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부동산

집값 시장에 맡기라 보도에 “미친” 일갈한 한겨레 기자

천사요정 2019. 12. 28. 02:15

곽정수 논설위원, 시장경제 파괴하는 위헌 정책이라는 보수언론에 “헌법 제대로 읽었나” 비판



한겨레가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을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이자 정치적 선동이고 경제 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 한다고 주장한 보수언론들을 향해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내놨다.



▲ 지난 17일자 한국경제 1면.

정부는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15억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신규 대출은 전면 제한되고, 보유세는 인상된다. 9억원 이상 주택은 9억 초과분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20%로 강화된다.

전세자금대출 심사도 강화된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세입자가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거나,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회수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은 27일 칼럼 “[아침햇발] ‘미친 집값’ 시장 자율에 맡기라는 ‘미친 언론’”에서 “보수언론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두고 거친 공격을 하고 있다”며 칼럼 취지를 밝혔다.


▲ 27일자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 27일자 곽정수 한겨레 논설위원 칼럼.

곽 논설위원은 △국가가 국민이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헌법 35조3항)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 분배 등을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헌법 119조2항) 등 헌법의 개념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문화일보, 한국경제 등을 비판했다.

그는 “이낙연 총리도 쓴소리를 했다. ‘돈 있는 사람이 특별한 노동을 하지 않고 돈을 많이 벌고, 그로 인해 절대다수의 국민이 상실감을 느끼고 있는데, 금융기관이 돈까지 빌려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썼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발표된 다음 날 17일자 신문에서 보수언론들은 정부를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국경제, 문화일보 등은 경제 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과 국민일보, 세계일보는 방향성이 모호한 것 같다며 좀더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집값 잡을 부동산 대책이 되길 바란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가 비판 수위가 가장 높았다. 중앙일보는 지난 17일 사설 “돈키호테 따로 없는 18번째 부동산 시장 대책”에서 “시장을 역주행하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정치적 선동이고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보유세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거래세를 낮춰 출구를 마련하라. 공급을 늘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 돈키호테 따로 없는 18번째 부동산 시장 대책
12·16 대책을 보면 돈키호테가 따로 없다. 분양가 상한제를 수도권 322개 동으로 확대하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와 함께 아파트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0%로 대폭 강화하는 방향이다. 또 9억원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현행 40%에서 20%로 축소한다. 1주택자의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도 강화된다. 그러면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청와대 고위직에 “수도권에서 집 한 채를 제외한 나머지를 처분하라”고 권고했다.
 
이런 대책으로 집값이 잡히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강도 규제가 더해지면서 다주택자로부터 일부 매물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시장 원리를 거슬러서는 백약이 무효인 현실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 앞서 17차례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장이 어떻게 됐는지만 돌아보면 왜 문제인지 알 수 있다. 융단폭격처럼 쏟아낸 금융·분양·세금 규제가 거듭될 때마다 공급 위축 심리가 확산하면서 시장에 집값이 오를 거라는 시그널만 줬다. 현 정부 출범 당시 6억635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지난달 8억8014만원으로 45% 뛰었다. 내년에 3기 신도시 토지보상비 40조원이 풀리면 서울 아파트값 뜀박질은 더 탄력받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서울 집값 폭등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집값 폭등을 바라보는 지방 거주자와 무주택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급 없는 부동산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주택도 오래 되면 낡아서 새 집 수요는 끊이지 않고, 주거 조건이 좋은 곳으로 옮기려는 이사 수요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상식과 본능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정책 기조는 오직 “집을 팔라”고 압박하는 일방통행이다. 그제는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으로 가세했다. 박 시장은 페이스북에 “나에게 집값 잡을 권한을 제발 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5년간 임대료 동결’ 정책을 도입한 베를린의 사례까지 거론했는데 서울 최고 번화가 신사동의 공실률이 18%로 치솟은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런 말이 나올 수 없다.
 
시장을 역주행하는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발상은 실현 가능하지도 않은 정치적 선동이고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결국 지금까지 정부 대책이 추가될 때마다 집값에 기름을 붓는 결과만 초래했을 뿐 아닌가. 비이성적 시장 역주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부동산을 경제논리에 맡겨 시장의 흐름대로 가게 놔둬야 한다. 급격히 올리고 있는 보유세는 인상 속도를 조절하라.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거래세를 낮춰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 무엇보다 공급을 늘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취약계층의 주거는 이명박 정부 때 효과를 거뒀던 보금자리 주택 같은 공공주택을 늘려 해결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시장에 맡겨라. 그것만이 집값 폭등을 멈추고 시장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출처: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658598


▲ 지난 17일자 중앙일보 사설.



한국경제도 18일 사설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교훈, 정부는 끝내 외면할 건가”에서 “동서고금을 통틀어 시장과 맞선 정책이 성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썼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내년 총선을 엮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17일 사설에서 “융단폭격식 수단을 총망라해 쏟아놓다 보니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일시적 효과를 낼 수는 있다”면서도 “총선까지는 ‘집값 안정’ 등의 시늉을 할지 몰라도, 총선 이후에는 12·16 대책 여파로 서울 집값과 전셋값은 동반 폭등하고, 무주택 서민은 서울 밖으로 내몰리고, 고가 주택 보유자는 세금폭탄으로 소비심리가 더 위축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며 정부 정책을 내년 총선과 엮어 해석했다.



▲ 지난 17일자 문화일보 사설.
▲ 지난 17일자 문화일보 사설.



이에 대해 곽 논설위원은 “주택은 수요가 있다고 해서 무한정 공급을 늘릴 수 없다. 부동산 불패 신화까지 가세해 주택을 쇼핑하듯 사 모으는 다주택자도 활개 친다. 11채 이상 ‘집부자’만 4만명에 육박한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투기세력을 차단하지 않으면 공급을 늘려도 다주택자의 보유만 늘린다고 말했다. 공급만 늘리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에 맡기라는 것은 ‘미친 주장’이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곽 논설위원은 “경기부양을 위해 2014년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온 유럽도 집값 폭등으로 몸살 중이다.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의 집값은 40~50% 폭등했다. 임대료도 덩달아 천정부지다”라며 “급기야 베를린시는 향후 5년간 임대료를 동결하기로 했다. 12·16 대책을 뛰어넘는 파격 조처다. 한국 보수언론이 반시장적이라고 한다면 유럽인들은 뭐라고 할까?”라고 반문했다.

사설 끝에 곽 논설위원은 집값 안정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곽 논설위원은 “세계적으로도 과잉 유동성에 따른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우리는 가계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있다. 집값 급등·급락 모두 재앙”이라고 우려한 뒤 “개인 및 집단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목적으로 집값 불안을 부추기거나 정책을 흔드는 것은 ‘악마의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곽 논설위원은 27일 미디어오늘에 “정부 정책을 총선용이라고 쓴 기사가 오히려 총선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할 정도로 상식에 부합하지 않고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글들이 많았다. 청와대가 수도권 내에 2채 이상 집을 보유한 다주택 공직자들에게 1채만 남기고 팔자고 한 걸 두고 어떻게 총선용 정책이라고 할 수 있나. 논리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이런 일은 안 해서 욕을 먹는 것이지 한채만 남기고 정리하라는 게 어떤 점에서 문제인 것이냐. 오히려 그러한 논리를 펴서 비판하는 게 총선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정부도 일부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서울 강남구 집값이 40% 이상 오르고, 평당 1억씩 하는 집값을 정부가 막지 못했다. 처음 이 정부가 출범했을 때부터 시장이 불안했던 건 아니다. 보수언론에 빈틈을 만들어준 건 맞다. 그래도 기사는 올바른 방향으로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4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