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부동산

'부모돈 빌린척 편법증여' 등..고가 아파트 산 257명 세무조사

천사요정 2019. 12. 24. 00:54

국세청, 작년부터 합동조사 벌여
친척 이름 빌려 분산 증여 적발
보증금 승계 등 수천억 '레버리지'도
학생에게만 집 임대해 소득 누락
임대사업자들 정밀 검증도 예고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 2청사에서 노정석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왼쪽)이 고가주택 취득자 등 257명 자금출처 세무조사 착수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세종/연합뉴스

편법 증여 등 수법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한 이들 가운데 세금 탈루 의심자에 대해 국세청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이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편법 증여 등이 의심되는 거래 531건 가운데 증여세 등 탈루 혐의자 101명과 최근 고가 주택 취득자 전수조사를 통해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156명을 선정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관계기관 합동조사와 함께 금융정보분석원(FIU), 국토부에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활용해 수도권과 대전·부산 등 과열 양상을 보인 지역의 고가 아파트 취득자의 소득과 재산, 금융 거래 내역 등을 분석해 왔다. 이날 세무조사는 그 후속조처인 셈이다.



국세청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가족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40대 의사가 배우자와 함께 고가의 아파트를 함께 매입하면서 부모한테 증여받은 현금을 차입금으로 신고하거나, 미성년자가 부모의 돈으로 고가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친인척 4명의 이름으로 분산 증여를 받은 것처럼 허위 신고한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가 주택 매입자들은 차입금 및 보증금 승계 등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통해 국세청에 의심거래로 통보된 531건 주택 거래의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전체 취득금액 5124억원 가운데 보증금 승계와 차입금, 금융기관 대출이 3553억원(69%)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들 거래에 활용된 자기 자금 규모는 1571억원(31%)에 그쳤다.



국세청은 “부모 등 친인척 간의 차입금에 대해 차입을 가장한 편법 증여에 해당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검증할 것”이라며 “원리금을 자력으로 상환하는지 부채를 모두 상환할 때까지 전 과정을 세무조사에 준하는 수준으로 사후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세청은 부동산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밀 검증도 예고했다. 다주택자 조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부동산 임대업을 등록하는 사업자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적지않은 이들이 소득세 등을 탈루한다고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세무조사 대상자 가운데도 세금을 탈루한 임대사업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가족과 친인척 등 10여명의 이름을 빌려 수입을 분산하거나, 월세 증빙을 요구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만 주택을 임대해 임대소득을 전액 누락한 경우 등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성실신고가 최선의 절세라는 인식이 정착될 때까지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한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 탈세 혐의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조처하겠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https://news.v.daum.net/v/2019122320361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