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권력'만 택했고, 방송뉴스는 '공권력'만 전했다
김형진 객원기자
▲ 쌍용차 평택공장 하늘 위에 떠 있는 경찰 헬기 ⓒ 민중의소리 |
그렇게 알았다. 단 한 번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 ‘먹고 튀어 버린’ 상하이자동차, 이로 인해 피해자가 되어버린 모두에 대해 삿대질을 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도, 그리고 협력업체도, 평택시민도 모두 ‘피해자’였다. 그런 줄만 알았다. 그래서 하루 빨리 쌍용자동차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누구에게 ‘희생’이 강요되는 방식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살인의 고리가 끊어져야 한다고 되뇌었다.
허나 그러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가차없이 정리해고의 대상으로만 취급 될 뿐이었고, 수십년을 일해온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해야 도와주지” 이명박 대통령이 말했다.
이에 맞서 쌍용차 노조원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로지 정리해고만을 고집하는 정부에게는 그게 외계어였던 모양이다. 사측 역시 불가피한 자구책이라고 주장하며 노동자들을 내몰았다.
먹고 튄 상하이자동차에 “당신은 얄미운 사람~ 야속한 사람~”이라 하소연한들 무슨 소용이던가. 2004년 정부가 쌍용차를 상하이차에 매각했다.
핵심 기술만을 달랑 들고 튈 거라는 경고는 무색해졌다. 2009년 결국 상하이차는 그랬다.
핵심 기술을 가지고, 대륙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방관했다. 오히려 강도 높은 구조조정만을 기대했다. 없었다.
쌍용차의 위기의 책임을 정부가 지려는 자세는. ‘공권력이 아니라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쌍용차 평택공장을 어슬렁거리며 날고 있는 헬기 소리에 파묻혔다.
결국 어제, 경찰특공대는 나는 컨테이너 박스를 동원했다. 용산참사가 그랬던 것처럼 생과사는 아슬아슬하게 공중을 떠돌았다. 몇몇 노동자는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하고, 용역직원은 무차별 폭행에 나서고 있다 한다. 파업에 나선 조합원도, 진압하는 경찰들도, 사측에서 ‘적’이 되어버린 또 하나의 노동자도 그렇게 다쳐나가고 있었다.
▲ 조립3~4공장 옥상 위에 진입한 경찰특공대가 쌍용자동차 노조원을 둘러싸고 폭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
방송뉴스는 어떠한가. 42일 만에 노사 간 대화 재개가 된 7월 30일부터 합의 결렬, 그리고 공권력 투입까지. 꽤나 숨막히던 근 일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가.
○ 7월 30일(목) : 쌍용차 42일 만에 노사간 대화 재개 / 국가인권위원회 경찰이 평택공장에서 농성중인 노조에 생수와 의약품을 우선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긴급구제 안건을 상임위에서 의결 / 민주노총과 자동차산업회생범대위, 경기도민대책위 쌍용차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물, 식량, 의약품 반입 보장을 촉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
○ 7월 31일(금) : 쌍용차 노사간 대화 정회 속회 반복 / 인권단체연석회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쌍용 자동차 노동자의 인권침해 규탄 기자 회견 진행
○ 8월 1일(토) : 쌍용차 노사간 교섭 진행
○ 8월 2일(일) : 쌍용차 사측의 일방적인 협상 결렬 선언 / 쌍용차 전공장 단전 /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경찰 제3격대의 작전계획 메모 공개 - 노사협상이 진행 중이던 31일 ‘도장공장 진입계획’을 사측과 경찰이 이미 작전으로 확정했다고 주장
○ 8월 3일(월) : 쌍용차 사측과 용역 차체1팀과 2팀 사이, 차체1팀 오른편, 정문 전방향에서 새총을 쏘면 진입 시도 / 경찰 헬기 동원하여 최루액 투하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도주인실천의사협의회, 인권단체연석회의 쌍용차에서 채취한 최루액 시료 분석 결과 발암물질인 디클로로메탄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고 발표 /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정진석 추기경과 면담 진행
○ 8월 4일(화) : 경찰특공대를 앞세운 경찰 쌍용차 평택공장 진압작전 돌입 / 한나라당사에서 연좌시위 중이던 쌍용차 가족대책위 4명과 조합원 2명 경찰에 의해 연행 / 쌍용차 사측 청산형 회생계약안 검토를 정부에 요청
KBS <9뉴스>, MBC <뉴스데스크>, SBS <뉴스8> 모두 저릿했던 근 1주일 동안 무엇을 했는가. ‘노사 대화 재개’ ‘쌍용차 노사 협상 난항’ ‘사흘째 마라톤 협상 진통, 주말 고비’ ‘쌍용차 협상 결렬’ ‘쌍용차의 미래는?’ '긴장감 고조‘ ’쌍용차 곳곳 집단 난투극‘ ’쌍용차 파국 임박‘ ’위기 맞은 평택 경제‘ ’쌍용차 진압 작전 개시‘ ’전쟁터 방불‘ … 그렇다. 방송뉴스의 제목과 보도를 보면 ’긴박‘하다. ’난투극‘과 ’전쟁터‘의 ’생지옥‘이 되어버린 쌍용차의 미래는 ’파국‘이고, ’위기‘다. 딱 그 정도다. 그것 밖에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와 그를 무시한 사측, 최루액에 포함된 발암물질 검출, 각종 단체와 정치인들의 호소 등은 방송뉴스에서 쉬이 접할 수 없었다. 방송뉴스는 선택하지 않았다. 장기간 파업과 점차 빼곡이 밀려드는 공권력과의 대치 상황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런 와중에 쌍용차 위기의 문제의식이 유효할 수 있겠는가. 발 끝에 차이는 돌멩이도 못되는 수준이다.
▲ 8월 5일 KBS, MBC, SBS 메인뉴스 ⓒ 캡처 | ||
그리고 8월 5일, 공권력은 작심했다.
오전 8시 경 경찰특공대는 쌍용차 평택공장을 '탈환'하기 위해 파업 중인 노조원들과의 '불가피'하다는 충돌을 감행한 것이다. 모두 다 우려했던 절정의 위험을, 경찰은 기꺼이 선택한 것이다. 모든 매체가 '절정'에 달한 쌍용차의 경찰 진압작전에 주목하였다. '경찰, 쌍용차 공장 점거' '부상자 속출' '일촉즉발' '심각한 충돌' 모두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경찰은 온갖 무기를 총동원하여 공격하였고, 노조원 역시 갖은 수단으로 방어하는 상황 속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폭력'이 자행되었다.
이런 상황은 머릿수 따져, 어느 쪽이 더 많이 다쳤고를 가지고 피해자, 가해자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분명 부상자는 어느 쪽에서건 나올 수밖에 없고, 한 마디만 더 보태면 노조원들이 불리한 것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망가는 노조원에게 경찰은 끝도없는 폭력을 가했다. 이미 에너지를 잃어버려 옥상 바닥에 누워버린 노조원을 향해 방패, 곤봉, 군홧발을 동원했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를 경찰은 폭행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경찰 또한 노조원의 저항과 폭력에 속수무책일 때도 있었다. 발생 자체로 비극인 상황이었다.
모든 방송뉴스는 사건이 터져버린 시간과 공간에만 주목하였다.
물론 사건이다. 뉴스가치 따위를 논할 필요는 없는 장면이다.
그렇게 예상되었던 가능성과 시나리오, 76일 째 파업이 더운 여름으로 치닫도록, '평화적 해결'의 염원과는 달리 '지옥'과 '전쟁터'를 방불케 할 것이라는 쌍용차 평택공장의 비극적 운명은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록 KBS, MBC, SBS가 '공권력'의 부당성과 가혹한 폭력의 영상을 어떤 시선에서 접근하고 있는가 역시도 간간히 눈여겨볼 만 했지만, 그것을 주목해주기에는 공권력에 의해 생사의 경계에 몰려 죽음으로 내몰렸던 이들의 처참한 현실이 반복되는 일상의 갑갑함이 너무 엄청났다.
뉴스가 보지 못한 틈은 무엇이었을까?
절정의 순간이 될 때까지 기다리며, 충돌이라는 상황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 위기의 문제와 해법에 다가가는 노력과 언론으로써의 태도는 왜 없었냐는 말이다. 뉴스 프레임이 터진 폭력의 상호성에서 벗어나 폭력과 저항을 유발하게 만든 원인과 책임에는 어째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냐는 우문말이다.
단호히 말하건데, 쌍용차 사태는 경찰의 무리한 공권력 집행 책임이 크다.
'진압'에 초점을 맞춘 공권력은 노동자들만 평택공장에서 해산시키겠다는 의지만 번뜩였을 뿐이었다. 따라서 잔혹한 참사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뉴스는 '공권력'만을 앞에서 무조건 '해산'시키겠다는 경찰의 완고했던 무모함을 경계하고, 비판해야 했다. 하지만 없었다. 뉴스는 그러지 않았다.
뒷짐 지고, '공권력'만을 쌍용차 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가 결국 눈 뜨고 보기 힘든 야만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만 것이다. 그런데 방송뉴스는 시종일관 쌍용차 위기의 핵심이자 상식인 ‘정부’의 방관과 무책임한 태도에 칼날을 세우지 못했다.
쌍용차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만 할 뿐, 그러한 해결을 위한 책임과 과정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방관했다.
과연 무엇이 남았는가. 정부와 사측이 파업 중인 쌍용차 노조원에게 준 건 폭력으로 얼룩진 ‘공권력’뿐 이었고, ‘해고’일 뿐이었다.
뉴스가 쌍용차 위기의 핵심적이고, 상식적인 문제의식을 만들거나 던지지 못한 사이, ‘공권력’만이 광폭하게 쌍용차 평택공장으로 향했던 것이다.
글을 마무리할 때 즈음 쌍용차 노사가 희망퇴직 52%, 무급휴직 48%로 구조조정 큰틀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앞다투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 협상안을 두고 평가하며 향후 쌍용차 미래를 전망만을 전망할 것인가. 정말 우리에게는 쌍용차 위기와 같은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것일까. 회의스럽지만 아니다.
“자신들이 먼저 살려고 해야 도와주지”라는 이명박 대통령이 쌍용차에 취한 ‘개입’은 ‘공권력’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뉴스의 책임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이다. 문제는 지금부터인진도 모른다. 쌍용차 위기와 정부의 책임을 더욱 집요하게 다뤄야 한다.
김형진 객원기자 icdolval@gmail.com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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