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출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1~8월 중국 자동차 수출은 약 321만대로, 작년 1·3위였던 일본(277만대)·독일(207만대)을 압도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2021년 한국을 제치고 처음 3위를 차지했고, 지난해엔 독일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선 중국은 올해 부동의 자동차 수출 1위였던 일본마저 제치게 된다.
특히 이 중 108만대는 중국에서 ‘신에너지차’라고 부르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였다. 중국이 수출하는 전기차 중 25% 안팎은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중국 공장 등에서 나오지만, 나머지는 상하이자동차나 BYD(비야디) 등 중국 기업 제품이다. 주요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올해 내연차보다 비싼 가격, 줄어드는 보조금, 불편한 충전 인프라 등으로 전기차 판매 상승세가 주춤하다. 반면 중국은 국내에서 신에너지차 비율이 약 30%까지 올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에서도 올해 점유율 세계 1·2위가 CATL·BYD 등 모두 중국 기업이다.
이처럼 중국 전기차가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파죽지세로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자 나라마다 비상이 걸렸다. 작년 8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작으로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관세 등 ‘전기차 무역 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핵심은 반(反)중국이다.
◇미국 이어 프랑스·이탈리아·일본 등에 확산
미국·유럽 등 중국 전기차 견제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보통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20~40% 안팎 가격이 비싼데, 중국 전기차는 자국 기업에서 저렴하게 배터리를 조달해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고, 이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8월 미국이 도입한 IRA 방식의 전기차 보호주의가 세계로 확산하는 중이다. IRA는 정부 보조금을 받으려면 전기차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 하고 배터리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 비율도 일정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 게 골자다. 프랑스가 이를 벤치마킹해 내년 1월부터 전기차 생산·유통 때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은 물론 한국이나 일본 같은 유럽 이외 지역에서 수입되는 전기차는 차량을 운송할 때 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대부분 보조금을 못 받을 전망이다. 이탈리아 역시 전기차 제조·유통 중 탄소 배출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선 중국 전기차를 겨냥한 정책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자국 내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전략물자 생산 기반 세제’ 정책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는 미국 IRA와 유사한 제도로,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배터리의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에 중국 정부가 지급한 보조금에 불법 소지가 없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도 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 전기차 수입에 관세를 면제하고 있지만 앞으로 3년에 걸쳐 세율을 최고 35%까지 높일 방침이다.
◇배터리 광물은 ‘자원민족주의’
자동차 생산 인프라는 없지만,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을 가진 나라에서는 전기차 산업에 올라타기 위한 ‘자원민족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리튬 매장량 세계 10위인 멕시코는 지난 9월 말 중국 기업에 줬던 채굴권을 회수해버렸다. 멕시코는 지난해 리튬 채굴이나 상업화를 정부가 독점할 수 있게 하는 법도 만들었다. 리튬 매장량 세계 1위인 칠레도 지난 4월 리튬 산업 국유화를 발표했고, 인도네시아는 2019년부터 니켈 수출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말레이시아도 지난 9월 총리가 희토류 원료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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