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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금 쪼들려 빚더미 앉은 기업들

천사요정 2019. 12. 30. 23:11


시설투자 엄두 못 내는 상황.

GDP比 기업부채 100% 육박

부채 증가속도 43개국

중 3위 中기업들은 감소세…



대출로 연명하는 한국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증가폭이 전 세계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로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를 위한 민간투자는 제자리걸음인 가운데 당장 기업 운영자금이 없어 빚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다. 

29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말 한국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99.3%로 직전 분기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상승폭은 조사 대상인 43개국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1위는 싱가포르로 116.6%에서 119.5%로 2.9%포인트 상승했고, 칠레가 99.1%에서 101.3%로 뛰어 2.2%포인트 올랐다. 

GDP 대비 기업부채의 절대 수준을 보면 한국은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칠레 등의 개도국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분기 말 일본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01.6%로 1분기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중국은 155.5%에서 154.5%로 1.0%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기업부채 비율 자체는 높지 않으나, 증가 속도가 가파른 모습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기업 빚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는 인건비와 재료비 등 기업 운전자금을 위한 것이어서 경기침체 시 대출 뇌관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통계를 보면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2분기 4.0%에서 올해 2분기 7.4%로 올랐다. 반대로 설비투자와 관련이 깊은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10.3%에서 7.5%로 하락했다. 3분기(7∼9월)에는 운전자금 대출 증가율이 7.3%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시설자금은 6.5%까지 낮아지며, 운전자금 대출 증가세가 시설자금 증가세를 앞질렀다. 

기업들의 차입금이 늘어나면 기업 대출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고, 신용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막대한 규모의 글로벌 기업부채가 향후 금융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으며 신흥국 중에서는 한국, 브라질, 인도, 터키 은행이 부실 자산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한은 역시 지난 26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업신용은 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회사채 순발행도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재무건전성은 대내외 경영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하락하고 이자지급능력도 약화되는 등 저하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국내외 성장세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