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환경은

동물을 살리는 논 vs. 죽이는 논

천사요정 2018. 7. 1. 13:53

[애니멀피플] 마승애의 내 이웃의 동물들
AI보다 새들에게 더 치명적인 농약
폐사·번식 장애 등 불러와 새 멸종 가속화
먹이사슬 따라 축척돼 생태계 파괴 원인도


[한겨레]

논에 터전을 잡은 오리들. 화학비료, 제초제, 농약 등에 오염된 곤충 등을 먹은 오리는 2차 중독증상으로 폐사하거나 번식 장애, 장기 기능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저기 논 한가운데 뭔가가 있어! 새 같아.”

평화로운 시골마을 논에는 새들이 자주 찾아온다. 운전 중이라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곤충이나 수생동물들을 잡아먹으러 온 물새들이겠거니 생각했다.

“응. 우리 집 앞 논에 자주 오는 백로 아니야? 저번에 엄마가 말해줬지? 목과 부리가 길고 온몸이 하얀데 날씬한 동물이 바로 백로라고…”

“아닌데? 색깔이 더 진해. 갈색이에요. 몸도 뚱뚱하고.”

“그래? 그럼 오리들이 찾아온 모양이로구나.”

“그런데, 엄마! 움직이지 않아요. 누워있어. 그 위로 까마귀가 몰려있는데?”

무슨 일일까? 자세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차를 길가에 멈추었다. 논 쪽을 바라보니 아이 말대로 논 한가운데에 무언가 짙은 갈색의 덩어리가 보였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야생오리 한 마리가 배를 드러낸 채 누워있었다. 이미 죽은 지 며칠은 되어 몸이 온전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따라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오리가 논바닥에서 죽은 모양이야.”

“왜 죽은거에요?”

물속에는 올챙이나 다른 생물들도 보이지 않았다.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농약 때문인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야생동물 구조센터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하루에도 십여 마리씩 다치거나 아파서 들어오는 새들 중에는 어미를 잃고 들어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유리창에 부딪혀서 머리가 손상되거나 날개가 부러진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 다음으로 많이 오는 경우가 농약에 중독된 새였다. 농약에 중독된 새는 비틀비틀 몸을 잘 가누지 못하고, 눈가와 다리가 청색으로 변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중독 증상이 경미하면 해독제와 수액을 통해 잘 치료하여서 야생으로 돌려보낼 수 있지만, 대부분 야생동물들은 끝까지 버티다 구조되어 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겨내지 못하고 상당수가 죽고 말았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중 아이가 물어왔다.

“농약 때문에 왜 죽어요?”

“농약이나 제초제 등은 벼를 보호하는 대신, 거기에 살던 곤충들이나 올챙이, 개구리 등을 중독시켜 다 죽인단다. 농약을 적은 양으로 뿌리더라도 그렇게 죽은 먹이들을 오리가 계속해서 많이 먹게 되면 오리도 중독이 돼버리지. 농약은 동물의 몸속에 계속 쌓이거든.”

“아, 그럼 저 까마귀는요? 죽은 오리를 먹은 거 같았는데…”

“그러게. 농약 때문이 맞다면 까마귀까지 중독될 수도 있어. 많은 맹금류나 다른 육식동물들이 그 이유로 죽기도 해. 얼마 전에 자연에 복원시킨 여우도 몇 마리가 그래서 죽었다고 들었어.”


논에서 오리들이 먹이를 찾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논밭에 뿌리는 농약은 먹이사슬을 따라 동물에게 축척돼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일부 종의 멸종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울해진 우리 가족은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 앞 논이 보였다. 마을 할아버지가 직접 농사를 짓는 논이었다. 밤마다 개구리 소리를 들려주던 바로 그 논이다.

“어! 저기에 아까 그 오리를 닮은 새들이 2마리나 같이 있어요!”

가까이 가보니 맑은 물에서 올챙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마침 주인 할아버지가 보였다. 나는 궁금함과 걱정을 담아 물어보았다.

“아저씨! 이 논에도 농약을 치시나요?”

“아니, 안쳤지. 우리 아들·며느리랑 손주들 먹이려고 키우는 건데 절대 안하지.”

“아, 다행이다. 그럼 할아버지 논에서는 새들이 안 죽겠네요.” 아이들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새들이 귀찮지는 않으세요? 농사를 방해할 수도 있을 텐데요.”

유기농 농사가 고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내가 물었다.

“저것들도 생명인데 함부로 농약을 칠 수 없지. 개구리도 새도 살 수 있어야 건강한 논인 거고 건강한 쌀이 나오겠지.”

할아버지가 의미심장하게 말씀하셨다.

“엄마, 우리도 새들도 살리는 건강한 쌀 먹을래요. 새들이 죽는 논에서 난 쌀은 싫어요.”

“그래. 그러자꾸나! 더 많은 사람들이 유기농쌀을 사게 되면 새들이 살 수 있는 논이 점점 더 늘어날 거야.”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난 다시 깨달았다. 새들을 살리는 길은 내가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해야만 가능한 것만은 아니었다. 길은 매일매일 나의 생활 가까이에 있었다.


내 이웃의 동물 알아보기


조류의 농약 중독은 그 무섭다는 AI(조류인플루엔자 )보다도 많은 새들을 죽입니다 . 물론 밀렵꾼 등이 뿌린 살충제볍씨에 의한 중독도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 하지만 , 일반적으로 농사에서 사용하는 화학비료 , 제초제 , 농약 등이 생태계 먹이사슬을 따라 새들의 몸에 축적되어 2차 중독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

중독증이 심할 경우에는 간이나 신장 등에 손상을 일으켜 바로 폐사하지만 , 경미할 경우에는 장기의 기능 이상을 일으키거나 번식 장애를 불러와 새들의 멸종을 가속화하게 됩니다 .

결국 , 동물들을 살려내는 길은 생태계 환경을 살리는 일에 있습니다 . 농약에 오염된 땅과 물은 지금은 새들과 같은 약한 동물에게만 피해를 주고 있지만 ,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우리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싸다고 , 보기에 품질이 더 좋다고 , 생명을 죽이는 농산물을 선택하기 보다는 생명을 살리는 농산물을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http://v.media.daum.net/v/20180701121608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