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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양 공공도서관, 문재인·촛불 관련 책 구매 막았다

천사요정 2018. 6. 27. 12:00
작년 대선 앞두고 지역 10개 시립도서관 등에
이재명·박원순 관련 책 구매 막고 이용도 제한
민선7기 시정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서 밝혀져
당시 평생학습원장 “공무원 정치적 중립 위해”

안양시 평생학습원이 시립도서관에서 뽑은 이른바 ‘도서 블랙리스트’
안양시 평생학습원이 시립도서관에서 뽑은 이른바 ‘도서 블랙리스트’



경기도 안양시가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촛불혁명’ 등과 관련된 공공도서관 도서 구매를 막은 것은 물론 대출까지 막았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사실은 민선 7기 안양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26일 평생교육원과 안양시립도서관 등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27일 인수위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3~4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안양지역 10개 시립(공공)도서관 등에서 특정 정치성향의 도서 구매를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용제한 조처가 이뤄졌다.

공공도서관의 도서 구매는 전문직 사서들의 논의를 통해 제안되는데, 도서 구매목록이 평생교육원장 결재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 관련 서적과 특정 정치적 이념을 다룬 책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민주화운동과 촛불 혁명 관련 도서들도 임의로 시민들의 이용이 제한되는 조처가 내려졌다고 인수위는 설명했다.

이용제한 조처는 도서관을 찾은 특정 도서에 대해 이용자 검색이 안 되도록 하고 별도로 관련 도서를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한 시립도서관에서는 <최순실과 예산도둑들>이라는 도서에 대해 이용제한 조처를 했다. ‘재판 중인 사건의 이야기를 담은 도서를 공공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유다.

또, 문재인 대통령 관련한 도서 <문재인 스토리> <문재인의 서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관련된 도서인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 <이재명은 합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박원순, 생각의 출마> <박원순과 도올, 국가를 말하다> 등이 이용제한 조처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평생학습원장은 “특정정치인에 대한 도서를 비치하고 대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의 업무지시를 통해 이런 조처를 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한, 1989년 방북했던 임수경 전 의원의 <참 좋다! 통일세상>과 <최순실과 예산도둑들> <평범한 주권자의 탄핵공부> <학생운동. 1980> 등 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 관련한 도서들에 대해서도 다른 도서로 교체하거나 같은 조처가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확인결과, 지난해 3월24일 안양시 공공도서관 운영을 담당하는 평생학습원은 10개 도서관에 비치된 68권의 정치이슈 관련 도서 구매 목록을 제출받아 이용제한 조처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 목록에 대해서는 구매를 하지 말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양시 평생교육원장을 지낸 최동순 현 안양시 복지문화국장은 “대통령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여서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특정 후보와 관련된 도서를 구매하거나 대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도서관장들에게 말한 적은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선이 끝난 5월9일 이후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정치관련 이슈 도서 목록을 작성해 보고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최대호 안양시장 당선자는 관련 보고를 받고 “국민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를 보장하여야 하는 공공도서관은 이념·정치적·종교적 검열이나 상업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근본적인 혁신과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안양/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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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50820.html#csidxc33dc4b96da40758229aa9018b814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