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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차례상 '전통'은 이렇다…소박한 퇴계 이황의 차례상

천사요정 2023. 2. 2. 06:15

2021.02.02 

퇴계 이황 종가의 설 차례상. 술, 떡국, 전, 포, 과일 5가지만 차례상에 올렸다. 조상 세 분을 함께 모셔 술과 떡국이 세 개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설 차례상에 얼마나 많은 음식을 올려야 할까. 민족의 대명절이니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야 마땅할 것 같은데, 막상 음식 준비 생각만 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조현재)이 2일 예상 밖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차례상에 음식을 많이 올리지 않는 것이 외려 전통을 따르는 것이란다.

 

예법을 지키겠다면 다섯 가지 음식 정도만 올리는 게 맞는단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실제 사례로 제시한 차례상이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이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는 설 차례상에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만 올린다. 과일도 수북이 쌓지 않는다.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만 쟁반에 담는다. 퇴계 이황(1501∼1570)이 누군가. 한국 성리학의 대가 아니신가. 퇴계 선생이 워낙 청렴하게 사셨으니 혹여 너무 소박한 게 아닐까 싶지만, 여기에도 근거가 있다.

 

제례 문화 지침서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그 근거다.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인사를 드리는 의식이다. 차 같은 간단한 음식만 올려 차례(茶禮)다.

 

설날과 추석에 치르는 의식을 제사(祭祀)라 부르지 않는 까닭이다.

 

『주자가례』를 따른 설 차례상. 술, 차, 과일만 올린다. [그래픽 한국국학진흥원]

 

『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 한잔, 차 한잔, 과일 한 쟁반만 올라간다.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 것이 법도에 맞는 절차다. 퇴계 종가 차례상과 비교하면 『주자가례』의 차 대신에 떡국과 전, 북어포가 올라간다.

퇴계의 소박한 차례상은 『주자가례』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원래 간소했던 차례 음식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점차 늘어난 것으로, 술·떡국·과일을 기본으로 하고 나머지 음식은 집마다 사정에 맞춰 조절하면 된다(김미영 수석연구위원)”는 게 국학진흥원의 설명이다.

경북 지역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온갖 산해진미로 상이 가득 찼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조현재 원장은 “올 설 연휴는 코로나19 제한 조치로 직계가족도 5명 이상 모이지 못한다”며 “이번 기회에 차례상의 원래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84311

 

원래 차례상 '전통'은 이렇다…소박한 퇴계 이황의 차례상 | 중앙일보

한국국학진흥원이 실제 사례로 제시한 차례상이 퇴계 이황 종가의 차례상이다.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 종가는 설 차례상에 술, 떡국, 포, 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만 올린다. 『주자가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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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 휘어진 설차례상? 화폐 얼굴 새긴 명문가 예법대로면 [e슐랭 토크]

2022.02.06

어동육서(魚東肉西), 홍동백서(紅東白西), 조율이시(棗栗梨枾), 좌포우혜(左脯右醯)….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때 ‘제사상 차리는 법’에 해당하는 사자성어들이다. 각각 상을 차릴 때 ‘물고기는 동쪽에, 고기는 서쪽에’,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과일은 대추·밤·배·감 순으로’, ‘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산해진미 한 상 가득 올리는 차례상 차리는 데 수십만원

일반 가정의 명절 차례상. 연합뉴스

이런 방식에 맞춰 명절 차례상에는 온갖 음식들이 올라간다. 나물이나 전, 산적은 물론이고 생선, 통닭, 떡, 과일이 필수로 올라가고 지역에 따라 문어나 돔배기(상어 고기)를 올리기도 한다. 큰 상에 더는 놓을 음식이 없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올려야 하는 음식 종류만 25~30가지다. 한 번 차례상을 차릴 때마다 40만~50만 원이 깨지는 집도 흔하다.

명절 차례는 어떤 연유로 시작됐을까.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는 설날이면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陳設·음식을 상에 차림)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으로서 차례를 지낸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했다.

 

주자가례

중국 명나라 때에 구준(丘濬)이 가례에 관한 주자의 학설을 수집해 만든 책. 주로 관혼상제(冠婚喪祭)에 관한 사항을 담았다. 궁궐에서부터 일반 서민에 이르기까지 지켜야 할 덕목을 잘 정리해 놓았다. 16세기 사림은 예학을 강조해 이 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오늘날 나타나는 것처럼 ‘산해진미’가 빽빽하게 올라간 차례상은 『주자가례』에 나와 있지 않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주자가례』에는 ‘과일을 담은 쟁반 하나와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각각 진설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세 가지 음식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경북 안동 퇴계 이황종가 설차례상.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명문가에선 오히려 간소한 차례상

실제 조선시대 공조참의를 지낸 석담(石潭) 이윤우 선생의 경북 칠곡군 석담종가에서도 그 예법을 엿볼 수 있었다. 의관을 정갈히 갖춘 이들이 설을 맞아 차례를 지내는 중 차례상 위 모습이 시선을 끈다. 차례상 위에 전과 떡, 과일 몇 가지와 마른오징어가 전부여서 휑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도 차례에 참여한 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통보다는 방역을 우선한 선택이었다. 제사를 마친 뒤에는 음복을 바로 하지 않고 제수에 쓴 음식들로 도시락을 싸 친척들과 나누기도 했다.

‘상다리 휘어지게’ 차례상을 차리는 일반 가정과 큰 차이를 보인 명문가는 또 있다.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퇴계 이황 종가는 술과 떡국, 북어포, 전, 과일 등 다섯 가지 제수만 차례상에 올린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감·사과·귤을 각각 1개씩 담는다. 『주자가례』와 비교해서는 차가 생략된 대신 떡국과 전, 북어포를 추가한 상차림이다. 오늘날 화폐에 얼굴이 새겨질 정도로 이름을 떨친 학자 집안이지만 차례상은 소박하다.

지난해 2월 12일 설날 경북 칠곡군 석담 이윤우 사당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켜 4명의 종친만 참석한 가운데 차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 칠곡군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현대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제수가 올라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 차례상 모습을 조사한 결과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그 외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역병 땐 차례 생략…“시대 맞게 예법도 변화해야”  

역병이 유행할 때 명절 차례를 생략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경북 예천에 살았던 초간 권문해는 『초간일기』(1582년 2월 15일자)에서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고 했다. 안동 하회마을의 류의목은 『하와일록』(1798년 8월 14일자)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 안동 풍산의 김두흠 역시 『일록』(1851년 3월 5일자)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는 설날이면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陳設·음식을 상에 차림)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으로서 차례를 지낸다고 설명돼 있다. 사진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주자가례』나 종가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되,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우리 제례문화도 시대의 변화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과 같이 전염병이 창궐할 때는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일상의 변화를 통해 차례의 예를 바꿀 필요도 있다”고 했다.

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 : "추석엔 원래 차례 지내는 거 아닙니다."

 

17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이들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지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2018.9.17 ⓒ뉴스1



″추석엔 원래 차례를 지내는 게 아니에요.”

이것은 조선시대 성리학의 기초를 세운 퇴계 이황의 17대 종손, 이치억(42) 성균관대 유교철학·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원의 말이다.

22일 동아일보가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추석은 그냥 평범한 연휴나 다를 게 없”이 보낸다고 한다.

“추석을 어떻게 보내느냐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차례도 지내지 않고…. 아버지 모시고 가족들이랑 근교로 나들이나 갈까 해요.” (동아일보 9월22일)

이 ‘뼈대 있는 가문’의 남다른 추석은 “10여년 전 이 연구원의 부친이자 이황의 16대 종손인 이근필 옹(86)의 결단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는 집안의 다른 어른들도 변화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퇴계 이황(1502~1570). ⓒundefined undefined via Getty Images


 이 연구원은 ‘예(禮)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계 종가는 제사상이 단출하기로도 유명하다. ‘간소하게 차리라’는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 때문이다. 한때는 1년에 20번 가까이 제사를 지냈지만 현재는 그 횟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만약 집안 어른이 자손들에게 조선시대의 제사 형식을 고수하라고 한다면 그 제사가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손들이 등을 돌려 아예 없어지고 말 거예요. 예(禮)란 언어와 같아서 사람들과 소통하면 살아남지만,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죠. 시대와 정서에 맞는 변화가 필요해요.” (동아일보 9월22일)

선조인 퇴계의 철학을 전공으로 박사논문을 받은 이 연구원은 ”우리가 전통이라고 믿는 제사도 조선시대 어느 시점에 정형화된 것인데 그게 원형이라며 따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집단주의적 성향의 원인을 유교문화로 돌리”겠지만 사실은 ”유교야말로 개인의 존엄과 주체성,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상”이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유학사상에 따르면 나는 공동체에 종속돼 때로는 희생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온전한 ‘내’가 존재함으로써 공동체의 조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뉴스1



그렇다면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 하는 제사·차례상차림 ‘격언’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동아일보는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신예기(新禮記)’ 기획 기사에서 명절 차례상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바로잡았다. 

그 중 대표적인 건 ‘차례는 안 지내도 그만’이라는 부분이다. 이에 따르면, 유교에서는 원래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조선 후기 너도 나도 양반 경쟁을 벌이면서 차례상이 제사상 이상으로 복잡해졌다”는 설명이다. 

만약 관례상 차례를 지낸다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는 게 유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명절 최대의 중노동 중 하나인 ‘전 부치기’도 ”잘못 전해진 예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유교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발 제사상에 전 좀 올리지 마세요. 유교에서는 제사상에 기름 쓰는 음식 안 올려요. 그건 절(사찰)법이라고요. 전 부치다 이혼한다는데, 조상님은 전 안 드신다니까요.” (방동민 성균관 석전대제보존회 사무국장) (동아일보 9월22일) 

ⓒsinsy via Getty Images


  
한국일보도 22일 보도에서 서정택(68) 성균관 전례위원장, 박광영(46) 성균관 의례부장의 말을 인용해 ‘상다리 휘어지는 차례상’은 유교의 예법이 아니라고 전했다.

이들은 ”차례는 말 그대로 차(茶)나 술을 올리면서 드리는 간단한 예(禮)를 뜻하는데, 이를 기제사상과 혼동해 거나하게 차려내는 관습과 과시욕이 명절의 참된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명절 노동’을 여자만 하는 현상이나 제사에 여성들을 참여시키지 않는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서 = 요즘에도 준비를 같이 안 하는 남자분들이 있나? 그것 참 잘못됐다. 기본은 여자들만 하는 게 아니라 남성들도 같이 봉양을 해야 하는 게 맞다. (...) 정말 인식이 잘못됐다. 저희가 예의를 가르칠 때도 부부가 서로 존댓말 쓰고 절을 해도 맞절을 하라고 하는데, (...)

(중략)

박 = 준비는 여성들만 하고 차례에는 남성들만 참여한다는 식의 인식 자체가 유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 항상 함께 준비하되 다만 할 일이 좀 달랐던 거다. 이제라도 아버님 어머님이 솔선해서 같이 준비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 주면서 새로운 명절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오히려 예법을 중시하는 가문에서는 남성이 음식준비를 했는데, 그게 바른 모습이고 예법에 맞는 거다. (...) (한국일보 9월22일)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75287 

출처 : 허프포스트코리아(https://www.huffingtonpost.kr)

 

퇴계 이황 17대 종손의 한마디 : "추석엔 원래 차례 지내는 거 아닙니다."

차례상을 차린다면 "과일과 송편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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