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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있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보다 6.15포인트(0.26%) 내린 2,402.58로,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1.39포인트(2.62%) 떨어진 795.00으로 마감했다. /연합
초단기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이달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를 연결고리로 발생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급증한 위탁매매 미수금 잔액과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이 테마주 열풍과 2차전지 쏠림현상을 거치며 계속 불어나는 모양새다.
미수거래는 주식 매입대금의 40% 정도를 증거금으로 내고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초단기 외상거래다. 통상 만기를 3개월 안팎으로 설정하는 신용거래융자와는 구분된다.
미수금은 미수거래를 위해 빌린 돈으로 3일 내에 변제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계좌에 있는 주식을 강제로 청산해 회수한다. 반대매매에 나서는 것이다. 반대매매가 진행되면 증권사는 개장 전 물량을 하한가로 매도한다. 개장 전 동시호가 시작과 함께 매도 물량이 대거 출회되고, 이는 주가 하락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미수금 잔액이 증가하는 것은 주가 낙폭을 키우는 뇌관이 되는 셈이다.
최근 증시는 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3고(高)에 기업들의 3분기 어닝쇼크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약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2800선까지 제시했던 4분기 코스피지수 고점을 2600선 전후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은 증시에 겹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반대매매 폭탄을 통해 주가 하락을 더욱 부추길 수 있어 개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잔액은 5669억원,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3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월 대비 각각 3.3배, 4.3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미수금 잔액은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일평균 미수금 잔액과 반대매매 금액은 2000억원과 100억원 안팎을 오가다 지난 4월 터진 CFD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대폭 증가했다. 월별로 일평균 미수금 잔액과 반대매매 금액 추이를 보면 3월 2098억원·234억원, 4월 2330억원·176억원, 5월 4922억원·489억원, 6월 4725억원·467억원, 7월 5456억원·569억원 등으로 나타나는 등 5월부터 크게 늘었다. 올해 반대매매 금액이 가장 많았던 거래일은 7월 3∼4일로 테마주 하한가 사태에 따라 거래가 막혀있던 5개 종목의 거래가 재개된 날이다. 이후 8월과 9월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514억원, 510억원으로 줄더니 이달 들어 다시 53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4월 CFD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해당 종목에 신용거래와 미수거래를 한 고객들도 있었다"며 "당시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미수금 잔액과 반대매매 금액이 급격히 늘어났고, 7∼8월 테마주의 등락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가 미수 채권을 회수하거나 고객이 파산하는 등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 한 미수금 잔액은 계속 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의 반대매매 통계에는 신용거래융자에 따른 반대매매 금액은 포함되지 않고 미수거래에 의한 것만 잡힌다. 하지만 비슷한 속성의 레버리지(차입) 투자라는 점에서 두 거래로 발생하는 반대매매 금액은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로 돈을 빌리고 난 뒤 투자자들이 상환을 마치지 않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8월 20조5573억원으로 정점에 달했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말 20조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이달 12일에는 18조5461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 말 10조원이 넘었던 코스닥시장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8조7866억원으로 줄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며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날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바닥으로 인식해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지수가 내릴 때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줄어든다는 것은 자발적인 손절매 또는 증권사에 의한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빠르게 늘어났던 2차전지 업종이나 코스닥지수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가격 조정이 손절매성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또다시 매도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구영 기자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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