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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초 문닫는 지점 93개..은행들 '고난의 행군'

천사요정 2019. 12. 30. 00:20

[경향신문] ㆍ사라지는 은행 지점들

그래픽 | 엄희삼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연초에 지점(출장소 등 포함) 90여개를 폐쇄한다. 디지털금융 확산으로 오프라인 지점의 수요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수익 둔화까지 예상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금융 강화·수익 둔화 예상

국민 38곳 등 3개월간 93곳 폐쇄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 등 주요 6개 시중은행은 이달에 지점 27개를 폐쇄한 데 이어 내년 1월에 63개, 2월에 3개 등 3개월 사이에 총 93개 지점의 문을 닫는다. 국민은행은 다음달 20일 서울 10개, 경기 7개 등 전국적으로 38개 지점을 없앤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지점을 방문하는 개인과 기업 고객들이 줄고 있다”며 “지점 운영에 따른 비용을 아끼고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통폐합을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이달에만 17개 지점을 없앤 데 이어 다음달 서울 14개, 경기 4개 등 18개 지점을 폐쇄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공릉역지점 등 서울에서만 3개 지점을, 농협은행은 광주에서 1개 지점을 폐쇄한다. 신한은행은 내년 2월3일 복합점포 PWM센터 1개 등 지점 3개를 없앤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금융 활성화에 따라 지점 통폐합을 늘려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발간한 ‘2018년도 금융정보화 추진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국내 금융거래(입·출금 및 자금이체) 중 비대면 거래 비중은 91.2%에 달한 반면 은행 창구 거래는 8.8%에 불과했다. 지점도 매년 줄어들어 국내 18개 은행이 운영하는 영업점과 출장소는 지난해 말 총 6771개로 역대 최대인 2012년(7698개)에 비해 927개나 줄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관할지역 내 인구가 줄거나 정부기관, 기업 등이 빠져나가면 지점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들은 건물 임차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를 폐쇄하거나 인근 점포와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점 운영전략을 거점점포 중심으로 새롭게 짜는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문을 연 국민은행 서울서초동종합금융센터는 한 건물에서 모든 금융거래 업무를 볼 수 있는 형태의 대형 복합점포다. 1층엔 자동현금인출기(ATM), 공과금자동수납기 등이 있어 기본적인 금융업무를 볼 수 있다. 또 2층엔 상담 전용창구, 3층엔 PB센터와 증권업무 복합점포, 4층엔 자산관리자문센터 등이 들어섰다.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은 앞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 저금리 기조 유지와 강력한 대출규제, 수수료 수입 감소 등으로 은행권 영업환경이 올해보다 더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국내 은행 대출자산 성장률이 올해 5%대 중후반에서 내년 5%대 초중반으로 떨어지고 순이자마진(NIM)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협 370명·하나 300여명 ‘명퇴’

우리·신한·국민도 구조조정 계획

임차료·인건비 아끼려 ‘고육지책’


희망퇴직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농협은행에서는 31일 370명이 회사를 떠난다. 하나은행도 이날 300명 안팎의 직원들이 짐을 쌀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현재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다음달 희망퇴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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