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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광고로 언론통제 날로 ‘노골화’

천사요정 2018. 9. 4. 00:37
삼성, 김용철 폭로 뒤 한겨레·경향 광고비중 급락
조·중·동 오히려 늘려…총수 스캔들 땐 ‘물량공세’

경제개혁연 보고서

한국의 재벌들은 그룹 총수일가의 불법행위가 드러난 시기에 광고물량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으며 언론을 통제·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폭로를 계기로 우호적 신문과 비판적 신문에 광고배정을 달리하는 ‘선택과 배제 전략’으로 전환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8일 삼성그룹의 신문광고 추이 변화를 중심으로 분석한 ‘재벌의 언론지배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과거 삼성은 총수일가의 스캔들과 관련해 특정 시기에 유력 보수일간지에 물량공세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특정 신문을 배제하는 일은 없었다”며 “(그러나) 2007년 11월 김 변호사의 폭로 이후 경향과 한겨레에 광고를 중단하는 한편, 조선·동아·중앙 3사에 물량공세를 집중함으로써 ‘선택과 집중/배제’의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삼성그룹의 신문광고비 총액에서 2007년 <경향신문>과 <한겨레> 광고는 각각 5%대를 차지하다가 2009년엔 각각 0.03%와 0.02%로 급락했다.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3사의 비중은 2007년 26.04%에서 2009년 33.85%로 늘어났다. 삼성특검 사건 최종심 선고(8월14일)와 이건희 회장 특별사면(12월29일)이 있었던 2009년 7~12월의 조·중·동 광고비도 각각 67억·56억·54억원으로 1~6월 광고액수 26억·22억·24억원의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2009년 경향과 한겨레의 삼성 광고는 각각 두 차례(1900여만원)와 한 차례(1100여만원)에 불과했다.

삼성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차그룹도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2006년 4월부터 6월까지 14개 주요 신문사 광고금액을 크게 늘렸다가 정 회장이 보석으로 석방된 뒤 광고 물량을 줄였고, 두산그룹도 2005년 10월 검찰의 박용성 회장 소환을 전후해 광고량이 뛰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희 연구원은 “신문 광고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들이 시장 지배력을 토대로 광고를 무기삼아 언론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자본력이 부족한 신문사는 스스로 재벌에 굴종하거나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광고주와 신문이 광고를 통해 ‘유착’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효과를 근거로 건전한 상생관계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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