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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계 빚 위험도 '보통→주의'로 높아져

천사요정 2019. 12. 29. 19:28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기업, 부채증가 속도 세계3위
37%는 영업익으로 이자 못내

올해 가계·기업 빚 위험도가 5년 만에 '주의' 단계로 올라설 게 확실시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빠르게 둔화하는 데 반해 민간(가계+기업) 부문 부채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29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한국의 신용갭(Credit-to-GDP gap)은 3.9%포인트다. 신용갭이란 1991년부터 현재까지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장기 추세에서 벗어났는지를 보는 부채 리스크 평가 지표다. 2%포인트 미만은 '보통', 2~10%포인트는 '주의', 10%포인트 초과는 '경보' 단계로 분류된다. 한국은 2014년(2.1%포인트) 이후 '주의'에서 벗어났으나 올해 재진입이 확정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1.2%포인트)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명목 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8.2%포인트 상승한 194.5%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민간신용 증가율 상승보다는 명목 GDP 증가율 둔화가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신용 증가율은 올해 1분기부터 6.0%→6.2%→5.9%로 증감 폭이 크지 않았던 반면 명목 GDP 증가율은 2.5%→1.9%→1.4%로 계속 떨어졌다.


민간신용은 작년부터 증가율이 안정적이지만 가계와 기업 간 움직임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가계신용은 지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8%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기업신용은 7.3% 확대됐다.


기업신용 증가율이 가계신용 증가율을 상회하는 현상은 올 들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이 꾸준히 늘고 회사채 발행 규모도 커졌다"며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 비중이 37.3%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 GDP 대비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BIS 통계를 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9.3%로 전 분기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상승 폭은 43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3위였다.

한은은 올해 설비 투자가 작년보다 7.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올해 기업이 돈을 빌려 주로 사용한 곳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임금·원자재비 등 운전 자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유섭 기자]

https://news.v.daum.net/v/20191229183903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