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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평양공동선언에 일단 반색…2차 북-미 정상회담 파란불

천사요정 2018. 9. 19. 21:43
한밤 트위트에서 “아주 흥미롭다”며 긍정적 반응
트럼프, “북이 핵사찰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밝혀
영변 핵시설 사찰-폐기 논의 상당한 진척 시사일 수도
미국이 결단 내리면 폼페이오 장관 4차 방북 이후
11월 중간선거 전에 2차 북-미 회담 열릴 수 있어



 

남북 정상의 19일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공은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고 검증 가능한 조처’를 요구해온 미국으로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단 트위터를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발표했는데, 이 회담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급진전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을 발표한 지 한시간 남짓 뒤인 오후 1시(미국시각 자정)께 트위터로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정은이 최종 협상에 부쳐질 핵사찰을 수용하기로 합의했으며, (핵)실험장과 로켓 발사대를 국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구히 해체하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로켓 발사나 핵실험이 없을 것이다. 영웅(한국전쟁 미군 전사자)들 유해가 미국으로 계속 돌아올 것이다. 또 북한과 남한은 2032년 올림픽 공동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주 흥미롭다!”고 적었다. 자정이 넘어 글을 올린 것으로 봐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밤 트위트’는 남북 합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그가 분위기를 띄운 만큼, 북-미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북한이 핵 개발의 상징이자 핵심인 영변 핵시설에 대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영구적 폐기 같은 추가적 조치’를 처음으로 밝힌 점이 협상에 동력을 줄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과거 정부들과 달리 역사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며 미국 내 여론을 설득하고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을 만한 ‘중요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결단한다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이뤄지고, 이르면 중간선거(11월6일) 전인 10월께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선언이 명시하지 않은 “핵사찰”(nuclear inspections)을 얘기한 게 눈에 띈다. 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한 것을 핵사찰로 확대해석했거나, 자신의 희망을 반영해 선수를 치려는 의도일 수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영변 핵시설 사찰 협의까지 북-미 사이에 진척됐을 가능성도 시사한다. 핵시설 영구 폐기는 결국 핵사찰과 한쌍이기 때문이다.

미국 언론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짚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발표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돌파구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워싱턴 포스트>는 동창리 미사일시설 영구 폐기에 대해 “참관단을 허용하겠다는 게 진전이기는 하지만, 시설 해체는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언급하며 상응조처를 요구한 것은 북한에 핵 신고 등 비핵화 행동을 먼저 취하라고 요구해온 미국의 입장과 거리가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처가 무엇인지를 놓고도 미국 행정부 내부는 물론 남-북-미 간에 긴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담보됐어야 할 비핵화 관련 아이템들을 테이블에 올림으로써 멋진 세이브를 했다”며 “하지만 최종 요구 가격이 얼마인가?”라고 적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응조처에 종전선언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종전선언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검토될 수 있다”고 답했다.

북-미 간에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62801.html#csidx7f8e636feb2dd189e2a818b120a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