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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의 정치공세 맞받은 이낙연의 '정치언어'

천사요정 2018. 9. 13. 23:53

[대정부질문] 건국절 논란·촛불혁명 등 '진영 논리' 공세에도 온건한 답변으로 응수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촛불 시위를 놓고 촛불 혁명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낙연 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촛불 시위를 놓고 촛불 혁명이라는 표현에 대해 이낙연 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유성호

"그게 어떻게 역사왜곡이에요!"
"말 같지도 않는 소리에요. 그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이 '1919년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 건국 시점으로 보는 논리라면 중국의 동북공정 같은 역사왜곡을 어떻게 비판하느냐'고 주장하던 때였다.

김 의원은 1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시종일관 '진영 논리'를 폈다. 문재인 정부의 건국 100주년 행사나 촛불혁명 강조 등이 모두 불순한 의도를 담고 있는 '편 가르기'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본격적인 질의 전 모두발언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자신들이 하는 것은 다 옳다는 환상에 빠진 최악의 내로남불 정부다, 근거도 없는 건국 100주년을 주장하면서 국론분열에만 몰두하는 정부다"라고 주장했다.

"건국 100주년 논리라면 독립유공자 표현 적절치 않아"


 

이낙연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김태흠 의원의 첫 질문은 "문재인 정부가 내년 '건국 100주년' 행사로 국론 분열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사람이 많은데 총리도 오늘 오전 대정부질문 때 건국 100주년이라고 답하더라"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의 질의에 "우리나라 최초 헌법(제헌헌법) 첫 문장에 '기미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이라고 첫 문장에 들어가 있다"라고 이 총리가 답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이 총리는 "내년 행사의 정식 명칭은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이라며 "오전의 답변은 우리나라 최초 헌법의 첫 문장에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이라고 돼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사람이 태어난 날을 생일이라고 한다, 아기가 잉태한 시점을 생일이라고 봐야 하나" "국가 구성의 3요소가 있지 않나, 임시정부가 주권이 있었나"라면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당시 우리 선열들이 헌법을 만드실 적에 그것(국가 구성의 3요소)을 모르고 만드셨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사실 김 의원의 공세보다 이 총리의 여유로운 답변이 더욱 눈에 띄는 상황이었다. 김 의원은 "임시정부 수립이 건국이라면 독립유공자라는 표현 자체도 적절치 않다" "북한은 9.9 절을 두고 70주년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려도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했다" 등의 계속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총리는 '독립유공자' 공세엔 "건국절이란 용어가 나온 것도 매우 일천한 게 사실이다"라고 맞받았고, '북한의 9.9절' 공세엔 "(북한에서도) 정권창건일로 부르는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고려도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한다"는 질문엔 "의원님께선 제헌헌법이나 현행 헌법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매우 존중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입만 열면 '촛불혁명' 말하는 데엔 저의가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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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흠 의원의 다음 선택은 '촛불 혁명'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나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입만 열면 '촛불 혁명'이라고 하는데 촛불 집회가 맞는 것 아니냐"라는 요지였다. 특히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국가체제를 변혁시키는 것을 혁명이라고 하는데 촛불 집회에 무슨 비합법적 요소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혁명'이라고 표현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비합법적으로 권력을 찬탈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곁든 공세였다.

이 총리는 "일상적으로 큰 변화를 말할 땐 혁명적 변화라고 한다, 지난 6개월 동안 광화문과 전국에서 벌어졌던 일은 혁명적 일임은 틀림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앞서의 답변이 개인적 생각임을 밝히며 "학문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는 남아 있는 과제"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대표하는 총리가 그렇게 답하면 안 된다"라고 이 총리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의원님께서 '네 생각이 뭐냐'고 말하셔서 내 졸렬한 생각을 말했다"라면서 기존 입장을 계속 이어갔다.

이에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그렇고 여당 대표가 입만 열면 촛불 혁명 운운하는 저의가 문제라고 본다"라고 공격했다. 이에 이 총리는 "저의라기 보단, 6개월 동안 광화문의 함성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혁명이라고) 받아들이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본다"라고 받아쳤다. "촛불 민심을 전리품으로 보고 모든 특권을 부여받은양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것 아니냐"라는 질문엔 "이전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나 청년희망재단, 새마을운동도 유지되고 있다" "정치보복은 생각한 적도, 한 적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낙연 총리 답변, 나쁘게 말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는 식"

김태흠 의원은 이후 국가보훈처의 보훈단체 정치활동 처벌강화 관련법 개정, 태극기집회 수사 등을 물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이 총리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그는 "(총리의 답변 태도는) 긍정적으로 말하면 노회하고 나쁘게 말하면 구렁이 담 넘어가듯 답하는 것"이라며 "대통령께도 솔직하고 진실되게 건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이 총리는 "거칠게 표현하는 게 꼭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이를 문제 삼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 나름대로는 이것(답변 태도)이 정치문화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오랫동안 그렸던 정치언어의 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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