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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선관위 정치후원금’ 거부

천사요정 2019. 11. 8. 03:33

공무원 소득서 기탁금 일괄공제…각 정당에 20년간 832억
“정치활동 막아놓고 돈은 걷어가…지지 정당에 내게 해달라”


공무원 노조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후원금’을 거부하고 나섰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적 의사 표현이 제한된 공무원을 대상으로 반강제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을 지원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라는 것이다. 공무원에게도 지지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지정기탁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정하지 않고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후원금(기탁금)을 낸다. 선관위는 이 기탁금을 국회의원 의석수 등에 따른 국고보조금 배분 비율에 맞춰 정당에 배분한다. 공무원에게는 일반기탁만 허용되는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조합원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무원 정치후원금 모금 전면 거부와 정치기본권 쟁취를 위한 권리찾기 대회’를 연다. 이미 지난달 30일 전공노 부산, 대구 지역본부를 시작으로 지난 5일 전남 지역본부까지 10개 지역본부에서 관련 집회를 이어갔다.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 개인의 정치적 의사를 배제한 채 반강제적으로 모금한 후, 일방적으로 큰 정당에만 집중 배분되는 현행 정치후원금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면서 “제도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후원금 한 푼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도 이달 소속 조합원을 상대로 정치후원금 거부운동을 시작했다. 김현진 공노총 광역연맹 위원장은 “공무원에게 모든 정치적인 현안에 대해 침묵을 강요하면서도 기탁금을 모금해가는 것은 사실상 선관위의 강탈 행위”라고 말했다.


공무원에게 지정기탁제가 없는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그러나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 약속을 받아내 공무원의 발언권을 넓히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공무원의 정당 후원을 금지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지정기탁금제 재도입 요구로 이어져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월 국회와 정부, 선관위 등에 “공무원도 시민이며 정치적 기본권의 주체라는 것이 헌법과 판례, 국제규약에 비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면서 공무원의 정당후원 등 각종 정치적 기본권 회복을 위한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선관위는 1997년 지정기탁제 폐지 이후 계속돼온 연말 소득공제와 연계한 정치후원금 모금을 이어가고 있다. 선관위는 매년 10월 각 관공서에 ‘정치기부 활성화 협조공문’을 보내고 각종 매체를 통해 전 국민에게 후원금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832억원을 모아 국고보조금 비율대로 각 정당에 지원했다. 지난해 모금액 20억5000만원은 자유한국당에 6억4000만원, 더불어민주당 6억3000만원, 바른미래당 4억6000만원, 민주평화당 1억2000만원, 정의당 1억2000만원, 민중당 4000만원, 대한애국당에 100만원이 각각 지원됐다. 


공무원 노조는 “모금액 절대액수가 기득권 정당에 건네지는 불공정 배분은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공무원들의 후원금 모금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되고, 반강제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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