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망록을 공개했다.
이 전 회장이 이명박 피고인에게 수십억원을 건넸지만 인사 청탁이 성사되지 않아
괴로움을 토로한 내용이다.
■ 8월6일 이명박 횡령·뇌물 등 17차 공판
이명박 피고인은 공직 임명 등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찾아낸 뇌물 공여자는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 등 5명이다. 첫 번째로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게 22억6230만원 상당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이명박 피고인 대통령 취임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였던 이팔성 전 회장은 김윤옥 여사와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 형 이상득 전 의원을 통해 뇌물을 전달하면서 이명박 피고인에게 금융기관장 자리를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이 작성한 비망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내밀한 인사 청탁의 기록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과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판사:지금부터 이명박 피고인 재판 시작하겠다. 오늘은 뇌물 부분을 서증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이팔성 회장 경력 사항이다. 한일은행 출신으로 한빛증권 대표이사, 우리증권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5년 서울시에 스카우트돼서 서울시향 대표이사를 맡았다. 2008년 6월27일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 차례 연임한 뒤 2013년 6월 퇴임했다. 이팔성은 검찰 조사에서 “고려대 동문으로 이명박 피고인은 간혹 보는 사이였다. 서울시장 시절 MB가 저를 찾아와 서울시향을 맡아달라고 했다”라고 진술했다.
이팔성 주소지 압수수색 수사 보고에 대해 설명드리겠다. 2018년 2월21일에 압수수색 집행 도중 사람 이름과 금액이 적힌 명함 크기 메모지를 수사관이 발견했다. 수사관이 이팔성에게 무엇이냐고 묻자 이팔성이 급히 입 안에 넣고 씹어 삼키려고 해 제지하던 수사관이 다쳤다. 이팔성이 씹던 걸 꺼내서 펴놓은 게 이 명함 크기 메모지이다(글자가 약간 번진 메모지 사본을 실물 화상기에 비췄다). 이팔성은 일지처럼 비망록을 썼는데, 그중 (MB에게) 돈 준 부분을 추려서 메모로 작성한 거라고 한다.
이팔성이 인멸하려던 메모지를 보면 맨 위에 ‘이상주’라고 씌어 있고 ‘2007 1/24 5,000’이라고 적혔다.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뜻이다. 4월8일에는 10,000. 1만 달러를 잘못 적었다고 한다. 7월29일 1억원, 8월6일 1억원, 8월18일 2억원, 12월5일 1억원, 12월12일 5억원, 2010년 12월16일 1억원, 2011년 1월25일 1억원, 2011년 2월1일 1억원이 적혀 있다.
다음으로 이팔성이 1회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을 보겠다. 이상주(MB 사위) 변호사에게 어떤 식으로 돈을 전달했는지 묻자 이렇게 답한다. “1만원권을 100만원 단위로 띠지 또는 고무줄로 묶고 저렴한 가방을 구해 가방 한 개당 1억원을 넣었다. 2007년 12월12일 워커힐(호텔)에서 5억원을 전달할 때는 제 차 트렁크에서 가방 5개를 꺼내 이상주의 승용차 트렁크에 옮겨 실었다.”
다음은 이팔성 본인이 작성한 비망록 사본이다. 2008년 1월10일부터 5월13일까지 전체 41장 분량이다. (이하 굵은 서체는 비망록 기재 내용)
1/11 이 변호사로부터 Tel. PM 10시경 귀가하므로 가봉을 요청함. PM 9시경 자리를 끝내고 동아일보사에서 김○○ 사장을 기다림. 만나서 22:00 삼청동 본관으로 감. 가서 가봉함. 사위들 두 사람까지 가봉함.
이 변호사는 이상주 변호사를 뜻하고 Tel은 통화를 했다는 의미이다. 당시 이명박 피고인은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라 서울 삼청동 안가에 거주하고 있었다. 이날 △△라사의 김○○ 사장을 데려가서 피고인과 사위 두 명의 양복을 가봉했다는 내용이다.
1/17 정두언으로부터 Tel. 금감위라고 함. 비밀리 가만히 있으라고.
정두언 전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금감위원장에 선임해줄 수 있다는 취지로 연락을 받았다는 뜻이다.
1/23 PM 8:40 삼청동 안가로 향함. 김○○ 디자이너 등 3명, 1XXX번 김 사장 차로. 사위 옷 2벌 와이셔츠. 당선인 코트 양복 3벌 등 전달. 대금은 내가 내는 걸로 사모님께 말씀.
1×××번은 △△라사 김○○ 사장 자동차 번호이다. 옷을 가봉한 김○○사장의 차를 타고 갔다고 한다.
2/23 12:20 통의동 사무실에서 MB 만남. 약 2시간 동안 대기실에서 웨이팅. 지난번 대선 전 이야기함. 이 vice chairman과 이야기하겠다고 하고. 본인 복안도 이야기했음.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위원장, 산업B, 국회의원까지 이야기했고 긍정 방향으로 조금 기다리라고 했음.
이날 이명박 피고인을 만나 본인이 대선 전에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했다는 걸 어필했다는 뜻이라고 한다. vice chairman은 국회 부의장이었던 이상득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 피고인이 형인 이 의원과 얘기해보겠다는 뜻이다. 마지막은 이 피고인에게 금융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국회의원 자리에 관해 들었다는 내용이다.
3/7 청와대 들름. 박영준 등 KRX 이야기함. 거절. 18:00 대통령으로부터 Tel. KRX 어떠냐고. KDB 이야기하니까 11월 임기이니 그때 하면 되지 뭐, 해서 조건부 accept (수락하다).
박영준 당시 기획조정비서관이 한국거래소(KRX) 자리를 얘기했다는 뜻이다. ‘KDB 이야기’는 산업은행 총재를 의미한다. 이팔성이 거절하자 대통령한테 전화가 와서 한국거래소 이사장직을 고려해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3/15 출근해서 후보 등록 신청서 준비. 5시 한나라당 당사 3층 신청서 접수. KRX는 탈락. MB 원망스럽다. 이상주,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취급하는지.
한국거래소 이사장 공모에서 이팔성이 2배수 후보로 압축됐으나 이정환이 내정됐다는 발표가 3월18일 난다. 자신이 떨어졌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듣고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에 등록하는 내용이다.
3/23 MB에게 증오감이 솟아나는 건 뭘까.
3월24일 비례대표 공천 발표가 있었으나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이팔성이 그 사실을 미리 전달받고 비망록에 쓴 것으로 보인다.
3/26 김윤옥 여사님 생신. 김희중 비서관을 통해 지난번 일본 여행 중 산 시세이도 화장품 16만 엔 선물로 보냄.
이팔성은 대통령에 대한 원망을 표하면서도 이명박 피고인이나 측근에 대해 노력했다.
3/28 MB와 인연을 끊고 다시 세상살이를 시작해야 되는지 여러 가지로 괴롭다. 나는 그에게 약 30억원을 지원했다. 옷값만 얼마냐. 그 족속들이 다 파렴치한이다.
이팔성은 30억원은 과장해서 쓴 거라고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서 찾지 못한 금액까지 합치면 이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4월4일 이팔성은 이상득 의원의 비서관에게 3억원을 전달한다. 이후 더 적극적으로 인사 청탁을 하게 된다.
4/14 이 부의장 롯데호텔 비즈니스 룸에 있으니 급히 오라는 연락. 14:50 만남. 14:35 문 앞에서 이상주 변호사 만남. 한마디로 침 뱉고 싶었다. 참았다. 메모 내용대로 이야기함. 한 번 더 이야기하겠다고 함. 박○○ 행장 상당히 로비한 인상 받았음. 이상주 변호사 Tel 하여도 연락 안 됨. 나쁜 자식.
이때 가져간 메모에 따르면 이상득 의원을 만나 자신이 원하는 자리는 1순위 산업은행 총재, 2순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라고 설명한 걸로 보인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https://news.v.daum.net/v/20180818125934420
https://media.daum.net/issue/644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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