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AI보다 새들에게 더 치명적인 농약
폐사·번식 장애 등 불러와 새 멸종 가속화
먹이사슬 따라 축척돼 생태계 파괴 원인도
[한겨레]
“엄마! 저기 논 한가운데 뭔가가 있어! 새 같아.”
평화로운 시골마을 논에는 새들이 자주 찾아온다. 운전 중이라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곤충이나 수생동물들을 잡아먹으러 온 물새들이겠거니 생각했다.
“응. 우리 집 앞 논에 자주 오는 백로 아니야? 저번에 엄마가 말해줬지? 목과 부리가 길고 온몸이 하얀데 날씬한 동물이 바로 백로라고…”
“아닌데? 색깔이 더 진해. 갈색이에요. 몸도 뚱뚱하고.”
“그래? 그럼 오리들이 찾아온 모양이로구나.”
“그런데, 엄마! 움직이지 않아요. 누워있어. 그 위로 까마귀가 몰려있는데?”
무슨 일일까? 자세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차를 길가에 멈추었다. 논 쪽을 바라보니 아이 말대로 논 한가운데에 무언가 짙은 갈색의 덩어리가 보였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야생오리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었다. 이미 죽은 지 며칠은 되어 몸이 온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따라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오리가 논바닥에서 죽은 모양이야.”
“왜 죽은거에요?”
물속에는 올챙이나 다른 생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농약 때문인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에도 십여 마리씩 다치거나 아파서 들어오는 새들 중에는 어미를 잃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유리창에 부딪혀서 머리가 손상되거나 날개가 부러진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많이 오는 경우가 농약에 중독된 새였다. 농약에 중독된 새는 비틀비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눈가와 다리가 청색으로 변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중독 증상이 경미하면 해독제와 수액을 통해 잘 치료하여서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만, 대부분 야생동물들은 끝까지 버티다 구조되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겨내지 못하고 상당수가 죽고 말았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중 아이가 물어왔다.
“농약 때문에 왜 죽어요?”
“농약이나 제초제 등은 벼를 보호하는 대신, 거기에 살던 곤충들이나 올챙이, 개구리 등을 중독시켜 다 죽인단다. 농약을 적은 양으로 뿌리더라도 그렇게 죽은 먹이들을 오리가 계속해서 많이 먹게 되면 오리도 중독이 돼버리지. 농약은 동물의 몸속에 계속 쌓이거든.”
“아, 그럼 저 까마귀는요? 죽은 오리를 먹은 거 같았는데…”
“그러게. 농약 때문이 맞다면 까마귀까지 중독될 수도 있어. 많은 맹금류나 다른 육식동물들이 그 이유로 죽기도 해. 얼마 전에 자연에 복원시킨 여우도 몇 마리가 그래서 죽었다고 들었어.”
우울해진 우리 가족은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 앞 논이 보였다. 마을 할아버지가 직접 농사를 짓는 논이었다. 밤마다 개구리 소리를 들려주던 바로 그 논이다.
“어! 저기에 아까 그 오리를 닮은 새들이 2마리나 같이 있어요!”
가까이 가보니 맑은 물에서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마침 주인 할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궁금함과 걱정을 담아 물어보았다.
“아저씨! 이 논에도 농약을 치시나요?”
“아니, 안쳤지. 우리 아들·며느리랑 손주들 먹이려고 키우는 건데 절대 안하지.”
“아, 다행이다. 그럼 할아버지 논에서는 새들이 안 죽겠네요.” 아이들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새들이 귀찮지는 않으세요? 농사를 방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유기농 농사가 고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내가 물었다.
“저것들도 생명인데 함부로 농약을 칠 수 없지. 개구리도 새도 살 수 있어야 건강한 논인 거고 건강한 쌀이 나오겠지.”
할아버지가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엄마, 우리도 새들도 살리는 건강한 쌀 먹을래요. 새들이 죽는 논에서 난 쌀은 싫어요.”
“그래. 그러자꾸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쌀을 사게 되면 새들이 살 수 있는 논이 점점 더 늘어날 거야.”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난 다시 깨달았다. 새들을 살리는 길은 내가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해야만 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길은 매일매일 나의 생활 가까이에 있었다.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조류의 농약 중독은 그 무섭다는 AI(조류인플루엔자 )보다도 많은 새들을 죽입니다 . 물론 밀렵꾼 등이 뿌린 살충제볍씨에 의한 중독도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 하지만 , 일반적으로 농사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 , 제초제 , 농약 등이 생태계 먹이사슬을 따라 새들의 몸에 축적되어 2차 중독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
중독증이 심할 경우에는 간이나 신장 등에 손상을 일으켜 바로 폐사하지만 , 경미할 경우에는 장기의 기능 이상을 일으키거나 번식 장애를 불러와 새들의 멸종을 가속화하게 됩니다 .
결국 , 동물들을 살려내는 길은 생태계 환경을 살리는 일에 있습니다 . 농약에 오염된 땅과 물은 지금은 새들과 같은 약한 동물에게만 피해를 주고 있지만 ,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싸다고 , 보기에 품질이 더 좋다고 , 생명을 죽이는 농산물을 선택하기 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http://v.media.daum.net/v/20180701121608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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