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출신 대학원생들과 졸업앨범 촬영을 하는 유병화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TLBU) 총장. 지난 10년간 중국·라오스·캄보디아 등의 명문 법대생을 미국 변호사로 키워낸 그는 국내에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어머니 나라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다고 했다. [TLBU 제공] |
TLBU는 학생 전원이 전액 장학금을 받는 대학원이다. 중국(베이징대, 정파[政法]대)·라오스(라오스국립대)·베트남(베트남국립대) 등 중국·동남아에서 유명 법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TLBU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에 도전한다. 국제화 교육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박사과정 분교, 중국 베이징에 현지 연구소를 세웠다. 워싱턴DC에는 분교 설립을 추진 중이다. TLBU 산하에는 162명 규모의 대안학교 ‘TLBU 글로벌 스쿨(중·고 과정)’도 있다. 한·미 교과과정을 절반씩 가르치고, 영어 전용 수업을 하는 국제학교다. TLBU 글로벌 스쿨에서는 매년 여름·겨울에 영어캠프를 연다. 강남과 목동 등 ‘버블 지역’ 학부형들에게 인기가 많아 고양시청과 함께 지역 학생들을 위한 1000명 규모 영어캠프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유 총장이 최근 엉뚱하지만 의미있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것도 미국 명문대 진학이 목표인 글로벌 엘리트 학교다. 유 총장은 인터뷰에서 “국내 각지에서 공부 잘하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선발해 전액 장학금을 주고, 기숙사 생활을 시켜 하버드·예일 같은 명문대에 입학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세우려 하나.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묵은’ 문제다. 하지만 아무도 해답을 내놓지 않은 것이 더 큰 잘못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제대로 교육을 받기도 어렵다. 그러니 ‘왕따’에 교육 부적응 등으로 자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단순히 한글을 가르치는 식의 교육으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당장 미국에 있는 한인 교포들만 생각해 보자. 미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기 전까지는 어눌한 영어와 인종차별 등으로 피해의식에 빠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뭘 해보자고 해도 비판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면 그때부터 달라진다. 미국 주류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모국 발전에도 이바지한다.
우리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사회적으로 성공해야 한다. 다른 한국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 국내 경쟁력은 물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영어도 잘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로 수업을 하는 중·고교 과정을 만들어 뛰어난 학생을 미국 명문대로 보내고자 한다.”
-TLBU 대학원생들이 다문화 자녀들의 멘토링을 할 계획이라던데.
“TLBU 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들은 대다수가 동남아 각국의 최고 법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다. 여기 있는 부이덕티엔(23·베트남) 학생만 해도 베트남 명문대인 호찌민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아버지가 노동부 차관인 정통 엘리트 가문 출신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동남아 출신 TLBU 대학원생 20명이 동석했다.)
다문화 대안학교의 멘토링 컨셉트는 어머니의 나라에서 ‘날고 기는’ 엘리트 선배들을 보면서 새로운 롤 모델을 확립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어머니 나라에 대한 긍지도 가질 수 있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유학 온 이곳 대학원생들은 모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가득 차있다. 국내 다문화 2세들에 대한 멘토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숙사 방 배정을 할 때 각 국가 대학원생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룸메이트로 배정해 언니·오빠들
을 따라다니면서 면학 분위기를 익히게 하는 한편, 부족한 학습에 대한 튜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문화 2세들은 어떤 가능성이 있나.
“아직은 ‘미운 오리 새끼’ 대접을 받지만, 잘만 교육하면 충분히 백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필리핀 어머니에게서 난 아이가 미국 명문대를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왔다고 치자. 한국과 필리핀 간의 외교를 이어주는 프로 외교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 나라에서도 본국 혈통이기도 한 한국 외교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한국계 미국인을 대하는 감정과 비슷하다. 그렇게 된다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대한민국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학생들이 졸업 후 미국 대학에 입학하면 학비는 누가 대나.
“TLBU에는 많은 후원자가 있다. 학생들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하면, 후원자들과 일대일 후원 관계를 맺어줄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기업 스폰서를 직접 유치해 올 생각도 있다. 나 역시 프랑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외국 유학은 가서 자리를 잡기가 어렵지 정착하기만 하면 장학금 기회가 많다.”
-개교에 어려움은 없나.
“경기도·고양시 당국과 협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내년 초께에 개교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액 장학생만으로 운영하려하니 기금이 늘 부족하다. 다문화 인재 육성에 동참하고자 하는 독지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