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대출 연체 잔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고금리 기조 속 부동산 경기 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금융권의 PF 부실 위험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 우려에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부동산 경기 부진이 금융시장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2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 금융권(카드사 제외)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말(4838억원) 대비 137% 가량 늘었다.
대출 연체 잔액은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발생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살피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대출 잔액 대비 연체 잔액 비율인 연체율은 0.92%로 2021년 말(0.38%)보다 0.54%포인트 올랐다.
업권별로는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 잔액이 3638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대출 잔액은 4조4601억원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 규모가 작았음에도 가장 많은 연체 잔액을 기록했다. 자연히 연체율도 전 금융업권 중 가장 높은 8.16%를 기록했다.
증권사의 경우 PF 대출 규모 자체가 작아 사업장 1~2곳만 부실이 발생해도 연체 비율이 크게 오르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아직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PF 대출액(45조4906억원)이 가장 많은 보험사의 PF 연체 잔액은 1767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은 0.39%를 기록했다. 은행의 연체 잔액은 115억원, 연체율은 0.03%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21년 말까지 하락하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상승세로 전환했다”며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최근 대우건설이 울산 동구의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의 후순위 대출 보증(브릿지론) 440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금융권은 이런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지 않을지 긴장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을 우려해 시공권을 반납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브릿지론은 건설사가 사업 시행 인가 전 용지 확보 등을 위해 금융사들에 빌리는 자금이다. 사업 추진이 확실시되면 PF로 전환되는 게 일반적인데 건설사가 사업에서 발을 빼 PF로 전환되지 못할 경우 사업에 자금을 댄 금융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 사례의 경우 상환 능력에 문제가 발생한 상황은 아니어서 과도하게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지방 사업장 등 사업성이 떨어지는 미착공 현장에서 대우건설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대우건설의 시공권 포기는 부동산 불안이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경기 부진이 금융시장으로 옮겨붙는 사태를 막기 위해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 부동산 경기 하락 등으로 부동산 PF와 건설사 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PF 사업 리스크와 건설사 유동성 상황 등을 집중 점검하고 선제적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금융당국은 그간 개별 금융권역별로 관리한 부동산 PF 관리 체계를 사업장 단위로 개편하고 PF 사업 진행 상황에 대한 분석 체계를 점검한다. 또 부실 PF 사업장의 자율적인 정리를 유도하는 PF 대주단 협의회 출범도 지원하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금융 전업권의 부동산 PF에 경고등이 켜졌다”라며 “금융당국은 사업장 단위의 정기 점검을 통해 정상 PF에는 원활한 자금 지원을, 부실 PF는 자산 매입을 지원하는 등 맞춤형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https://v.daum.net/v/2023021217064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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