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과거 ‘월 1억원 수임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 측이 “공직에 나가려는 사람 치고 지나치게 많은 수임료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황 전 총리는 고검장을 마치고 법무장관에 취임하기까지 17개월간(2011년 9월~2013년 3월) 법무법인 태평양으로부터 약 17억원의 자문·수임료를 받았다.
지난 23일 토론회에서 오 전 시장은 황 전 총리에게 "황 후보가 한 달에 1억원을 벌었다면 법인에는 2~3억원을 벌어줘야 하는데 일한 만큼 받은 것인지 동의하기 어렵다"며 "황 후보가 고검장을 그만두면서 공직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는 마음에 '그동안 돈을 못 벌었으니 벌어야겠다'며 로펌에 간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받아도 공직자로서 떳떳하다'며 받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제가 속한 법인은 대형 법인 중에서도 바른 가치관을 갖고 일한 법인이어서 돈을 기준으로 사건을 따라가거나 법인을 택한 것은 아니다"라며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액수가 과해졌는데 법조계에서 초기에 나온 분들이 갖는 일반적인 현상이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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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총리의 수임료 논란은 2013년 법무부장관, 2015년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마다 이슈가 됐다. 대한변호사협회 간부를 역임했던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때마다 논란이 되긴 했지만 결국 국민 정서만 자극하면서 잡음만 내고 사그러들었다”며 “황 전 총리의 월 1억원 수임료가 정당한 대가였는지, 황 전 총리가 제출한 수임 내역이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 등 중요한 문제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 제기된 황 전 총리의 수임료 논란과 관련해 변호사 업계에서는 “당시도, 지금도 관행처럼 이어오는 전관 변호사의 고액 연봉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전 시장은 황 전 총리를 겨냥해 “저는 서울시장 사퇴 후 8년이 흘렀는데 법무법인에서 한 달에 5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서초동의 변호사는 “오 전 시장이 굳이 초임 변호사의 연봉을 고수하는 것 역시 정치적”이라며 “하지만 전관 변호사가 한 달에 1억원을 받는 것은 유능한 일반 변호사의 연봉을 월급으로 받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시장 가격이 형성돼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06년 국세청이 만든 전관 변호사 보수추정표에 따르면 기본 착수금은 최소 1000만원, 구속을 막아주면 3000만~1억원, 보석이 허가되면 2000만원 이상, 기소유예 처분 땐 5000만원 이상 등이다. 서초동의 한 로펌 대표는 “최근 전관변호사 수임료가 줄어들긴 했지만 2006년과 비교하면 착수금이나 보수 등이 더 많이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전 총리는 2013년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로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많은 급여를 받은 점에 대해서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적절하게 사회에 봉사하는 일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황 전 총리는 2013~2014년 법무부장관 재직 시절 2년간 약 1억3000여만원 정도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억여원의 수임료 중 10%도 기부하지 않아 '면피성 기부'라는 비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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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수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국민들이 보기에 너무 많은 것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전관 사회에서 보면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원래 전관들은 나온 직후부터 2년까지 몸값이 가장 높고 그 뒤부터는 점차 떨어진다”며 “일을 많이 했다면 월 1억원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앞서 청문회에서 태평양 고문으로 있을 당시 119건의 사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한 달 평균 7건의 사건을 처리한 셈이다.
황 전 총리뿐만 아니라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항상 논란을 불렀다. 이용훈 전 대법원장은 대법관 퇴임 후인 2000년 9월부터 5년간 변호사 수임료로 60억원을 벌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대법관 퇴임 후 5개월간 수임료로 16억원을 받은 것으로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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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안팎에서는 황 전 총리의 수임료 의혹이 액수 자체보다 ‘정당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5년 황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 당시 ‘황교안 19금’이 이슈가 된 바 있다. 황 전 총리가 17개월간 수임했던 119건의 사건 중 19건의 ‘자문 사건’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여야 의원 일부가 해당 목록을 열람한 결과 ‘사면 자문’ 등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자문 목록들이 나와 논란이 됐다.
변호사단체 간부를 역임한 한 변호사는 “당시 19건의 목록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공개됐는데 변호사 업계에서 ‘사면 자문이라는 게 있을 수 있나’ ‘몰래 변론을 한 것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며 “당시 정치권에서 더 이상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덮였는데 황 전 총리가 적법하지 않은 자문 활동을 한 것이라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문이란 게 민사나 특허, 기업 합병 등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고검장 출신이 어떤 자문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또 그 자문 내역을 왜 공개하지 않으려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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