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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북한산 석탄 의심 첫 첩보, 러시아산 밝혀져”

천사요정 2018. 8. 12. 22:58
“러 항구 석탄 보관기간 최대 3개월
동일 위방 반입품인지 입증 어려워
중요 피의자 혐의 부인·출석 지연도
모르고 쓴 발전소는 '선의의 제3자'
문제된 배 7척 의심 통보 못 받아”

■ 북한산 석탄 반입 늑장수사?

관세 당국은 10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고 반박했다. 그동안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북한산 석탄 반입에 대해 고의로 늑장 수사를 하는 등 제대로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 수사 왜 오래 걸렸나

관세청이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 첩보를 입수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이 때문에 ‘1년이 다 되도록 결과가 안 나온다’며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석환 관세청 차장은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초기에는 의심 수준의 정황이었다”며 “최초 첩보도 원산지가 러시아인 것으로 밝혀져 무혐의 처리했다”고 말했다. 실체적 범죄 정황에 접근하는 시기 자체가 길었다는 얘기다. 관세청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러시아 항구 안의 석탄 보관기간이 최대 3개월로 길어 동일한 위장 반입 물품인지 입증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중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출석을 지연했고 검찰의 보강수사 지휘도 빈번했다는 게 관세청 설명이다.

■ 은행·제철소·발전소는 왜 빠졌나

북한산 석탄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제철소와 발전소, 또 대금 지급 등의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국내 은행 2곳은 이번 기소 의견 대상에서 빠졌다. 석탄 수입의 경우 중개무역의 대가로 현물을 받아 들여온 상황이라 대금 결제가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선철의 경우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위장 수입을 한 뒤 신용장 발급을 통해 대금 지급이 이뤄졌는데, 이 과정을 은행이 “범죄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는 게 관세청 판단이다. 제철소와 발전소가 기소 의견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최종 소비처는 일단 혐의가 없으면 ‘선의의 제3자’다”라고 말했다. 북한산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한 것이어서 범죄가 아니란 설명이다. 다만 북한산 석탄을 사용한 남동발전의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이슈가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미국의 독자제재는 통상적으로 제재 위반 및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이와 관련해 관할 국가가 조사 등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 통관 업무 소홀했나

북한산이 의심되는 석탄을 바로 통관시킨 데 대해 관세청은 “첩보 수준으로 북한산 석탄이라 확정해 통관을 보류시킬 수는 없다”는 반박을 내놨다.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선 일단 통관을 허용한 뒤 사후 조사를 하는 게 통상적인 순서라는 것이다. 사후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미 선의로 취득한 최종 소비처에서 사용이 이뤄진 상태라 압수 조치 등이 불가능했다”고 답했다.

■ 선박 억류는 왜 안 했나

북한산 석탄을 나른 선박에 대해 억류 등의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이 북한 연계 의심 선박을 통보하면 입항 때마다 검색을 하는데, 이번 문제가 된 7척의 배는 그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들 선박의 주요 입출항지가 일본·중국 등이고, 주요 적재 물품도 철강, 강판이어서 의심할 점이 없었다는 게 관세 당국의 설명이다.
이번 수사 결과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선박에 대해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전망이다. 이날 회견장에 배석한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유엔 안보리 북한 제재위원회에 보고할 계획”이라며 “사안의 경중에 따라 선박에 대한 안보리 제재 리스트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문제 선박의 국내 입항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조계완 기자, 대전/방준호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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