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드루킹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포털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의 특별검사팀 수사가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노 의원은 23일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2016년 총선 당시 드루킹 일당이 노 의원에게 5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다시 조사 중이었다.
노 의원은 현장에 남긴 유서에서 금전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으며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의 핵심 인물인 노 의원이 목숨을 끊음에 따라 특검의 조사는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여러 사건과 인물이 얽혀있는 드루킹 사건의 진행 방향을 정리했다.
'드루킹 사건', 대체 어떤 사건인가
민주당원의 포털 댓글 여론 조작 의혹.
'드루킹(본명: 김동원)'이 문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첨단 기술을 이용해 댓글 조회수를 조작하다,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던 시점부터 여당에 '불리한' 방향으로 정치 댓글을 조작한 사건이다.
'드루킹'은 누구?
본명은 김동원(48세)으로 각종 포털 등에 국내외 정세를 분석해 포스팅하던 파워블로거였다. 그가 온라인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이 바로 '드루킹'이다.
그의 블로그 누적 방문자 수는 2018년 3월 기준으로 980만 명에 이른다. 그는 친노무현 및 친문재인 성향의 블로거로 공개적 온라인 지지활동을 하기도 했다.
각종 언론에 따르면 드루킹이라는 이름은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드'의 캐릭터 '드루이드'에서 땄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 '드루이드'는 고대 유럽 마법사 이름이다. 마법사인 '드루'와 왕을 의미하는 '킹(king)'을 합쳐 '드루킹'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드루킹은 댓글조작 본거지로 꼽히는 유령회사 느릅나무 출판사 대표로 있었다. 그는 또 '경제적 공진화(경공모)' 대표로도 활동했다. 경공모는 드루킹이 이끈 온라인 정치사회 모임이다.
댓글 조작 사건, 어떻게 전개돼 왔나?
지난 1월,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네이버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와 관련 수사를 의뢰한다.
그 결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댓글의 추천수를 조작한 누리꾼 3명이 구속됐다.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드러났다. 3명이 야당이 아닌 여당인 '민주당' 당원이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옹호하는 댓글 수를 올리다가 어느 시점부터 비판하는 댓글 수를 올리기 시작한다.
여기서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 모 씨는 온라인에서 '드루킹' 이라는 필명으로 통하는데, 이들은 댓글을 조작하기 위해 매크로라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이를 구현하는 서버인 '킹크랩'을 이용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는 사람이 일일이 입력 하지 않고도 '좋아요' 같은 공감수를 자동으로 올려주는 프로그램이다.
최초 적발된 1월 17일부터 이틀 간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에 사용한 아이디는 2,290여개, 조작 댓글 수만 2만개로 추정된다.
또, 드루킹이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수백 건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드루킹은 지난 5월 18일 자신의 양심선언 성격의 폭로글, 이른바 '옥중편지'를 한 언론사에 전달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의 동의와 지시에 따라 '킹크랩'이라는 첨단 댓글공작 기계를 동원해, 대선 때 일일 보고했고 점검 받았다고 한다.
21일 드루킹 댓글 조작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드루킹 사건' 논란포인트
1.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 연계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드루킹 사건이 '현역 여당 의원'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논란이 불거지자 김경수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메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사건"이라며 "특히 수백건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른 악의적 보도다"고 일축했다.
최초 브리핑에서 서울청장은 드루킹 김모씨와 김의원간 텔레그램 대화에 가운데 기사제목과 온라인주소, URL등이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김씨가 대부분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고 김의원이 확인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김경수 의원도 드루킹에게 기사 URL을 보내는 등 '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수 의원이 "홍보해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 드루킹이 "알겠습니다" 등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인사청탁 및 돈 거래
드루킹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온라인 활동을 하면서 그 댓가로 여당 김경수 의원 등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 관련해서 인사청탁을 하지만 거절당한다.
김경수 의원은 4월 16일 2차 기자회견에서 "지난 대선 이후 드루킹의 인사청탁을 받았고 청와대는 김의원이 추천한 인사를 만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그 어떤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드루킹이 대표로 있는 경공무 측에서 2,700만원이 입금된 정황이 밝혀졌다.
또 김경수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한 모 씨에게 대선 직후인 2017년 9월 25일, 인사청탁성 현금 500만원이 전달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한 보좌관은 이를 두고 드루킹 측에서 실수로 입금을 했기에 돌려주었다고 했지만 돌려준 시점은 '드루킹이 구속된 직후'이다.
3. 대선 기간 여론조작 혐의
드루킹이 첨단기법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해온 것이 드러나면서 그가 대선 기간에도 불법으로 댓글을 조작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초뽀'라는 필명의 드루킹 측근 김모 씨의 자택을 압수수석한 결과 암호화된 USB를 발견했는데 그 안에는 대통령 선거 이전부터 인터넷 기사 9만건에 댓글작업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USB 안에는 필명 '서유기' 박 모 씨가 대선 전부터 기록한 댓글 조작 활동 일지가 있었다. 또 USB 자료에 구체적인 댓글 조작 방법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선 기간 드루킹이 운영하던 단톡방 문자메시지에는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도 보고했다는 내용이 있어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대선 기간 이들의 활동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대선 이전에 '드루킹'을 4차례 만났다는 보도와 관련해 21일 "국민께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