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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1인가구, 비즈니스 개념을 바꾼다

천사요정 2017. 12. 19. 18:06
 
 

2015년 5월 대한민국. 네집 건너 한집은 1인가구다. 1인가구는 이미 가구 유형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10년 뒤엔 싱글족 가구의 비율이 30%를 넘어선다. 학자들은 대가족, 핵가족에 이어 ‘제3의 가족’으로 불리는 1인가구 시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급속한 1인가구 증가 추세는 인구 고령화나 저출산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 청년층의 고용 불안과 그에 따른 비혼 증가 등 경제 여건 악화도 1인가구 증가를 부추긴다.

1인가구는 2인 이상 가구와 소비 형태가 다르다. 그러다보니 비즈니스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산업사회의 공식이 깨지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는 것이다. 1인가구가 몰고 온 새 패러다임은 국내 산업의 지형도를 바꿔가며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식품·주거·가전·음식점 등 소비시장 전반에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소용량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1인가구 500만 시대, 이들이 구축한 ‘솔로 이코노미’를 파헤쳐본다. _편집자



27%인 싱글족 비율 10년 뒤엔 31%로…
소비 패턴 변화로 경제 환경도 급변할 듯

1인가구, 이른바 ‘나 홀로 가족’이 보편화하고 있다. 이미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었다.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니다.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쪽에서는 나 홀로 가구가 소비를 늘릴 것으로 예측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저출산을 심화해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해칠 것을 우려한다. 어느 쪽이든 가구 구성의 변화는 소비생활의 변화를 수반한다. 결국 비즈니스 방식도 변하고 정부 정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청년실업 증가로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이혼율이 올라가면서 1인가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2월 한 누리꾼의 제안으로 서울 여의도 문화공원에 모인 ‘솔로대첩’ 행사 참가자 중 한 남녀 커플이 껴안고 있다. 한겨레 김정효 기자

김연기 부편집장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문과 방송을 보면 ‘나 홀로 가족’에 대한 기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주목할 것은 1인가구의 증가 속도다. 최근 7~8년 동안의 증가세가 무서울 정도다.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등 사회·인구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다.

1인가구의 성격도 다 같지 않다. 취업준비생이나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반면 높은 소득을 올리면서 혼자 생활을 즐기는 층도 적지 않다. 양쪽 모두 싱글족이지만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판이하게 다르다.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활성화하기도 하지만 경제성장의 동력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단기적으로 호재일 수 있지만 거꾸로 어두운 미래의 그림자일 수도 있다.

1인가구는 이미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1980년 4.8%였던 1인가구 비율은 2012년 25.3%까지 치솟았다. 2인가구나 3인가구보다 많다. 통계청은 1인가구 비율이 2015년 27.1%(488만4천가구)에 이르고, 2025년 31.3%(685만2천가구), 2035년 34.3%(762만8천가구)를 점유할 것으로 추계했다.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되는 20년 뒤엔 세집 중 한집이 1인가구인 셈이다.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은 복지제도가 발달해 혼자 사는 것이 편리한 북유럽 국가 스웨덴(47%)과 노르웨이(4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국(26.7%)과 일본(31.4%)에 근접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한국의 1인가구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1인가구 비율이 17.1%(1970년)에서 26.7%(2012년)로 9.6%포인트 높아지는 데 42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국은 35년 만에 무려 22.3%포인트가 뛰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한국 사회에서 1인가구 증가는 이미 장기적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1인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사회적 가치관의 변화로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이혼율이 올라가면서 독신생활자가 늘어나는 것이 주 원인이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도 1인가구 증가를 부추긴다. 여기에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과 경제활동 증가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가운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를 제외하고 나머지 세 요인은 그다지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1인가구가 사회적 취약계층임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20~30대 독신자 증가는 청년실업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청년실업자는 직장이 없어 결혼할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이혼과 사별로 혼자 남게 된 사람들 역시 경제적 약자일 가능성이 높다. 가정 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지출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생활 수준은 이전만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늦은 결혼, 여성 경제활동, 이혼, 고령화…

반면 소득 수준이 높은 독신 여성이나 결혼 시기를 놓쳐 혼자 사는 20~30대는 성격이 다르다. 당당하게 싱글을 즐기는 계층이다. 이들은 특히 2인 또는 3인 가구, 취약계층에 속하는 1인가구에 비해 소비 수준이 높다. 혼자 사는 만큼 취미생활이나 자기계발, 그리고 사회적 관계 유지에 많은 비용을 쓴다. ‘솔로 이코노미의 성장과 금융산업’이라는 보고서를 펴낸 서정주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이제 혼자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어 더 이상 그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대는 지났다”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소비하고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싱글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1인가구는 단순한 사회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경제·사회·정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집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소비의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산업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정주 연구원은 “홀로 사는 사람의 소비 규모나 패턴은 2인 이상 가구에 속한 사람과 다를 수밖에 없다”며 “1인가구의 증가는 국내 소비시장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 또는 ‘싱글슈머’(Single+Consumer) 같은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이다.

  
▲ 1인가구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 둔화를 상쇄하고 전체 소비 진작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일본 도쿄 거리를 한 남성이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솔로 이코노미는 2012년 미국 뉴욕대학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고잉 솔로>(Going Solo)라는 책을 펴내면서 처음 등장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이 책에서 “2010년 미국 성인 싱글의 1인당 연평균 소비액이 3만4천달러로 무자녀 및 유자녀 가족 부부의 1인당 소비액보다 높다”며 “고소득 싱글족이 증가하면서 이들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득과 소비 수준이 높은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미국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30대 이하 젊은 싱글족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쉽게 받아들이고 소비 또한 높다”며 “젊은 싱글족은 소비시장에서 질적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2015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솔로 이코노미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무엇보다 1인가구의 소비지출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1인가구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4년 5.3%에서 2014년 10.2%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1인가구의 소비지출 규모는 120조원으로 전체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9%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1인가구의 증가가 전체 가계소비 규모의 확대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LG경제연구원이 2014년 내놓은 ‘1인가구 증가 소비지형도 바꾼다’라는 보고서를 보면, 1인가구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소비 둔화를 상쇄하고 전체 소비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과 견줘 2020년 가구 구성 변화에 따른 소비 변화를 추정해보면 고령화 효과가 소비를 1.6%가량 낮추는 반면 1인가구의 증가가 전체 소비를 3.1%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됐다.

  
 

1인당 소비, 싱글족이 2인가구보다 8% 많다

우리와 비슷한 인구 구조와 가구 구성의 변화를 경험한 일본도 1인가구 증가가 소비 증가를 이끌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2010년 일본의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증대 효과는 2.7%로 추정됐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주택, 생활용품 등 2인 이상 가구에서는 공유할 수 있는 품목을 1인 가구는 개별적으로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1인가구의 증가는 전체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1인가구는 2인가구와 견줘 1인당 소비지출이 더 많다. LG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토대로 1인가구와 자녀가 없는 같은 연령대 2인가구의 소비 규모를 비교한 결과, 1인가구의 소비는 2인가구의 1인당 소비보다 8% 높았다. 특히 30대 이하 싱글족은 같은 연령대의 2인가구보다 15% 이상 더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1인가구는 주거비 등 필수 소비지출 비중이 높다보니 경기둔화기에도 평균소비성향(가처분소득 중 실제 소비로 지출되는 금액의 비율)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소비산업의 경우 1인가구의 가구별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1인가구의 소비 규모가 커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차피 자신의 소득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거비 등 기본 생활에 필요한 고정비 지출이 많은 것도 일정하게 소비를 제약한다. 실제 싱글족은 자가나 전세보다 월세로 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주거비 부담이 2인 또는 3인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그뿐 아니다. 2인 이상 가구는 대량 구매에 따른 비용 절감 등 효율적 소비가 가능하지만 1인가구는 이러한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1인가구의 평균소비성향이 높은 것은 고정비 지출 증가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개인적으로 왕성한 소비를 하는 싱글족은 소득이 높은 계층에 한정돼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1인가구의 증가는 전체 소비 규모의 증가보다 소비지출 형태의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4인 가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 지출이다. 1인가구 증가는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교육비 지출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자동차 구입이 줄고 문화 생활비가 늘어나는 것도 새로운 변화다. 혼자 살기 때문에 굳이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계층이 늘어나는 것이다. 실제 자동차를 구입하는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가족이다. 알뜰한 싱글족이라면 자동차가 없는 편이 훨씬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오락·문화·주택·방범 등 서비스업 활성화

1인가구 급증은 산업별 소비구조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 한정민 연구원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용서비스업, 오락·문화산업, 통신서비스업의 성장이 예상되고 고령층에서는 보건·의료 서비스업, 복지시설 산업의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밖에 전반적으로 가공식품 및 외식 산업과 여성과 노인을 위한 방범·치안 서비스업의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은 1인가구 증가로 성장세가 기대되는 품목으로 주택 유지 및 수선, 곡물, 신선식품, 의약품, 화훼 및 애완동물, 병원서비스, 육상운송 등을 꼽았다. 반면 침체가 예상되는 품목은 교육, 출산 관련 서비스, 유아용품, 고칼로리식품, 자동차 등이다. 주택 유지 및 수선은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 확대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품목이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주택을 자가 소유하는 경향이 있고 노후 주택의 수리에 돈을 많이 쓴다”며 “2012년에 견줘 2020년 관련 소비 증가 효과는 21%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출산, 유아용품 등은 2012년과 비교했을 때 2020년 소비 감소 효과가 10%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소비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기업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지속된 대형 아파트 공급 과잉은 1인가구 증가 추세에 대응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고가영 선임연구원은 “아파트 공급이 중대형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등 평형별 주택 수급의 차질이 현재까지 지속된다”며 “장기적으로도 1인가구화에 따른 소형 주택 수요가 계속 늘어날 여지가 큰 만큼 소형 주택, 셰어하우스 등 주택시장에서 공급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인가구의 증가가 장기적으로는 소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인가구 증가는 결국 만혼과 고령화의 영향인 탓이 크다. 이는 다시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미래의 소비 여력을 줄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질적 구성도 중요하다. 사회적 약자층에 속하는 많은 1인가구는 활발한 소비 활동의 주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싱글족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본 지출이 많아질 뿐 생활 수준은 2~4인 가구에 못 미친다. 서정주 연구원은 “2030년에는 고령화가 소비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욱 커지면서 전체 소비가 0.9%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장기적인 소비 둔화를 극복하기 위한 수요 확충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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