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구주가 임금근로자인 가구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5년 만에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가 고소득자에 국한되지 않고 소득 전분위에 걸쳐 골고루 나타나며 21분기 만에 처음으로 소득 전분위에서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했다.
이로써 전체가구의 60%를 차지하는 근로자가구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다. 소득증가율이 경제 전체의 성장률을 상회한다는 것은 성장에 비해 분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소득을 늘려주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근로자가구(전국 2인 이상 가구 대상)의 올해 3분기 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해 2004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와 2분기엔 각각 6.3%, 7.7% 증가했는데 각각 2012년과 2008년 이후 최대치였다.
[TOM칼럼]
반면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1분기 2.8%, 2분기 2.8%, 3분기 2.0%에 그쳤다. 이로써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은 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도 경제성장률을 상회했다.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경우는 2013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전엔 2012년과 2008년에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했다.
올해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 현상은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저임금에서 고액연봉 근로자가구까지 두루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1분위) 근로자가구의 올해 3분기 가계소득은 작년보다 6.2% 증가했고 중산층에 해당하는 3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득은 5.8% 늘었다. 소득 상위 20%(5분위) 근로자가구는 올 3분기 소득이 평균 9.4% 증가했다.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는 올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분기 0.2%에서, 2분기 6.0%, 3분기 6.2%로 확대됐고, 2분위 근로자가구도 소득 증가율이 1분기 0.6%에서 3분기 3.9%로 높아졌다. 중산층과 고소득 근로자가구의 가계소득 증가율도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 3분기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은 소득 전분위에 걸쳐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소득 증가율도소득 전분위에서 경제성장률을 앞섰다. 소득 전분위에서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것은 2013년 2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처음이다.
과거 수년간 감소했던 저소득 근로자가구의 소득이 올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소득 하위 20% 근로자가구는 2년 만에 소득이 증가했고, 2분위 근로자가구도 소득 침체에서 벗어났다. 0%대의 소득 정체에 놓였던 중산층 근로자가구에서도 올해 소득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사실 2014년 이전 만해도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2003년 소득 통계가 작성된 이후 2013년까지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분기는 26번이고 하회한 경우는 14번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더 뚜렷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 침체를 겪었던 2010년을 제외하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분기가 더 많거나 같았다. 그만큼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2014년과 2015년엔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한 분기는 각각 한 번에 그쳤고, 2016년과 2017년에 전무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가구는 지난 4년간 소득증가가 경제성장률에 못 미치는 소득정체를 겪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하게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수년간 가계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하회하자 국민들의 소비지출 여력이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도 정체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다 올 1분기에 근로자가구의 소득이 6.3% 증가하며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섰고, 이어 5년 만에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올해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가 역대 최대의 근로소득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근로자가구의 근로소득은 1분기 9.4%, 2분기 9.6%, 3분기 8.2% 증가했는데 2분기와 3분기 근로소득 증가율은 모두 역대 최대다. 1분기 근로소득 증가율도 역대 2위에 해당될 정도로 높다. 역대 최대의 근로소득 증가로 말미암아 올해 근로자가구의 가계소득이 크게 개선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들어 지금까지 가계소득 통계가 나올 때마다 저소득층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했다는 이유를 들어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실패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는 “아픈 부분”이다 혹은 “내년에 성과에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내놓기에 급급했다.
올해 모집단이 변경돼 근로자외가구에 무직자 비중이 과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는 점을 차치해도 상당수 근로자외가구의 소득이 감소했다는 점은 아픈 부분이고 정책이 부족하고 간과했던 탓이다. 근로자가구의 소득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상회했음에도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2%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분명 추가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한다면 소득이 늘어난 만큼 경제성장률도 올라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 근로자가구의 소득이 크게 증가하며 5년 만에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을 상회했다거나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가 소득 전분위에 걸쳐 골고루 실현됐다는 사실 등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물로 내세우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청와대 경제팀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어떤 성과도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정책 성과물을 꼼꼼이 분석하고 발표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근로자가구의 소득 증대 사실을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그렇지 않고선 무턱대고 비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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