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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재벌체제의 강화(1)

천사요정 2019. 11. 30. 09:51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15)]

한국재벌형성의 역사⑤ 신자유주의세계화와 재벌



한국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 재벌을 개혁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기가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먼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정체부터 알아본다.

70년대 세계경제의 위기란 곧 자본주의의 위기이자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세계질서의 위기를 의미했다. 이에 대응하여 제국주의진영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을 추진했다. 미국이 앞장서서 진행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은 크게 6가지 차원에서 전개되었다



첫째,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기초했다.

신자유주의세계화는 현대제국주의의 위기의 산물이다. 전후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기초하여 미 제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현대제국주의체제는 70년대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위기에 봉착했다. 전후 자본주의 황금기는 미국의 달러 확산에 의한 경기부양으로 가능했다. 여기에 사회주의혁명을 예방하려는 복지정책과 맞물리면서 거대수요를 창출하며 급성장하였다. 나아가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국관영기업을 창출하고 재정통화정책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였다. 그러나 70년대 자본주의 고도성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나 좌초하게 된다. 제국주의자들, 초국적 자본들은 신자유주의세계화에서 탈출구를 찾았다.

신자유주의는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자유주의”이다. “시장이냐 정부냐”하는 논쟁은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념적 도그마와 케인즈주의의 ‘정부개입론’을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현실의 자본주의는 이미 자유경쟁, 독점단계를 거쳐 케인즈주의에 기반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전환했고, 이를 다시 자유경쟁단계 자유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자유주의는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한 자유주의이며, 강력한 정부의 개입을 통해 유지되는 자유주의이다. 일국의 범위에서 볼 때 신자유주의는 주로 ‘공공부문 축소와 민영화’, ‘복지축소’, ‘완전고용 철회와 비정규직 확대’, ‘노동기본권 약화’를 겨냥한 자본가 진영의 쿠데타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이로 인해 세계적 범위에서 1:99의 양극화가 초래되기 시작했다.


둘째, 세계화전략으로 추진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미국이 전 세계에 달러를 풀고, 자국내 시장을 개방하는 한편 세계 각국은 미국의 달러에 의해 자국경제를 부양하고, 생산을 일으켜 미국에 수출함으로써 경제가 성장하는 구조로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경제구조는 미국내 제조업의 공동화와 무역수지적자라는 심각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세계경찰 역할을 자임하며 과도한 군사비를 지출하여 재정적자가 심화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른 바 미국의 ‘쌍둥이 적자구조’이다. 미국은 제조업의 공동화를 메꾸고 경쟁력있는 분야를 수출하여 쌍둥이 적자구조를 해결할 새로운 출로를 찾아야 했다. 미국은 군사력, 금융, 정보, 농업, 우주산업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공산품 자유무역만으로는 이윤을 더욱 증대시킬 수 없는 국제자본들의 요구가 여기에 맞아 떨어졌다.

미국은 기존의 국제무역질서인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체제에서 ‘세계무역기구(WTO)’체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한 세계무역질서의 전환은 결국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자유화, 개방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제8차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의 개시와 더불어 국제기구로서 설립이 추진되고, 1994년 4월 모로코의 마라케쉬에서 111개국이 서명하고 1995년 1월 1일 발효됨으로써 WTO체제가 공식 출범하였다.

세계무역기구가 추진한 다자간 협상은 도하개발아젠다를 출범시켰으나 처음부터 제국주의국가간, 제국주의국가와 신흥국가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좌초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다자간 협상에서 양자간 협상으로 전환하고, 양자간, 권역별 무역협정(FTA)을 추진했다. NAFTA(북미자유무역지대), 미-멕시코 자유무역협정에 이어 한미FTA, TPP에 이르는 과정에서 거대자유무역지대(MEGA FTA)로 발전했다.


셋째, 과학기술혁명과 결합되어 추진되었다.

과학기술혁명은 197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며 극소전자혁명, 정보통신혁명을 이어가며, 나노기술, 신소재, 생물공학, 우주기술. 재생에너지 전반분야에서 벌어진 과학기술적 발전을 의미한다. 군사분야에서 먼저 발달한 과학기술의 실용화는 민간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더욱 본격화되었다. 과학기술혁명을 통하여 세계의 연결망은 오프라인, 온라인 모든 영역에서 확대되고, 산업과 생산은 과학기술과 일체화되었으며, 산학복합이 신산업 발전의 세계적 추세로 되었다. 초국적 거대자본들은 과학기술독점을 지렛대로 제국주의내부, 제국주의와 신식민지 사이의 국제분업체계를 더욱 중층화, 고도화하고, 기술 패권과 지적소유권 패권을 통해 경제침략과 약탈을 확대했다. 자본주의주의적 과학기술혁명은 세계적 범위에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새로운 착취와 약탈의 수단으로 등장했다.


넷째, 새로운 독점체의 등장, 경제의 금융화, 정보화와 밀접히 결합되었다.

1950년대말과 60년대초 초국적기업(다국적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회주의권 형성, 식민지해방으로 인해 세계시장이 축소되고, 자본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진 조건에서 상품수출, 원조, 차관형태의 자본수출만으로는 더 이상 이윤을 남기기 힘들게된 주요 독점자본들은 초국적 기업형태의 직접투자의 길로 나서게 되었다. 초국적기업들은 제국주의간, 제국주의와 식민지, 또는 개발도상국간의 중층적이 다양한 형태의 국제분업체계를 구축하고 이윤을 극대화시켜 나갔다. 나아가 상호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초국적 자본간의 인수와 합병이 거대한 규모에서 일어나고 세계시장은 더욱더 초국적 자본의 지배하로 들어갔다. 초국적기업은 전세계 농산품의 80% 이상, 상품과 써비스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500대 초국적기업이 세계무역의 70%, 해외투자의 70%, 세계 GDP의 30%를 좌우한다고 추정된다.

다른 한편 자본주의경제는 이윤율 저하와 함께 방대한 과잉자본이 형성되고, 유휴자본은 금융시장을 맴돌게 되면서 경제의 금융화가 더욱 진척되었다. 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1980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9%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317%로 급증했다. 미국은 400%가 넘었다. BIS에 따르면 세계외환거래량이 1995년 4월 1조 6330억 달러에서 2010년 4월 5조 560억 달러로 15년간 4배가 증가하고, 하루 외환거래량이 국제무역량의 20배에 달했다.

또한 정보통신혁명은 지식경제를 추동함과 더불어 서비스업, 지적소유권산업의 발달과 경제의 금융화를 더욱 촉진시켰다. 초국적기업 등장, 경제의 금융화, 정보화는 세계화(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군산복합체의 지배에 더하여 금융독점체와 정보독점체의 융합에 의한 무제한적인 제국주의적 착취체제를 형성하는데 이르렀다. 그야말로 군산금정(군수, 산업, 금융, 정보)복합체들의 국제적 무한착취체계가 구축되어 카지노 제국주의라는 저주를 받게 되었다.


다섯째, 개발도상국에 대한 외채위기, 외환위기, 금융위기와 결합된 폭력적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전후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기초한 현대제국주의체제의 모순이 미국에서는 쌍둥이 적자로, 제국주의전반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면, 신식민지국가와 개발도상국에서는 ‘외채위기’, ‘외환위기’로 나타났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국가들은 개발도상국의 재식민지화와 신식민지국가들에 대한 예속화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했다. 예속화정책의 주된 방향은 종속적 산업화를 겨냥했다. 이러한 예속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과 신식민지국가들은 일정한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내수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이러한 시장(이머징 마켓)들은 제국주의 국가들의 새로운 먹이감이 되었다. 제국주의 자본은 이들 국가에 '개방', '개혁'을 강요하고, ‘외채위기’, ‘외환위기’를 야기하는 폭력적 방식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편입시켜갔다.

개발도상국과 신식민지국가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전략을 강요에 의해 다자간, 또는 양자간 자유무역질서에 포섭되었고, 전면적 개방경제체제로 전환하였다. 이 결과 신식민지 국가들은 대다수가 더욱 심각한 경제예속체제에 편입되고, 제국주의에 의한 착취가 심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나아가 심각한 경제주권의 상실을 가져왔고, 지방자치단위들까지 세계화와 연결되면서 예속체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여섯째, 사회주의몰락을 계기로 일시적 팍스아메리카나를 구축하고, 전쟁의 세계화로 귀결되었다.

미국을 핵심으로 하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세계화 전략은 소련동구사회주의 몰락과 결합되면서 말 그대로 세계화되었다. 과거 제국주의의 국제화, 세계화가 식민지 개척에 있었다면, 냉전시기에는 사회주의국가나 반제국가들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소련동구가 무너지면서 세계화전략이 실질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세계화되면서 일시적으로 ‘팍스 아메리카나’질서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제국주의진영이 상실했던 동구사회주의, 반미반제국주의 국가들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미 제국주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질서를 거부하는 나라들에 대해서 ‘반테러전’의 명분으로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침략전쟁을 개시했다. 아프카니스탄,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전쟁, 한반도에서의 핵대결, 동유럽과 중동에서의 색깔혁명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전쟁의 세계화’로 이어졌다.

결국 미국을 중심으로한 신자유주의세계화체제는 2008년 금융공황을 계기로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신자유주의세계화가 가져온 것은 ‘빈곤의 세계화’, ‘예속의 세계화‘, ‘공황의 세계화’, ’전쟁의 세계화‘였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종속적 재벌공화국의 탄생


[자주적 경제민주화의 길(16)]

한국재벌형성의 역사⑤ 신자유주의세계화와 재벌(2)


1997년 외환위기의 주범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제국주의 세력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이다. 그러나 국내적으로는 재벌이다. 재벌들은 금융, 자본자유화를 계기로 무분별하게 외채를 차입하고 세계적 범위에서 엄청난 과잉투자를 벌였다. 외환고갈사태를 야기한 재벌을 개혁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2년이 지난 지금 재벌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을 정도도 더욱 커졌다. 그 결과로 한국경제는 종속적 신자유주의체제, 양극화 체제가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은 초국적 자본들과 재벌은 살찌나 국민경제와 서민경제는 피멍드는 경제질서가 심화되는 과정이었다.


외환위기 직후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은 1999년 최정점에 이른다. “순환출자 및 부당내부거래 억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차단, 부의 변칙상속증여 차단”이라는 원칙들 기초하여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일정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공시 및 이사회 승인 의무화, 사외이사 비중 확대, 감사위원회 도입, 소수주주권 강화, 상속․증여세 세율상향조정 등 주요 정책들이 발표되었다. 1999년 12월 국회는 공정거래법, 증권거래법, 상법 개정법률 안들을 통과시키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2001년부터 경기침체를 이유로 후퇴하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권에서는 더 약화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아예 ‘비지니스 플랜드리’를 외치며 친재벌정책을 강행했고, 박근혜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정희식 정경유착을 부활시켰다. 그 결과 한국경제의 예속성과 양극화는 매우 극단적 수준으로 심화되었다.



첫째, 재벌이 세계화되면서 국민경제의 종속성이 심화되고,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IMF 이후 한국경제는 생산시스템, 자본, 금융, 판매시장 영역에서 대외의존성이 새로운 형태로 심화되었다.
지난시기 한국경제는 차관이라는 외자를 바탕으로 미일한삼각무역체제, 제국주의-신식민지 국제분업체계속에 편입되어 종속적 산업화의 길을 걸어왔다. IMF이후 한국재벌의 생산과 판매, 자본순환은 최첨단산업, 지식경제산업을 장악한 제국주의자본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국제분업체제속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제국주의 경제가 초국적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축적체계, 군수,산업,금융,정보 독점체계를 형성하며 세계화전략을 추진하자 한국 재벌은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영역을 담당하는 종속적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된다. 또한 일본의 장기침체와 중국의 등장이라는 지정학적 조건이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새로운 국제분업질서에 안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한일 경제전쟁에서 나타나듯이 일본의 자본과 기술에 의존하고, 중간급 조립기술로 미국에 수출한다는 전통적 제국주의-신식민지적 국제분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특히 첨단과학기술, 지적재산과 관련한 지식경제관련 산업은 여전히 미국패권에 종속되어 있다.
또한 자본과 금융시장 개방은 제국주의 자본의 국내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더 강화시켰다. 외국자본은 국내 대기업과 은행에 집중투자하여 경영권 분쟁을 야기하고, 자본,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되었다. 2010년 현재 한국 핵심금융회사 중 외국인총지분율은 국민은행(82.3%), 신한금융지주(58.1%), 삼성화재(57.2%), 하나금융지주(78.3%), 외환은행(80.6%)에 달하고 우리금융지주가 13.8%정도이다. 주요 대기업 역시 외국인총지분율이 삼성전자(47.4%), 포스코(49.8%), SK텔레콤(47.5%), 현대자동차(34.4%), KT(47.1%)에 달한다.


이러한 전반특징은 무역의존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1990년대 30%대였던 무역의존도가 2003년 이미 50%를 넘어섰고, 2010년을 기점으로 수출비중이 내수비중을 앞지르게 된다. 무역의존도(대외의존도)란 국가경제의 해외시장의존도를 말한다. 2008년 104.5%로 처음 100%를 넘었고 2011년 113.5%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2년 112.8%, 2013년 106.1%, 2014년 98.6%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젠 수출이 막히는 형국이다. 한국경제의 대외의존도는 2018년 현재 8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간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초국적자본이 주도하는 중층적 국제분업질서에 편입되어 있다는 뜻이며, 금융위기에 항시적으로 노출되고, 세계경제의 경기변동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의 내수 비중은 끊임없이 하락해왔다. 1996년 78.4%에서 2015년엔 53.4%로 25.1%포인트나 하락했다. 1996년~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내수 비중은 평균 61.9%이다. 한편 내수비중이 높은 나라는 미국(88.0%), 브라질(87.4%), 일본(84.8%), 그리스(79.7%), 오스트레일리아(79%) 등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국내소비 증가율은 수출, 수입보다 낮았다. 가계소비 성장률(1.91%)의 경우 비영리단체소비 성장률(7.21%), 정부소비 성장률(3.70%)보다 더 낮았다. 결국 IMF 이후 제국주의와 재벌이 주도한 “수출주도”, “내수약화”는 “고용없는 성장”, “청년실업 증가”, “양극화”로 이어졌다.



둘째, 재벌경제력 집중으로 1:99 양극화가 초래되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연간 GDP대비 30대재벌 자산비중은 1987년 55.30% → 1997년 97.83% → 2002년 59.29% → 2008년 84.35% → 2012년 104.50% → 2017년 100.31%의 흐름을 보인다. 이 흐름은 외환위기 직전까지 재벌이 엄청난 경제력 집중을 보이다가 IMF 구제금융 이후 30대재벌 중 16개가 해체되어 일시 약화된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살아남은 재벌들이 결국 경제력 집중을 다시 강화해 외환위기 이전 시기를 훨씬 넘어서는 경제력집중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2012년부터 경제민주화투쟁이 본격화될 때 일정하게 완화현상도 나타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12년 CEO스코어 발표자료에 따르면, 97년부터 2011년까지 15년간 10대그룹 대표기업의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300~600% 증가하고 부채비율은 1/3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은 111조원에서 613조원으로 449.0% 증가했고, 매출액은 92조원에서 625조원으로 579.6%, 총영업이익은 11조원에서 47조원으로 318.2% 증가했으며, 부채비율은 349.2%에서 119.4%로 229.8% 감소했다. 그러나 고용증가율은 17만2000명에서 28만6000명으로 66.3%에 불과해 매출액 증가율과 비교하면 고용증가율은 1/10 수준이었다.

2019년 현재 5월 15일 현재 자산이 5조 이상인 59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2039조7000억원이다. 이들 자산은 (’15) 1,646.3조 원 → (’16) 1,753.6조 원 → (’17) 1,842.1조 원 → (’18) 1,996.7조 원 → (’19) 2,039.7조 원 순으로 증가해왔다. 이중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상위 5개 재벌의 자산총액이 1,101조, 7억원으로 54.0%를 차지한다. 삼성은 총자산 414조5470억원, 현대차(223조5000억원), SK(218조억원), LG(129조6000억원), 롯데(115조3000억원) 순이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부익부빈익빈의 양극화를 초래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상위 10%소득이 하위 10%의 소득에 비해 2016년 5.73배에서 2017년 5.78배로 소득격차가 더 높아졌다. 상위소득자 10%가 하위소득자에 비해 6배를 더 번다는 뜻이다. 이러한 수치의 격차는 지난 20여년간 세계 최고속도이며, 소득불평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2010년대는 저성장, 저출산·고령화 문제까지 겹치고,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니계수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1997년 0.257이었던 지니계수는 1998년 0.285, 1999년에는 0.288로 뛰었다. 지니계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불평등한 것이다. 지니계수는 2009년 0.295로 정점을 찍은 뒤 아직도 97년 외환위기 수준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불평등데이터베이스(WID)는 우리나라 20세 이상 인구 중 소득 상위 10%에 속하는 계층의 소득집중도가 2016년 기준으로 43.3%라고 밝혔다. 1996년 35%에 비하면 매우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상위 1%의 소득집중도는 1996년 7.8%에서 2016년 12.2%로 높아졌다. 상위1%라 우리나라 부의 12%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셋째, 재벌사이에서도 양극화 심화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었다. 2018년 상위 4대 그룹이 가진 자산이 나머지 56곳 자산과 비슷했다. 상위 4대 기업집단 자산은 934조5290억원으로, 60대 기업집단 1966조3740억원의 48% 수준에 육박했다. 이중 삼성그룹이 399조5596억원(20.32%)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은 현대차그룹 222조6542억원(11.32%)와도 9%포인트 격차를 냈다.
10대그룹으로 놓고보아도 전체 기업집단 중 압도적 부분을 차지한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대 그룹 자산총액 평균은 62.4%였다가 2011년부터 2018년에 이르면 69.5%로 차이가 크게 확대되었다.
상위 기업집단으로 올라갈수록 자산, 매출, 영업이익률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내부거래를 통한 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넷째, 재벌의 금융지배가 더욱 강화되었다.
2012년 29개 대기업집단이 112개의 금융·보험사를 보유했다. 2008년 74개에서 51.4%가 증가한 수치다. 이들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금융보험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은 0.4조원으로 전체지분의 2.5%에 불과하다. 그러나 계열사를 통한 지분보유액은 7.7조원으로 50.5%에 달한다. 특히 18개 기업집단의 60개 금융·보험사는 149개 계열회사(금융 96개·비금융 53개)에 출자했다. 금융·보험사의 계열회사 출자금(액면가 기준)은 4조 8,20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7%(1조 1,883억원) 증가했다. 재벌은 계열회사간 순환출자와 함께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간 교차출자를 통해 가공자본을 만들어 계열사를 확대하고 총수지배력을 강화해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금산분리원칙을 은행출자만 규제하고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해서는 열어두는 정책을 통해서 사실상 재벌의 금융지배를 지원해 주는 제도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2012년 4월 현재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카드 지분 8.6%를 보유하고, 삼성전자는 삼성생명(6.5%)과 삼성화재(1.1%)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4.7%를 갖고 있었다.



다섯째, 재벌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2019년 4월 경실련은 5대재벌이 문어발식 업종확장을 해 왔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이 분석한 재벌계열사 확대양상을 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계열사는 총 142곳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중 비제조업이 110개사로 전체 증가분의 77%를 차지한다. 제조업에 관련된 계열사 증가는 32곳이다. 비제조업 계열사 확대가 3.4배 높다.
외환위기 이후 재벌은 제조업 주력산업 계열사를 늘리기보다 진출이 쉽고 내부거래가 편한 금융업, 건설·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전문·과학·기술·교육·사업지원 서비스업에 중점을 두고 계열사를 확장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재벌분리와 3, 4세 상속과 결합되면서 더욱 강화되었다. 중소기업 기술과 일감탈취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한다. 그 결과는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 자영업자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져 재벌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공고화되었다.


재벌은 토지자산축적에도 공을 들였다. 같은 기간 주력사업과는 무관하면서도 자본력만으로 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설·부동산·임대업 관련 계열사들이 13개 기업에서 41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5대 재벌의 토지자산은 2007년 23조9000억원에서 2017년 75조4000억원으로 51조5000억원 증가했다.

요약하면, 한국사회는 IMF 이후 종속적 재벌공화국으로 변화되었다. 그럼에도 재벌지배력의 구체적 내용과 특징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지난시기 한국의 지배세력은 미국이 친미군부독재세력을 중심으로 친일친미정치세력, 재벌, 친미관료들을 묶어세운 폭력적인 친미군사독재형태였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 97년 IMF 외환위기라는 공간을 통하여 군사독재세력이 일정 약화되었다. 반면 재벌세력은 민주주의와 경제국난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재벌은 자본, 금융시장의 개방공간을 통하여 제국주의 해외자본이 한국에 직접투자하는데 안내자 역할을 했다. 또한 종속적인 국제분업체계속에서 생산판매시장을 확보하며 새로운 이윤창출공간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재벌은 국내 군사독재세력, 친미관료세력, 신흥친미개혁세력 등의 정치세력과 대등한 정도의 정치적 지배세력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한국 지배세력을 정치적으로 하나로 묶어세울 정도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재벌의 경제적 지배권은 독점적으로 성장했고, 정치적 지배영역을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재벌공화국은 제국주의 세계화전략의 안내자로서의 역할, 한국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통해 정치적 지배권을 급속도로 높여가는 과정에 있는 재벌의 위상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재벌세력이 종속적이나마 경제적 지배권을 가지고 정치적 영역에서 친재벌정책을 관철할 수는 있어도 정치적 지배자로 전면에 등장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지금과 같이 재벌이 국민경제를 외면하고 외국자본과 결탁하며,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를 치부에 악용하는 방식, 중소기업과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극단적인 착취와 약탈을 강화하는 방식만으로는 주권의식이 높아진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을 정확히 보아야 재벌체제개혁에 대한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 재벌개혁은 주권의식이 높은 국민의 자주적 경제민주화투쟁을 통하여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그동안 재벌체제개혁, 경제민주화를 반복적으로 실패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시장제일주의에 대한 맹신이다. ‘시장’,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에 대한 맹신이라는 경제사상, 경제철학이 한국사회의 정치지도자에서부터 이제 막 태어난 어린애까지 뼈속깊이 침투되어 있다. 시장만이 제일이며, 신자유주의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식의 천박한 경제철학을 전국민적으로 뛰어넘기 위한 노력이 필수이다. 나아가 최근 부각되는 ‘사회적 경제’를 넘어서는 수준의 대안경제사상, 경제철학에 대한 모색이 전사회적으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시장과 재벌은 필요악이라는 결론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세계화, 미국화, 수출에 대한 맹신이다. ‘글로벌’,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 ‘신자유주의 꺼을 수 없는 대세’라는 비자주적 태도를 극복해야 한다. 이제 소득주도, 내수주도 이야기가 약간 제기되는 정도이나 여전히 약하다. 지금 세계는 1, 2차 세계대전 전야, 대공황 전야 수준의 국제적 지각변동이 진행되는 격동의 세기이다. 미국중심의 일극패권이 몰락하고 다극화로 나아가는 시대에는 자주정치, 자주외교, 자주경제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더 속도감있게 높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향을 경제정책화하는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최근 한일경제전쟁은 이러한 지향을 더욱 높여주는 좋은 계기이다.


셋째는 재벌체제개혁은 결국 주체의 문제이다. 재벌체제개혁의 주체는 결국 노동자민중, 국민이다. 한일경제전쟁이 한국경제구조를 새롭게 혁신할 중요한 모티브라면 거기에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경제자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경제생태계, 그리고 노동기본권, 국민의 경제주권 강화이다. 정부가 도와주면 좋고 도와주지 않아도 민은 스스로 재벌체제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현대제국주의 경제질서에 파열구를 내고, 재벌특혜동맹을 타격하는 힘은 결국 노동자민중의 투쟁속에서 나온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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