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韓경제 생존법 찾기]
④고금리 충격을 줄여라
이자 부담에 소비 둔화→경기위축→자영업자 부실 우려
자산가치 하락 더할 경우 충격 가중
“정책 유연성 확보…취약차주 보호 대책 강구해야”
2일 서울의 한 은행 앞 대출 관련 현수막. /연합뉴스
세후 월 급여액이 450만원인 30대 직장인 A씨는 2020년 9월 전세자금대출 2억5000만원을 받아 이사를 갔다. 대출 신청 당시 월 이자액은 60만원가량.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 충분히 감내할만한 비용이었다. 하지만 2022년 4월 이자상환액이 80만원으로 뛰더니 지금은 120만원까지 올랐다. 대출을 받았을 때 내던 이자의 2배 수준이다. 가계부엔 비상등이 켜졌다. 이자 비용 급증으로 ‘가계수입-지출’이 적자가 됐다. 4인 가구의 생활비를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물가 상승으로 한계가 있었다. A씨는 아내에게 “외식을 자제하자. 자가용도 덜 타겠다.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고 했다.
2020년 주택담보대출을 4억원 받아 집을 구입한 40대 직장인 B씨도 요새 밤잠을 설친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대출을 받은 B씨가 매달 갚는 금액은 169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가 8%대로 뛰게 되면 B씨가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은 290만원을 넘게 된다. 월 급여액의 65%를 대출 상환에만 써야 하는 상황이다.
◇ 금리인상→이자부담 급증→소비 둔화→자영업 부실 확대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이 공동발표한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917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가구당 평균 부채액이 9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해당 조사 시행 이후 처음이다. 특히 29세 이하 가구의 빚이 전년 동기 대비 41.2% 증가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로 집을 매수하거나, 주식 투자를 늘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 2021년말 연 1.00%에서 지난해말 3.25%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2~3%대였던 주담대 및 신용대출 금리 또한 6%를 넘어서는 등 두 배 이상 급등했다. 가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늘어난 이자 부담은 내수 경제를 옥죄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증가한다. 작년말 대비 기준금리가 2.25%p 오른 것을 감안하면, 대출자 1인당 연 이자는 147만6000원 불어난 셈이다.
가계의 빚 부담 증가는 소비 둔화로 이어진다. 늘어난 이자 만큼 소비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2023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급격한 소비 둔화는 경기 위축을 더욱 가중시킨다.
소비 둔화의 탄알은 자영업자를 향한다. 매출이 줄은 자영업자들은 원금과 이자를 갚기 버거워지고, 결국 연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은은 2022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담은 ‘자영업자대출의 부실위험규모 추정 및 시사점’에서 금리상승으로 향후 자영업자의 부실위험률은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경기부진이 심화할 경우, 부실위험률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봤다. 차주 유형별로 금리 및 성장률 충격 발생시 비취약차주 부실위험률은 1.9%까지, 취약차주 부실위험률은 16.8%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책효과가 소멸될 경우 취약차주의 부실위험률은 19.1%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신규 대출도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신용대출 중단 및 햇살론 상품 신청을 중단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조달금리는 급증했는데 법정최고금리는 상한선이 정해져 있어, 악성 채무가 증가할 경우 수익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대출을 줄이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경착륙 현실화되면 상환 불가능 가계 빚 급증
부동산시장 경착륙으로 자산 가격 급락이 겹치게 되면 가계부채 리스크의 위험성은 더 커지게 된다. 부동산 등 자산에 돈이 몰려 있는 상황에 금리 부담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거래 절벽이 발생하면 주택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진다. 연체율은 급증하게 되고, 금융기관과 금융시스템의 연쇄적인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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