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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전세사기 피해자들 보증금, 재판서 ‘피해금’ 인정받지 못했다

천사요정 2023. 4. 18. 15:27
인천 전세사기 피해자 3명 보증금
‘건축왕’ 재판서 ‘피해금’ 산입되지 않아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17일 새벽 2시 10분께 30대 여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ㄱ씨의 집 앞쓰레기봉투 안에 있는 단수 안내문.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최근 인천에서 숨진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건축왕’ 남아무개씨 일당으로부터 떼인 돈은 지난달 시작된 남씨 재판에서 피해금으로 산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18일 인천지방법원 누리집의 사건 정보에 따르면, 인천에서 공범과 짜고 전세사기를 일으킨(사기) 혐의를 받는 건축업자 남아무개(61)씨의 공판 기일은 다음 달 3일이다. 남씨는 지난해 1~7월 공범과 짜고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를 전세 계약해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달 15일 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이 피해규모로 산정한 161채에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의 집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이 피해규모로 잡은 것은 지난해 이뤄진 임대차 계약에 한정됐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숨진 채 발견된 박아무개(31)씨는 2019년 9월 최초 임대차 계약을 한 뒤 2021년 9월 재계약을 했다.
지난 14일 숨진 20대 임아무개씨는 지난 2019년 최초 임대차 계약을 한 뒤 2021년 재계약을 했으며, 지난 2월28일 숨진 박아무개(38)씨도 2021년 임대차 계약을 했다.
당초 경찰은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이뤄진 임대차 계약만을 전체 피해규모로 산정해 남씨 일당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남씨가 전세사기 일당에게 “사정이 좋지 않으니 보증금을 올려서 계약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시점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임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고 임대차 계약을 해 사기 혐의가 성립된다는 이유에서다.하지만 법원은 “피의자의 가담 정도 및 취득한 이익에 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남씨 일당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경찰과 검찰은 남씨 소유의 아파트 등이 임의경매로 넘어가기 시작한 지난해 1월부터 이뤄진 임대차 계약을 전세사기 피해규모로 재산정해 남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2021년에 이뤄진 임대차 계약은 피해규모에서 빠지면서, 17일 숨진 박씨와 지난 2월 숨진 박씨가 임대차 계약을 한 조아무개(42)씨, 임아무개(35)씨는 기소 대상에서도 빠졌다.이와 관련해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2021년 임대차 계약을 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인데, 그런 수사 결과에 아쉬워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나”라고 말했다.
경찰은 2021년 이뤄진 임대차 계약에 대한 보완수사를 조만간 마무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조씨와 임씨 등 현재 기소되지 않은 전세사기 일당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과 협의해 전세사기가 명확한 것을 우선 송치를 했다”며 “2021년 이뤄진 임대차 계약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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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