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9·사진)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의견을 표명한 것이고 문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인지는 사법부가 판단할 수 없다며 이는 공론의 장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서 “문재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림사건 변호인으로 활동하며 부림사건 인맥이 됐는데, 이 인맥은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기에 문재인도 공산주의자”라며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400여명의 청중 앞에서 발언했다. 검찰은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 7월 고 전 이사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공산주의’라는 표현은 다양한 개념이 존재하는 만큼 ‘사실’이 아닌 ‘의견’의 영역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의견일 뿐 사실적시에 해당하지 않아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공산주의자라는 용어가 북한과 내통하는 등 긴밀히 연관된 사람을 지칭하지만, 다른 뜻으로 북한에 우호적이거나 북한 노선에 우호적인 사람을 부정적으로 이를 때 쓰인다”며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포괄적인 개념이 우리 사회 다수의 국민들에 의해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공안검사 출신인) 고 전 이사장과 (인권변호사였던) 문 대통령의 상이한 경력 활동을 고려하면 두 사람이 공산주의자 개념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돼 보인다는 사정만으로는 공산주의자가 허위 혹은 사실로 밝힐 수 있는 ‘사실적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의견의 형태를 빌려 허위사실을 묵시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로 판단한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며 “판단의 근거가 된 정치적 이슈들은 국민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이뤄지고 있고, 고 전 이사장이 이슈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심각히 왜곡해서 전파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 자신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유지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 대통령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하려는 의도도 없었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고 전 이사장이 명예훼손을 하려 한 고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인지를 법원에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이 제출한 한정적 자료만으로 재판한 형사법정에서 개별 정치인의 사상과 철학을 규정짓는 것은 능력과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정치인의 철학은 공론장에서 가장 잘 평가 받을수 있고 그렇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날 법정 방청석은 고 전 이사장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로 가득찼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고 전 이사장의 선고를 방청했다. 방청객들은 무죄가 선고되자 “법원이 아직 살아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무죄다”라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날 판결에 대해 “아직 법원에 양심과 소신을 가진 법관이 계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며 “애초부터 평가와 판단이어서 기소대상이 아니었는데 법정까지 끌고 온 것이 문제”라고 소감을 밝혔다.
고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패소해 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 받은 상태다. 해당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8231031001&code=940301#csidx08495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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