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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들을 주무르는 일본의 ‘큰 손, 돈 줄’, 사사가와재단의 정체?

천사요정 2018. 11. 15. 05:57
입력 2014.04.04 14:52 | 수정 2014.04.04 16:32

사사가와재단 홈페이지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북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미국 싱크탱크를 주름 잡는 ‘큰손’을 하나 만날 수 있다. L스트리트 1819번지의 사사가와(笹川)평화재단(www.spfusa.org)이다.

일본 잡지나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도서관처럼 느껴지지만,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공익재단법인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재단(日本財團)으로 통한다. 한국인으로 일본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직간접적으로 한 번쯤 도움을 받았을 곳이기도 하다.

사사가와재단은 미국, 나아가 전 세계를 주름잡는 주요 싱크탱크의 돈줄이다. 세계 유수의 싱크탱크 치고 사사가와재단의 지원을 받지 않은 곳은 드물다. 연간 예산이 5억달러 정도로, 예산의 절반 정도가 해외 연구기금으로 쓰인다.



사사가와재단의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사사가와재단의 어두운 역사 때문이다.

재단 설립자는 사사가와 료이치(笹川良一)이다. 1899년생으로 중의원으로 일했고 극우 성향으로 정평이 나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사사가와는 국수대중당(國粹大衆黨)을 결성해 이탈리아 무솔리니 스타일의 전체주의 정치체제 수립을 목표로 했다.

무솔리니를 숭배하는 파시스트로서의 행적으로 인해 전후(戰後)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연합국최고사령부(GHQ)가 전범자 처리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출옥한다. 이후 모터보트 경주사업에 진출해 부(富)를 쌓았다.

이익금의 일부를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일본발 네크워크 구축에 투자한다. 사업을 벌일 당시 사사가와는 스스로를 ‘세계에서 제일 돈이 많은 파시스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네크워크에 주목하지만 21세기 들어서부터는 무게중심을 미국으로 옮겼다.

미국의 싱크탱크는 21세기 초를 기준으로 급변한다. 20세기까지만 해도 A급 전범 용의자의 지원금은 미국의 국익에 어긋나는 돈이었다. 그 같은 과거의 흔적은 글로벌시대라는 명분하에 사라졌다. 독재자나 테러에 관련된 나라나 단체의 자금을 제외한 모든 돈이 미국 내 싱크탱크로 유입된다. 사사가와재단의 지원금은 한순간 워싱턴의 ‘화수분’으로 부상한다.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마구 먹어치우는 곳이 21세기 싱크탱크이다.

싱크탱크 본산이자 ‘21세기 로마’인 워싱턴은 사사가와재단이 주목하는 곳이다. 해가 갈수록 엄청난 돈을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들에 퍼붓는다. 일본과 관련된 그럴 듯한 프로젝트를 만들어낼 경우 도쿄발 지원금이 곧바로 도착한다. 일본 외무성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가진 민간 주도 ‘일본발 네트워크의 대부(代父)’에 해당하는 곳이 사사가와재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사사가와의 영향력이 확산되고 있는지 알아보자.

2014년 3월 현재 사사가와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미국 내 프로젝트는 12개다. 후원이나 개인을 통한 지원, 간접적인 프로그램 개설을 포함할 경우 프로젝트 건수가 100여건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12개 프로젝트 가운데 워싱턴과 직접 관련된 것은 9개이다. 지난 3월 21일 워싱턴에 있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퍼시픽포럼은 사사가와재단이 중시하는 안보 관련 미·일 네트워크 구축의 현장에 해당된다.

올해 이틀간의 포럼에 소요된 경비는 17만달러이다. 도쿄에서 28명의 일본인 관계자가 날아오고, 미국의 경우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참석했다. 올해 포럼에는 1970년대 ‘일본 부활론’을 말한 하버드대학의 에즈라 보걸 명예교수를 비롯해 워싱턴 내 동아시아 안보관계자 모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사가와재단만이 아니라 일본대사관도 공식후원한 행사가 올해 CSIS에서의 퍼시픽포럼이다.

2013년부터 시작된 브루킹스연구소를 무대로 한 대(對)중국 봉쇄정책 포럼도 사사가와재단이 주목하는 안보 관련 네트워크의 현장이다. 퍼시픽포럼과 비슷하지만 중국만을 염두에 둔 포럼이란 점에서 다르다. 단 하루에 11만달러가 투자되는 행사로 미국 민주당을 발판으로 친일(親日) 네트워크 결성이 주된 목적이다.

사사가와재단의 워싱턴에서의 활동은 워싱턴의 지명도를 빌리는 식으로도 이뤄진다. 워싱턴 싱크탱크의 이름을 빌리지만, 장소는 도쿄에서 진행하는 식이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우드로윌슨센터(www.wilsoncenter.org)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리더십 포럼’이 그 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동북아 관련 워싱턴의 파워를 도쿄에 불러들여 관계자들이 만나 토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지난해 10월 제4차 포럼에는 동아시아 태평양을 담당한 전(前) 국무성 차관보 커트 캠벨이 도쿄를 방문해 행사를 주도했다.

사사가와재단의 미국 내 프로젝트는 안보·정치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기대응, 지방자치, 원자력, 테크놀러지 등 각종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실리콘밸리 프로젝트는 사사가와재단이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테크놀러지를 통한 미·일 협력체제 구축의 사례다. 2013년부터 매년 20만달러 이상을 쓴다. 스탠퍼드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가 파트너로 일본인과 실리콘밸리 관계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 의견을 교환한다. 흔히들 대학을 싱크탱크와 무관한 곳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대학만큼 안정되고 장기적 차원의 싱크탱크도 드물다. 사사가와재단의 공략 대상은 싱크탱크만이 아닌 대학도 포함된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www.mans fieldfdn.org)과의 원자력에너지포럼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만들어진 미·일 네트워크이다. 맨스필드재단은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 일본 대사로 일한 마이클 맨스필드가 세웠다. 한국 문제에도 관여하지만 설립 초기부터 일본발 자금이 들어갔다. 2012년부터 시작된 원자력에너지포럼은 최근 불붙기 시작한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석유의 일본 수출 문제에 관한 협상의 장이기도 하다. 미국 내 에너지 수출업체와 일본의 수입업자가 서로의 이익을 최대한 나눠 갖자는 것이 프로젝트 설립의 취지 중 하나이다.

차세대 미·일 전문가의 양성이란 점도 사사가와재단 프로젝트의 활동 방향 중 하나다. 워싱턴에 위치한 독일 마셜기금(www.gmfus.org)과 함께 진행되는 미·일청년전략가포럼은 20대와 30대를 주축으로 한 차세대 미·일 협력체제의 징검다리라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이뤄진 미국의 독일지원 프로그램을 공부하면서 아시아와 전 세계를 향한 미·일 양국 간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장소이다. 지난해 17만달러가 소요된 프로젝트로, 미국 청년들을 일본에 불러들여 미군 기지를 시찰하고 유사시의 위기대응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사사가와재단의 엄청난 지원금과 워싱턴 싱크탱크의 친일노선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가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가 객관성·중립성이다. 그러나 돈을 퍼부으면 발언권도 그만큼 강화된다. 옳고 그르고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공간과 시간이 생긴다. 정책이 싱크탱크 본연의 임무지만 돈은 싱크탱크 운영의 초석이 된다. 한국은 싱크탱크가 자본주의 체제하의 부산물이란 걸 무시하는 나라이다. 가끔씩 소수 명망가의 기념사진을 위한 초대형 이벤트만이 이뤄질 뿐이다. 다섯 손가락 안에 불과한 한국 전문가들도 사사가와재단의 돈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2014년 워싱턴의 현실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04/201404040234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