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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계엄 문건 내용 들여다보며 점점 심각성 느껴"

천사요정 2018. 7. 17. 22:27

[경향신문] ㆍ문제 본질 대신 보고한 시점·방식 논란 이어지자 적극 해명
ㆍ청, 7월 초에야 ‘문제’ 판단…관계자 “청·송 장관 쌍방과실”
ㆍ특별수사단, 문건 작성 관여한 기무사 참모장 등 소환 예정

기무사 수사 준비 국군기무사령부 특별수사단이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자 소환을 앞두고 수사 준비를 위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별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17일 국군기무사령부의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검토 문건의 심각성을 즉시 깨닫지는 못했으며, 검토 과정에서 점점 더 위중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무사 문건에 대한 특별지시 등이 지체된 것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보고를 늦춰서이기도 하지만 청와대의 초기 검토 과정에 시간이 걸린 점도 한몫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가 자신들의 책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언급한 것은 보고 시점 등을 둘러싼 혼선만 부각되며 ‘군의 촛불시민 무력진압 시도’라는 사태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을 봤다고 해서 바로 그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성격의 문건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점점 더 그 문건의 내용을 들여다보고 당시 정황들을 맞춰가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참모진이 문 대통령에게 몇 번 보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고하는 과정에서 점점 위중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이해해달라”고 했다.


청와대 설명을 종합하면 참모진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란 제목의 문건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30일 송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이 참석한 기무사 개혁 관련 회의에서였다. 회의는 기무사 제도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송 장관은 해당 문건의 제목만 지나가듯 언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회의 참석자들은 위수령 검토 문서와 비슷한 것 정도로 이해하고 지나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가 6월28일 문건을 청와대에 제출하면서 비로소 문건의 의미에 대한 경각심이 공유됐다. 하지만 청와대가 이날 제출받은 자료에는 ‘기계화사단(6개), 기갑여단(2개), 특전사(6개+)’ 등 구체적 병력 현황을 담은 ‘계엄임무수행군 편성(안)’ 등 별첨 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의 문건 공개에 즈음해 문제의 별첨 자료까지 받았고, 비로소 이 문건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은 이 문건이 ‘실행계획’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돼 ‘위법 소지가 농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인도를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에게 보고됐고, 지난 10일에야 독립수사단 설치 특별지시로 이어졌다.


청와대도 초기에 문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 과정을 언론에 투명하게 밝히지 않은 만큼 관련 공방을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송 장관과 청와대 간의 ‘쌍방과실’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보고 시점에 대한 소모적 논란 때문에 헌법에 반하는 군의 행태라는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조만간 단행될 개각 대상에 송 장관이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송 장관이 이 문건을 즉시 보고하지 않은 데는 나름대로 정무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는 점이 참작되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개각에 있어 더 많은 요인들을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 교체 가능성이 낮은 것은 문 대통령이 더 중요하고 큰 과제로 여기는 ‘국방개혁’ 추진에 있어 해군 출신으로 군 내부의 기득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송 장관을 대신할 인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조만간 기무사 요원들을 소환할 예정이다. 특히 계엄령 검토 문건 작성에 관여하고 세월호 TF에서 활동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합동참모본부 등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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