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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법부의 ‘삼성 봐주기’

천사요정 2019. 1. 25. 09:22

역시 사법부는 삼성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다.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고의적인 분식회계를 했다며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맞는지 다툼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당장 제재를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결정이다.


법원은 성성바이오로직스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분식회계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제재를 할 경우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다툼의 여지가 있으면 신청인 쪽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법원의 통상적인 판단이라 해도, 삼성 측의 논리를 대부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고의적인 회계조작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내부문건 등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법원은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재무제표를 수정할 경우 기존 투자자나 채권자 등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투자를 회수해 삼성 측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증선위 결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의적인 회계 조작에 따른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오히려 잘못된 재무제표를 바로 잡지 않을 경우 침해되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봐야 한다. 삼성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인 결정이다.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했다는 대목에서는 법원의 무책임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법원은 전문가들이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사실상 판단을 회피했다. 전문가들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할 거라면 재판은 도대체 왜 하나. 더구나 법원이 언급한 전문가들 상당수가 삼성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언론 기고나 인터뷰 등을 통해 삼성을 옹호해 온 사람들이다. 삼성 측의 감리위원으로 활동한 교수들도 있다. 삼성의 영향력 아래 있기 때문에 객관적 소견을 내기 힘든 이들의 주장을 인용한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마치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사후적으로 꿰맞춘 것처럼 보일 정도다. 비록 다른 기준에 입각해 판단한다고 하겠지만, 이런 논리라면 본안 판결도 매우 우려된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이 거센 지금도 ‘삼성 봐주기’는 변한 게 없다. 사법부 개혁이 궁극적으로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이번 결정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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