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던 미군정의 책임을 묻고, 미국과 UN(국제연합)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0만인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4.3 70주년 기념사업회, 4.3희생자유족회, 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는 17일 서울 주한 미 대사관 앞에서 '제주4.3에 대한 미국과 UN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정연순 민변 회장,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 박용현 한국전쟁유족회 공동대표, 허영선 4.3연구소장(이하 범국민위원회 상임공동대표), 허상수 재경4.3유족회 공동대표,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정세훈 민예총 이사장, 박래군 인권중심 사람 소장, 정진호 NCC 인권센터 소장(이하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박찬식 범국민위원회 운영위원장, 박진우 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 강정효 4.3 70주년 제주기념사업위원회 상임공동대표, 강호진 4.3 70주년 제주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 양성주 4.3희생자유족회 사무처장, 양동규 4.3 70주년 제주기념사업위원회 문예위원장, 강성실 4.3 70주년 제주기념사업위원회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또 노수희 범민련 의장, 김영정 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집행위원장, 구수정 한-베트남평화재단 상임이사, 김순자·문광호·오창자 재경4.3희생자 유족 등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
지난한 4.3진상 규명 과정에서 사건 당시 미국 또는 미군정의 책임을 묻는 주장들은 숱하게 제기됐으나, 범국민적으로 그들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운동이 벌어지기는 처음이다.
서명 운동 참가 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4.3은 미군정이 통치하던 시기에 발생한 민간인 대량학살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미군정 시기 미국 군사고문단이 한국군에 대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던 시기에 3만명이 넘는 제주도민이 억울하게 희생됐다. 그러나 70년의 세월이 흐르도록 미국 정부는 아무런 말이 없다"고 미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1948년 4.3직후 미군정은 브라운 대령을 제주지구 미군사령관으로 파견해 제주 현지의 모든 진압작전을 지휘·통솔했다"며 "브라운 대령의 '원인에는 흥미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는 발언은 미군정이 4.3의 대량학살로 비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미국의 4.3 민간인학살에 대한 책임인정과 공식 사과 △미국과 한국정부의 4.3 당시 미군정-군사고문단의 역할에 대한 공동조사 △UN의 4.3학살진상조사와 미국과 한국 정부에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영어로 작성한 기자회견문을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이들은 앞으로 국내외에서 본격적인 서명 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서명 목표는 일단 10만명으로 정했다. 또 한국인 뿐 아니라 국경을 넘어 4.3의 진상규명과 책임을 촉구하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지켜나가자는 4.3의 정신에 동의하는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과 온라인 서명도 병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