, 천화동인 6호 차명주인이자 비자금 전달과 세탁 의혹에도 수사망 피해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조우형은 대장동 자금책 이상의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조우형이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불법에 가담한 정황이 담겨 있다. 일례로 조우형은 2014년 남욱이 ‘42억대 불법 비자금’을 만들 때, 돈의 전달과 세탁을 맡은 것으로 나온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9월 대장동 수사를 시작한 검찰이 조우형이 282억 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6호의 차명 주인이란 사실을 파악하고도 입건하지 않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분양업자 이기성이 대장동 특혜 비리를 폭로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사람도 남욱이나 김만배가 아닌 조우형이었다. 그만큼 조우형은 대장동 사업에서 적지않은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이번에도 검찰 수사망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