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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한화 외 ‘미세먼지 물질 배출조작’ 대기업 더 있다

천사요정 2019. 4. 19. 07:09
LG화학·한화케미칼 등 조작 파장

공모 정황 31곳 중 6곳 수사 의뢰
나머지 25곳에 다른 대기업 포함
배출조작 수사 대상 더 늘어날 듯

LG화학 여수공장, 149회 거짓 기록
발암 염화비닐 173배 배출뒤 “정상”
한화케미칼, 질소산화물 기록 조작

‘기업이 측정업체 선정’ 개선 시급
“모든 사업장 데이터 투명 공개를”

대표적 화학기업인 엘지(LG)화학과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광주·전남 지역 기업들이 수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엘지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대표적 화학기업인 엘지(LG)화학과 한화케미칼을 포함한 광주·전남 지역 기업들이 수년 동안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엘지화학 여수공장. 연합뉴스


17일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엘지(LG)화학, 한화케미칼 등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조작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 수사 대상 기업은 6곳에 그쳤지만, 대상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전국 모든 사업장의 대기오염 배출량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해 4곳의 측정값 조작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된 업체들은 2015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측정을 의뢰한 235곳의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 결과값 1만3천여건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환경당국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235곳 가운데 구체적인 공모 정황이 드러난 31곳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였고, 이날 6곳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17일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연합뉴스
17일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연합뉴스


박석천 영산강유역환경청 환경감시단장은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하거나, 1명이 하루 동안 측정했다고 볼 수 없는 횟수의 측정 기록만 8800건이 넘었다. 이를 확인한 뒤 (특별사법경찰인 감시단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대기업 담당자와의 공모 관계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인 나머지 업체에는 다른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나머지 수사 대상(25곳) 중에 다른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 밝히기 어렵지만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건일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감사원의 ‘대기 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 실태 감사’ 결과가 나오면 다른 지역의 적발 사례와 함께 배출 업체와 공모한 정황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등이 공개한 엘지화학, 한화케미칼의 ‘조작’ 내용을 보면, 이들은 배출허용 기준치의 30%를 초과하면 배출량에 비례해 내야 하는 기본 부과금을 피하기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거짓으로 꾸몄다. 엘지화학 여수화치공장의 경우 측정대행업체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2016년 11월 채취한 시료의 염화비닐 실측값 207.97ppm을 3.97ppm으로 조작한 것을 비롯해 149번이나 측정기록부를 거짓으로 썼다. 엘지화학은 2017년 1월3일에도 채취한 시료의 먼지 실측값 40.1ppm을 10.1ppm으로 조작하고, 조작된 값을 활용해 그해 상반기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았다. 엘지화학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염화비닐을 기준치 30ppm보다 173배 많은 5200ppm 배출해놓고도 ‘정상’이라고 거짓으로 작성하기까지 했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2015년 2월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공장 가열시설에서 측정한 질소산화물 배출 결과값을 224ppm에서 113.19ppm(기준치 150ppm)으로 조작했다. 한화케미칼은 같은 방식으로 16건의 측정 기록을 꾸몄다. 2016년과 2017년에는 37차례에 걸쳐 아예 측정하지 않은 것을 한 것처럼 꾸민 가짜 측정기록부를 만들기도 했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사업장 규모에 따라 업체 스스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하도록 규정한다. 업체가 제출한 측정 자료는 지방자치단체가 정기적으로 확인하게 돼 있지만, 분량이 많아 제대로 점검하기 어렵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이런 제도적 허점을 이용했다. 환경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굴뚝자동측정기기(TMS)를 2천여개 사업장으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내어 “국내 대기오염 관리 정책의 심각한 구멍이 드러났다”며 “배출사업자가 자가측정하거나 측정업체를 직접 선정하고 계약하는 방식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경부가 지난해 626개 사업장 오염물질 배출량이 전년보다 9% 저감됐다고 발표했지만,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축소 보고된 것이라면 통계에 커다란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전국 모든 사업장의 대기오염 배출량 데이터를 예외 없이 실시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5년 동안 미세먼지의 80%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이라며 ‘남 탓’을 하고 기업과 공무원들이 모두 내부 물질 감시에 소홀하고 느슨했던 결과”라며 “국내 사업장들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890448.html?_ns=r2#csidx918259b5741da3fb82a9fd16a8eb12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