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신피로는 일부 대체 요법을 하는 의료인들이, 흥미위주의 매스컴과 검증이 미비한 외국 서적의 번역을 통해 대중과 상당수 의사들까지 오도하고 있는 대표적 이슈 중 하나이다. 내분비내과 의사들이 부신피로란 용어부터 그 부정확성과 문제를 간간히 지적해왔음에도 그보다 집요한 관련 이권자들의 노력으로 각종 잘못된 정보와 믿음은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이에 정확한 판단을 돕고자 필자는 2015년 8월 대한통합기능의학연구회에서 “Adrenal Fatigue is a Misnomer”라는 제목으로 문제점을 소개한 바 있다. 또 2015년 9월 항노화학회에서도 스트레스와 만성피로에서 부신피로에 대한 오해를 설명하고 치료적 접근에 대해서 강의하였다.
기존 타액호르몬 검사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2013년 10월에는 대안으로 메틸화대사와 연관지어 precision analytical 회사의 DUTCH(Dried Urine Test for Comprehensive Hormones) test를 소개하였지만, 당시 비용이 고가이고 취급 경로가 마땅치 않아 계속적인 진행은 되지 못하였다.
왜 잘못되었는가를 알아야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1998년 James Wilson이라는 자연요법의사(naturopathic doctor)는 스트레스로 인해 부신기능이 저하되고 저코티솔혈증이 유발되어 부신피로 증상이 나타난다는 가설을 주장하였다. 2001년에는 같은 내용으로 “Adrenal Fatigue,The 21st Century Stress Syndrome”라는 책을 출판하고 동시에 부신피로를 치료한다며 건강기능식품도 판매 하였다. 반복되는 감염, 화학물질 민감도 증가, 알러지, 류마티스 관절염, 섬유근육통 같은 자가면역질환, 갱년기 증후군, 갑상선기능 불균형, 만성 불안과 경증 우울증 등이 스트레스가 환자의 부신에 문제를 일으켜 발생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지였다. 때마침 1983년, 내분비의사인 William Jeffries,MD가 부신피질호르몬인 코티솔 부족 때문에 증상이 발생한다는 “Safe uses of Cortisol”을 발간함으로써 Wilson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되었다.
Wilson은 기존 혈액검사로는 부신피로를 진단하기 어려우며 참고치만으로는 각 환자에 맞는 적정 수준을 판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 당시 Hormone receptor의 민감도는 수치화 할 수가 없었고, 환자의 호르몬 일주기(Diurnal rhythm)역시 측정이 쉽지 않았다. 또 생화학적 독창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그 수치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였다. 이런 일련의 주장은 일반인들이나 기초의학이 탄탄하지 못한 의료인들한테까지 굉장히 그럴 듯 하게 들린다.
스트레스, 불안에 대한 높은 관심은 아래와 같이 그 당시 타임지나 뉴스위크지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James Wilson은 Hans Selye 의 일반적응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을 교묘히 변형하여 부신피로를 설명하려고 하였다. 그 중의 대표적인 오류 또는 거짓말이 “대부분의 부신피로 환자들이 혈중 코티솔이 저하되어있다”는 주장이다. 기존 의료계에서 만성피로에 대한 정의조차 확실하지 않던 점이 이런 혼란을 키우는데 기여한 것도 있다. 부신피로가 만성피로의 주원인인 것처럼 호도하였고 특히 타액호르몬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많은 의료인들의 이목을 잡아당겼다. Wilson은 기존 의학적 입장에서는 진단 자체를 못하니 자신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 설명하였고, 주류의학 또한 초반 10여 년간 이런 궤변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현대의학은 증상만 따라가지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자연요법, 대체요법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류의학을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Wilson의 부신피로 가설의 오류는 여러 측면에서 드러나지만 지면관계로 몇 가지만 언급해본다.
1. 부신의 크기 문제 : 부신피로를 부신만의 문제로 국한한 점이다. 부신기능 저하 시 부신크기가 커지거나 위축될 수 있다고 가정하였다는 것이다. 부신기능부전에 대해서는 내과교과서(Harrison 19판2323쪽table 406-7)에 잘 나와 있다. 우선 만성피로환자에서 부신크기가 감소되었다는 보고가 1999년에 있었고, 반면에 2006년 만성스트레스가 ACTH에 의한 부신피질호르몬 생산을 증가시켜 부신비대를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Hans Selye는 1930년대 실험 당시 부신이 커지고 흉선이 작아졌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2003년도 발표한 Disorder of adrenal gland function in chronic fatigue syndrome를 살펴보면 만성피로와 이차적인 부신기능부전환자 에서 ‘부신크기’는 별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아직까지 Wilson의 주장이 합당하다는 근거가 없다.
2. 부신피질호르몬이 저하되었다는 주장에 관한 신뢰도 있는 참고문헌이 없다. 혈액검사에서 reference range와 optimal range의 차이를 주장하지만 증명된 바는 없다. 타액호르몬검사의 free cortisol을 보고 일부 합당한 부분이 있나 생각하였지만 그에 대한 해법도 소변호르몬검사가 개발됨으로써 대부분 잘못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타액호르몬 검사는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다. 현재까지 Chris Kresser 같은 경우는 부신피질호르몬저하가(hypocortisolemia) 15% 이하라고 주장하고 있고, Daniel Kalish 같은 경우는 Timmins의 영향을 받아 만성스트레스에 의한 타액cortisol검사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의해왔는데 2015년부터는 소변호르몬검사( DUTCH)로 방향을 크게 선회하였다. DUTCH 검사는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축(HPA axis) 조절문제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그렇게 부신피로라 불리는 것들이 부신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조절장애(HPA axis dysregulation)라고 수정해서 명명해야한다는 주장에Chris Kresser도 동의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만성피로와 비만환자 5천례로 DUTCH test를 가장 많이 시행한 precision analytical의Mark Newman은, 실제 99%에서 Cortisol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상승되었다고 보고하였다.
3. 타액호르몬 검사에서 free cortisol은 저하된 것으로 보이지만 DHEA는 정상범위로 나타났다. 이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Cortisol, DHEA 두 호르몬 모두 부신피질에서 생산하고 있다. 상기 논문은 PTSD환자에서 타액으로 측정한 Cortisol은 저하되고 DHEA가 상승한 이유를 시상하부의 CRH가 직접 부신에 작용하여 DHEA를 생산하는데 관여했기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존의 “Pregenonolone Steal or Cortisol Steal”에 대한 가설도 이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아래 논문은 그런 연유에서 주목받고 있다. 상기 연구 결과들에 따라 잠정적으로 추론하자면, James Wilson이 말한 부신피로는 부신의 문제가 아니다.
4. 덱사메타존 억제검사(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 아래 논문 2편에서도 dexamethasone 억제시험에서 만성피로 환자와 정상인을 비교하였을 때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섬유근육통환자에서도 (J Psychosom Res. 2007 Jan;62(1):85-91.The low-dose dexamethasone suppression test in fibromyalgia.) 민감도의 차이만 있었지만 dexamthasone에 억제된 걸 보인다. 다시 정리하자면 부신자체 위축이나 기능소실은 아니다. 다른 원인에 의해서 만성피로 또는 섬유근육통이 유발하였을 것이다. 그 원인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여러 수많은 요인이 관여하거나 유발인자들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는 걸 필자나 연구하고 있는 독자들은 잘 이해할 것이다.
5. 병태생리학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조절장애(HPA axis dysregulation)이다. 부신피로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합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1998년 Peter Manu가 발표한 기능성 신체 증상(Functional Somatic Syndrome;FSS)의 이해에도 상당부분 중첩(overlap)된다. FSS는 오랫동안 치료 방향을 잡지 못하고 원인불명의 만성, 난치질환으로 분류되다가, 신경내분비면역계 변화를 측정하고 원인을 찾는 적극적인 시도를 하여 1998년에서야 학술적으로 정리가 되었다. FSS는 기질적 질환, 구조적인 변화 혹은 확실히 정립된 생화학적 변화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육체적 증상을 의미한다. 다양한 가설이 제기 되는데, Jack Kruse는 부신피로를 억제된 PVN(inhibited Peri Ventricular Nucleus)라며 변연계를 지적하고 있고 어떤 학자는 Limbic Kindling, Amygdala hypothesis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스트레스에 의한 명상, 요가, 태극권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올법한 이론이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를 비롯한 여러 가지 유발인자로 초래된 복잡 다양한 증상을 코티솔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6. Cortisol Resistance
부신피질호르몬이 저하되어 있든, 정상이든, 오히려 상승하든 간에 GR 수용체 민감도 저항성으로 설명하면 부신문제와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대사성증후군을 설명할 때 부신피질호르몬이 과잉된 경우와 부족한 경우를 각각 설명하고 그렇기에 GR 저항성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George P Chrousos가 발표한 Tissue glucocorticoid resistance/hypersensitivity syndromes(The Journal of Steroid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Volume 85, Issues 2-5, June 2003, Pages 457-467) 논문을 참고하는 것이 좋다.
7. 유전체 문제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환자는 GR수용체유전자에 대한 메틸화가 감소해 Gene silencing 이 적어짐으로써 cortisol 변화에 대한 스트레스에 보다 민감하다는 것이 상유전체(epigenetic)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04년 Moshe Szyf 박사는 엄마 쥐의 양육 질에 따라 새끼 쥐의 GR수용체 변화가 일어나고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밝혀내어 “Behavior epigenetics”을 개척하였다. Randy Jirtle박사는 2002년 agouti mouse을 이용하여 영양소 실험을 하여 “Nutritional Epigenetics”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 미국 IFM에서 Linus Pauling상을 받았다. Rachel Yehuda박사는 스트레스가 인간한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2002년에는 유대인이 독일수용소에서 구금한 경험에서 생긴 정신적 외상이 세대를 거쳐 후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하였다.
정확한 진단법
통합기능의학적으로 소변호르몬검사(DUTCH test)는 현재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진단하는 검사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8년부터 여러 회사에서 소개하고 있었고 임상적인 유용성을 인정받은 것도 5년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주류의학에서는 여전히 연구단계로 보고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주장의 마무리와 평가는 결국 팩트, 사실이 절대적 기준이다. 모든 설명과 추론의 앞뒤는 실체적 내용과 지식에 부합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만성피로환자의 체중 증가는 실험적으로는 입증되었으나 임상적인 규명은 쉽지 않았는데, 소변호르몬검사의 개발로 그 병태생리의 이해와 치료의 설계가 한층 가까워졌다.
다음 아래 도표 중 좌측은, 5000례 이상의 여성 비만환자의 소변호르몬검사(DUTCH)를 통해 BMI와 cortisol metabolites 농도와의 관계를 비교하였을 때, 비만 정도와 비례함을 나타낸다. 반면에 우측도표에서는 free cortisol과 BMI정도가 전혀 일치되지 않는 것이 관찰된다. 기존 타액호르몬검사로는 부신기능저하와 그로 인한 비만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변호르몬검사에서는 cortisol총량, free cortisol, cortisol metabolites 을 측정이 가능해 부신피질호르몬 대사를 이해할 수 있어 진단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DUTCH test에서 측정이 가능한 소변 호르몬 대사물질 종류
- Free cortisone
- Creatinine
- Tetrahyrdocortisone
- a-tetrahydrocortisol
- b-tetrahydrocortisol
- DHEAs
- Progesterone metabolites (a-pregnanediol, b-pregnanediol)
- Androgen metabolites (DHEAS, etiocholanolone, androsterone, testosterone, 5a-DHT, 5a-androstanediol, 5b-androstanediol, epi-testosterone)
- Estrogen metabolites (estrone, estradiol, estriol, 2-OH-estrone, 4-OH-estrone, 16-OH-estrone, 2-Methoxy-estrone, 2-OH-estradiol)
- 6-OH-melatonin-sulfate
실제 2008년부터 여러 회사에서 소개하고 있었고 실제 임상적인 유용성을 인정받은 게 5년여 정도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류의학에서는 아직 연구단계로 보고 있다. 호르몬대사만 소개하고 자세한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 논란과 쟁점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자 참고치인 호르몬 대사 모식도를 첨부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제 부신피로를 어떻게 명명해야 하는가!
부신피로라는 용어을 쓰는 사람은 James Wilson과 일반적으로 대체요법을 하는 일부 임상가 즉 과학적 근거를 별로 따지지 않고 경험에 의지한 채 상담하는 사람들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의료인들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그룹이 있어 아쉬운 감이 많다. 대표적인 게 강장제(adaptogen)의 문제인데 이게 호르몬검사가 다양화하고 여러 가지 통합기능의학검사가 활성화 되다 보니 여러 부작용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동시에 강장제(adaptogen)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말 adaptogen의 정의에 맞게 약리작용이 있는지 일반국민들은 수천 년 전부터 민간요법으로 이용해 부작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부신피로란 명명이 가짜 진단명이고 논리적으로도 부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학자군에는 Thomas G.Guilliams Ph.D and Lena Edwards M.D, Bryan_Walsh, MD, Kara Fitzerald,ND, Kalish,DC, Chris Kresser,MS, Mercola,ND, Joseph M. Cohen, Jeffrey Dach MD, Carrie Jones, ND: Adrenal Fatigue Doesn’t Exist & Circadian Rhythm Imbalances, Flavio A Cadegiani and Claudio E. Kater in Brazil, Alan Christianson, NMD, Dr. Spencer Nadolsky, Nora Gedgaudas - author of Rethinking Fatigue 이제는 대한민국 통합기능의학을 연구하거나 진료하는 의료인들은 한 번 더 논문과 자료를 검토해 보고 필요하다면 필자에게 연락주시면 답해드리겠다. 만성피로환자를 Wilson이 말한 대로 진료를 하면 많은 부작용과 오히려 환자에게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일부 강사들이 세미나에서 생각 없이 쇼닥터같이 강의를 하는데 대한 통합기능의학연구회나 대한 통합의학회에서는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는 점을 독자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통합기능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임상을 하게 되면 주류의학자나 환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진단명이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 조절장애(HPA dysregulation, HPA dysfunction)로 모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학자들이 모여 잘못된 정의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명명해 고심을 해야 억울한 환자들의 피해가 없을 것이다. 진단에 잘못이 있으면 치료에도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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