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오전 9시30분부터 조사가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이 동의해 조사 내용은 모두 녹화됐다. 안전을 고려해 점심과 저녁은 도시락을 배달해 먹었다. 신문을 진행한 박주성·단성한 부부장검사는 그를 ‘원장님’이라고 불렀다.
검찰은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40개 넘는 혐의 중 주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개입과 이를 이용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사법농단 사건에서 가장 중한 혐의로 꼽히는 내용을 신문했다. 검찰은 대법원이 청와대, 외교부와 접촉해 일제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뒤집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양 전 대법원장이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다수 증거를 확보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이 전범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한상호 변호사와 대법원장 집무실에서 만나 재판 계획을 알려준 정황에 대해서도 검찰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신인 최정숙 변호사 등 2명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과 진술을 들이미는 검찰에 양 전 대법원장은 범죄 혐의와 책임을 부인하며 “기억나지 않는다” “실무진에서 한 일을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후 8시40분쯤 조사를 마치고 조서를 열람한 뒤 밤늦게 집으로 돌아갔다.
![<b>법원 정문 앞 성명에…법원노조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b>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자신이 근무했던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입장 표명 장소에 대해 대법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법원노조원들이 대법원 정문 위에 올라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http://img.khan.co.kr/news/2019/01/11/l_2019011201001370600104083.jpg)
법원 정문 앞 성명에…법원노조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자신이 근무했던 대법원 정문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입장 표명 장소에 대해 대법원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법원노조원들이 대법원 정문 위에 올라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하는 현수막을 펼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 향후 수사와 구속은?
검찰은 비공개로 추가 소환을 진행해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려 한다. 다음주 초쯤이면 조사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사회적 주목도와 관심을 감안할 때 너무 오래 조사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조직적 범죄’인 만큼 실무책임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구속됐으니 총책인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검찰은 앞서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헌정사상 유례없이 7개월간 이어진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는 종국을 향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