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교육배움/미국은

"돼지에 립스틱", "민주당은 한국을 식민지로 본다"

천사요정 2019. 3. 4. 02:41

하노이 회담 결렬이 주는 의미
미국의 탐사전문기자인 팀 셔록은 최근 미국의 진보평론지 더 네이션(The Nation)에 기고한 ‘왜 민주당은 한국 평화 회담을 깨려고 하는가(Why Are Democrats Trying to Torpedo the Korea Peace Talks?)’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팀 셔록은 한국에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1996년 ‘시사저널’을 통해 ‘체로키 파일’을 폭로했다.

팀 셔록(Time Shorrock)
팀 셔록(Time Shorrock)


체로키 파일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후 주한 미국 대사관과 미국 정부가 주고받은 비밀 전문을 뜻한다. 팀셔록이 공개한 파일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1980년 비상계엄에 찬성하고 신군부의 무력 동원을 묵인했거나 승인했다. 신군부가 광주로 특전사를 이동 배치한 것도 미국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공개로 인해 광주 학살에 책임이 없다는 미국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팀셔록은 최근에 트위터를 통해 “미국 민주당은 아직도 한국을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로 취급한다. 이들에게는 한반도 평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한국인들이 평화를 얼마나 갈망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희상 국회의장을 대표로 하는 한국 국회의원들의 미국 방문시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국 하원의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남한의 비무장화(demilitarization)"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현장에 있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그것이 미국의 생각이라며 문재인 정부를 에둘러 비판했지만 김종대 의원(정의당)은 가짜 뉴스라며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낸시 펠로시의 이 발언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또한 폴리티코(Politico)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은 하노이 회담 전 이번 회담은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 주는 격(lipstick on a pig)”이라며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에 대해 조금의 믿음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12월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현 대북 상황과 지난 2년에 걸쳐 나타난 북핵 활동”에 관한 행정부의 의회 브리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반적인 진술”만 있을 뿐 이를 뒷받침하는 진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년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감독”을 시작으로 북한의 테러리즘 지원과 인권 유린 행위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하원에서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종전선언을 하자는 결의안이 발의되어서 한국의 진보계에서는 화색을 보였지만 ‘결의안’이 통과될지 미지수며 설사 통과되었다고 해도 결의안은 법안이 아니므로 상징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팀셔록의 트위터 내용은 과장이 아니다. 이번 네이션 칼럼은 트위터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 팀 셔록은 칼럼을 6,70년대 저항가수인 필리 옥스의 노래 가사로 시작한다. ‘나를 사랑해줘요. 나는 자유주의자니까Love Me, I’m a Liberals’의 가사인데 이 노래는 적당한 선에서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막상 혁명과 같은 거대 담론은 이야기하지 않는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을 비꼬는 내용이다. 이 가사에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한 줄 나온다. “But when it comes to times like Korea, , there’s no one more red, white, and blue (한국을 말하자면 그곳에는 붉은, 하얀, 푸른 색이 더 이상 없다)”라는 모호한 가사인데 앞 뒤 가사와의 문맥에서 보면 한국을 보는 시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times like Korea가 그가 활동하던 6~70년대 한국 상황인지, 전후 한국 상황인지는 알 수 없으나 팀 셔록은 이 본래 가사뒤에 than the American liberals를 덧붙히면서 미국의 리버럴들 역시 이렇게 시각이 편향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팀 셔록은 수십년전 옥스의 비판을 받았던 진보와 자유주의자들로 구성된 현재 민주당 세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기회를 훼손하고있다고 주장했다. 상원 의원 밥 메넨 데즈(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직접 북한과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편지를 트럼프에게 보낸 공화당 테드 크루즈와 함께 했다. 그들은 "미국 정부가 제재를 강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여 동맹국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대북 강경정책은 동맹국의 고삐를 죄기 위한 정책이라는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 News1)



민주당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반대 분위기와 코헌 청문회같은 민주당발 악제에 시달리던 트럼프는 회담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대해서 ‘보호’라는 말을 여러번 사용하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너희들 나라 보호해줄 터이니 돈은 너희들이 내라”라는 의미인데 한국 정부는 이 발언에 나타난 트럼프의 의도를 잘 살펴야 한다. 그는 팀 셔록의 지적 처럼 진짜로 한국을 ‘잘 사는’ 피보호대상자(식민지)쯤으로 생각하는 민주당의 시각에 화답하면서 슬쩍 난국을 피해가려고 시도했다. 

이처럼 미국 민주당은 반트럼프 분위기를 강화시키기 위해 남북한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민주당의 시각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다.

이번 결렬을 통해 미국은 공화당이건 민주당이건 그들의 패권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음이 드러났다. 우리 나라 입장에서는 공화당도 민주당도 우리의 편이 아니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노무현 –부시관계 처럼 한국의 민주당은 집권 당시 미국의 집권세력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이 엇갈림이 우리의 평화정책에 걸림돌이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그런 핑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돌이켜 보면 마지막 2년을 제외하고 미국 민주당(빌 클린턴)과 보조를 맞추었던 김대중 정부 때도 결과는 없었다. 한국의 민주당 세력은 미국 민주당에 대해 착시효과를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뉴욕타임스나 CNN, VOX처럼 진보 또는 리버럴로 여겨지던 매체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권 시절 교민들의 모금으로 뉴욕타임스를 우군으로 생각하고 광고를 실었던 일도 후회가 되는 지점이다. VOX는 하노이 회담 직전 이번 회담으로 김정은이 모든 것을 다 가져가게 되었다는 추측성(합의 내용 사전유출?)기사로 훼방을 놓았다.  

트럼프 기자 회견의 발언을 듣고 희미한 기대를 놓기 싫어하는 것이 한국 정부와 여론의 흐름이지만 한반도 평화가 궁극적인 관심이 아닌 미국의 정치 지형에서 우리 편이 하나도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진보 세력들이 더 이상 미국의 진보(자유주의자)들을 우군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은 미국 민주당 입장에서도 뼈아픈 실책인데 그들은 아직 그 두려움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국 민주당의 한국관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향후 남북 신뢰의 바탕 위에서 조심스럽게 주한미군 감축, 한미군사훈련의 완전한 폐지를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우회적으로 미국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과감한 여론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팀 셔록이 극우(Ultra Right Wing)라고 표현한 자유한국당이 있는한, 미국은 한반도의 시각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팀 셔록의 충고가 먹힐 가능성이 없는 한 그 또한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문제다.

김기대 논설위원 / 

출처 : NEWS M(http://www.news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