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보는 행복 얻지만 체력 한계
혼 육아가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으며 노부모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이를 안거나 들어올릴 때 손목과 허리, 무릎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육아 스트레스로 만성질환이 악화되거나 우울증을 겪을 수도 있어 자녀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한모(63)씨 부부는 인근 아파트에 사는 둘째 딸의 두 살, 세 살 자녀를 2년째 돌보고 있다. 정년퇴직하고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맞벌이하는 딸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거의 매일 딸이 출근하며 맡기고 간 아이들에게서 퇴근 무렵까지 눈을 뗄 수 없다. 그간 느끼지 못한 인생의 즐거움과 행복을 얻고 있지만 체력적 한계도 절감하고 있다. 육아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며 얻은 건 수시로 찾아드는 통증이다. 한씨는 “손목이며 허리며 안 아픈 곳이 없다”고 했다.
최근 몇년 새 할빠(할아버지+아빠), 할마(할머니+엄마)와 같은 말이 생길 정도로 황혼 육아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덩달아 노부모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황혼 육아로 육체·정신적 질병을 얻은 상태를 일컫는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손주병이 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무릎관절 질환이다. 체중이 5~10㎏ 이상 나가는 손주를 수시로 안아주고 들어올리고 씻기는 과정에서 이미 노화가 진행된 몸에 무리한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장동균 교수는 6일 “육아로 온몸, 관절 마디마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할머니들은 할아버지에 비해 한 가지 더 취약한 ‘시한폭탄’을 안고 육아를 감당해내야 하는데, 바로 골다공증”이라면서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이 막아주던 과도한 골 손실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골밀도 감소를 경험하고 약간의 충격에도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손주들을 돌보다 지친 몸으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손목이나 척추, 고관절(엉덩이관절)일부가 부러지기 십상이다.
특히 취약한 부위가 손목이다. 아이들을 안을 때 보통 양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올리기 때문에 엄지손가락과 손목 사이 힘만 사용하는데, 이는 ‘건초염’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건초염은 손가락의 근육과 힘줄이 반복적인 충격을 받아 손 안에 있는 건초(손의 힘줄을 에워싸고 있는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손목의 과사용이 원인이다.
건초염이 생기면 엄지 손가락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주먹 쥐기나 걸레 비틀기 등 손가락에 힘을 줘야 하는 동작에서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낀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일할 때 손목 부위가 붓거나 딱딱해지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엄지 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쥔 뒤 손목을 아래로 꺾을 때 심한 통증이 있다면 건초염일 가능성이 크다. 증상이 생기고 1∼2주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소염진통제 등 약물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방치하면 주변 힘줄과 근육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손목의 시큰거림을 모른 척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질환은 갑자기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는 상황이 늘어날 경우 손목터널(손목 앞쪽 피부조직 밑에 뼈와 인대들로 형성된 작은 통로)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소화시키기 위해 장시간 안고 있으면 허리와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 주변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몸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지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척추를 똑바로 펴지 못하는 불편한 자세를 지속하면 허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내려놓을 때 자칫 허리를 삐끗하면 ‘급성 요추부 염좌’가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허리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가 일시적으로 삐끗했을 경우 휴식을 취하며 냉찜질을 해 주면 괜찮아진다. 하지만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고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있을 때 묵직한 느낌이 있다면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인천힘찬병원 정형외과 이상협 원장은 “아이를 껴안아 들어올릴 때는 허리를 반듯하게 편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고 최대한 몸에 바짝 붙여서 허벅지 근육의 힘을 이용해 들어야 한다. 또 아이를 높이 드는 동작과 장시간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피하고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쪼그려 앉게 되면 체중의 7배 이상 하중이 전해져 무릎 관절이 약한 노인에게는 더욱 좋지 않다. 쪼그려 앉는 대신 낮은 욕실 의자나 보조 의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황혼 육아 시 스트레스로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우울증, 수면 문제를 겪을 경우도 있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4년간 일주일에 9시간 이상 손주를 돌본 60세 전후 노인 1만여명을 조사했더니 동년배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손주를 돌보는 부모들이 미안한 마음에 이런 증상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황혼 육아를 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깊은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자식들은 주말만이라도 부모가 육아에서 벗어나 취미활동 등 적절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유를 갖도록 하고 부모님 건강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북힘찬병원 내과 하근우 원장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6개월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최근 몇년 새 할빠(할아버지+아빠), 할마(할머니+엄마)와 같은 말이 생길 정도로 황혼 육아가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덩달아 노부모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황혼 육아로 육체·정신적 질병을 얻은 상태를 일컫는 ‘손주병’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손주병이 건초염과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무릎관절 질환이다. 체중이 5~10㎏ 이상 나가는 손주를 수시로 안아주고 들어올리고 씻기는 과정에서 이미 노화가 진행된 몸에 무리한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척추센터 장동균 교수는 6일 “육아로 온몸, 관절 마디마디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특히 할머니들은 할아버지에 비해 한 가지 더 취약한 ‘시한폭탄’을 안고 육아를 감당해내야 하는데, 바로 골다공증”이라면서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이 막아주던 과도한 골 손실을 방어할 수 없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빠른 속도로 골밀도 감소를 경험하고 약간의 충격에도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손주들을 돌보다 지친 몸으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라도 하면 손목이나 척추, 고관절(엉덩이관절)일부가 부러지기 십상이다.
특히 취약한 부위가 손목이다. 아이들을 안을 때 보통 양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올리기 때문에 엄지손가락과 손목 사이 힘만 사용하는데, 이는 ‘건초염’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건초염은 손가락의 근육과 힘줄이 반복적인 충격을 받아 손 안에 있는 건초(손의 힘줄을 에워싸고 있는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손목의 과사용이 원인이다.
건초염이 생기면 엄지 손가락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주먹 쥐기나 걸레 비틀기 등 손가락에 힘을 줘야 하는 동작에서 찌릿찌릿한 통증을 느낀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일할 때 손목 부위가 붓거나 딱딱해지는 것도 주요 증상이다. 엄지 손가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감싸쥔 뒤 손목을 아래로 꺾을 때 심한 통증이 있다면 건초염일 가능성이 크다. 증상이 생기고 1∼2주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거나 소염진통제 등 약물에도 반응하지 않는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방치하면 주변 힘줄과 근육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손목의 시큰거림을 모른 척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이 질환은 갑자기 무리하게 손목을 사용하는 상황이 늘어날 경우 손목터널(손목 앞쪽 피부조직 밑에 뼈와 인대들로 형성된 작은 통로)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걸 말한다.
우는 아이를 달래거나 소화시키기 위해 장시간 안고 있으면 허리와 무릎에도 무리가 간다. 주변 근육이 약해진 상태에서 몸의 하중이 허리에 가해지는 동작을 반복하거나 척추를 똑바로 펴지 못하는 불편한 자세를 지속하면 허리 통증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를 안아 올리거나 내려놓을 때 자칫 허리를 삐끗하면 ‘급성 요추부 염좌’가 올 수 있고 심한 경우 허리 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허리가 일시적으로 삐끗했을 경우 휴식을 취하며 냉찜질을 해 주면 괜찮아진다. 하지만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고 허리를 숙이거나 앉아있을 때 묵직한 느낌이 있다면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인천힘찬병원 정형외과 이상협 원장은 “아이를 껴안아 들어올릴 때는 허리를 반듯하게 편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고 최대한 몸에 바짝 붙여서 허벅지 근육의 힘을 이용해 들어야 한다. 또 아이를 높이 드는 동작과 장시간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을 피하고 틈틈이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쪼그려 앉게 되면 체중의 7배 이상 하중이 전해져 무릎 관절이 약한 노인에게는 더욱 좋지 않다. 쪼그려 앉는 대신 낮은 욕실 의자나 보조 의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황혼 육아 시 스트레스로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악화되고 우울증, 수면 문제를 겪을 경우도 있다. 2003년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4년간 일주일에 9시간 이상 손주를 돌본 60세 전후 노인 1만여명을 조사했더니 동년배의 다른 노인들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5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손주를 돌보는 부모들이 미안한 마음에 이런 증상이 있어도 자식들에게 터놓고 얘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 교수는 “황혼 육아를 해야 한다면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깊은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 한다”면서 “자식들은 주말만이라도 부모가 육아에서 벗어나 취미활동 등 적절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유를 갖도록 하고 부모님 건강 관리에도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북힘찬병원 내과 하근우 원장은 “만성질환이 있다면 6개월에 한번씩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76571&code=141300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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