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부동산

강남 재건축 시장에 2억 낮춘 '급매물'..'12·16 대책' 효과?

천사요정 2019. 12. 24. 01:08

ㆍ잠실 주공·대치 은마 등 속속 등장…아직은 ‘호가’ 수준
ㆍ대출 규제·최근 급등 후유증 작용 “이젠 하락” 분위기
ㆍ전문가 “6개월 관망세…내년 총선 후 집값 향배 변곡점”


‘12·16 부동산대책’ 이후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호가를 2억원가량 낮춘 급매물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시행돼 직격탄을 맞은 데다 최근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의 영향으로 ‘이제 집값이 내릴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변곡점으로 집값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12·16 대책이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난 23일 서울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는 대체로 조용했다. 세금 및 대출규제 등 구체적인 대책 내용이나 향후 집값 영향 등에 대한 문의전화가 쏟아졌던 발표 직후와 달리 매수·매도 문의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 주말부터 강남 재건축 대표 단지들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다. 지난 20일 전용면적 76.5㎡가 20억원에 나왔다. 대책 직전 시세 대비 최대 2억원가량 떨어진 금액이다.


지난달에는 같은 면적이 21억1500만~21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인근의 공인중개사는 “20억원에 매물을 내놓은 손님은 강남권에 다른 집도 여러 채 보유하고 있다. 이 가격에 팔리면 팔고 안 팔리면 그냥 가져가겠다고 하더라”라며 “인허가 연기 등 재건축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정리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호가를 2억원 낮춘 매물이 등장했다. 전용 84.6㎡가 22억원에 나왔는데 호가(24억원) 대비 최고 2억원, 지난달 실거래가 대비 5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근처 공인중개사는 “불과 4~5년 전에 10억원 하던 매물 가격이 2배 이상으로 뛰니까 당초 기대보다 시세차익을 얻은 사람들이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추진 단지 외 일반아파트는 호가가 크게 떨어지진 않고 있다. 재건축을 위해 이주를 마치고 내년 초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1단지 조합입주권은 5000만원 빠진 데 반해 근처에 있지만 입주가 모두 끝난 새 아파트인 래미안블레스티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는 가격 변동이 전혀 없다.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대책에서 대출규제를 강하게 했기 때문에 나타난 차이”라며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아 전세보증금으로 집값을 충당할 수 있는 새 아파트는 집주인들이 버틸 수 있지만 대체로 전세가율은 낮고 대출 비중이 높은 재건축 추진 단지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은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대책 이후에 호가를 올리는 곳도 일부 있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이날 호가를 5000만원 올려 17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규제가 나와도 집값이 다시 오르기를 반복하니까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 매도자들은 호가를 마음대로 부른다”며 “사실상 시장을 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급등 후유증과 집중규제 여파로 재건축 가격이 먼저 빠지는 것이지만 워낙 저금리인 상황이라 전반적으로 조정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최대 6개월간 관망세가 이어지고 내년 총선을 지나 봐야 향후 집값 추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https://news.v.daum.net/v/201912232256335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