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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농가 절반에 농민수당·농민 기본소득..'농촌 살리기' 나선 지방정부

천사요정 2020. 1. 4. 01:42

전남·북 '34만' 충남 '16만' 농가 등
새해 '농민수당' 전국으로 확산
충북·경남·제주·강원도 도입 추진
경기도선 보편적 '농민기본소득'
도농 양극화·지방 소멸 위기 반영
농민들 "중앙정부서도 나서야"


전남 강진군 농민들이 지난 11월11일 세계무역기구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농기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제공

새해에 전국 상당수 농가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진다. 중앙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사이, 지방정부가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에 주목해 사회적 보상에 나선 결과다. 갈수록 악화되는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방 소멸을 늦추기 위한 지방정부의 시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전국 59만여 농가에 농민수당 또는 농민기본소득이 지급된다. 전국 102만1천 농가(2018년 말 기준)의 57.7%로 절반이 넘는다. 농민수당은 개별 농민이 아니라 농가에 매달 일정액씩 지급되는 ‘수당’이다. 반면, 농민기본소득은 농가가 아니라 개별 농민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농민수당보다 보편성을 띤다.

우선, 전남도가 2일부터 오는 22일까지 도내 농어민 24만3천여 가구를 대상으로 농어민 공익수당 지급 신청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전북(10만2천여 농가), 충남(16만5천여 농가), 경북 청송군(6천여 농가)이 농민수당 지급에 나선다. 액수는 매달 5만원씩 연간 60만원 안팎으로 지급된다. 지급 대상은 1천㎡ 이상 농지를 경영 또는 경작하거나 농업 판매액이 연 120만원 이상, 연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등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농어업경영체로 등록된 농가다. 여기에는 농업과 축산업, 임업, 원예에 종사하는 모든 농민이 포함된다. 지난해 전남 해남군이 농민수당으로 연간 60만원, 경북 봉화군이 농업인경영안정자금으로 연간 50만원을 지급하던 농민수당이 새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농민기본소득도 새해부터 시작된다. 경기도가 대표적이다. 도는 올 하반기부터 농민기본소득 시행에 나선다. 농민수당이 농지 경작 등의 특정 조건을 충족한 농가에 지급하는 것과 달리 농민기본소득은 보편성과 개별성·무조건성을 지향한다. 농어업경영체 등록 농민 외에도 3년 이상 실제 농어업에 종사하거나 장기영농 뒤 은퇴한 농민 등이 모두 포함된다. 지급 단위는 농가가 아닌 농민이며 1명당 연간 60만원씩 똑같이 지원된다. 부부가 농사를 짓는다면 부부 모두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올해 참여를 희망하는 시·군에서 시작하되 3년 안에 전체 43만여 농가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경기도의 계획이다. 경기도에선 지방소멸지수가 높은 읍·면·동 가운데 1곳을 시범 선정해서 해당 지역 주민 전체(3천~5천여명)에게 1명당 연간 50만원씩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실험도 올해 벌일 방침이다.



충북도와 경남도, 제주도 등 3곳은 주민들이 직접 농민수당 조례안을 발의 중이고, 강원도는 올해 농민수당을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 농민수당 등에 투입되는 지방정부의 예산은 모두 3505억원으로 전액 지역화폐로 지급된다. 농민수당이 해당 지역 동네상권을 되살리는 ‘밑불’이 될 것으로 지방정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각 지역이 앞다퉈 농민수당 도입 등에 나서는 것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국내 농산물시장을 개방한 데 이어 최근 정부가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하면서 농촌과 농민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농수산물시장 개방 뒤 도농 간 소득 격차는 커졌다. 농가소득은 1995년 도시노동자 가구 소득의 95.7%에서 2017년 64.1%로 22년간 31.6%포인트가 줄었다. 농촌 내 양극화도 심화됐다. 같은 기간 농가소득 5분위와 1분위의 배율은 9.6배에서 11.5배로 늘었다.

농민들은 농민수당 도입을 반기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의장은 “지방정부들이 농민수당 도입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만하나, 소득보전 차원의 수당이 아니라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존중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용덕 안관옥 박임근 송인걸 김일우 기자 ydhong@hani.co.kr

https://news.v.daum.net/v/20200103215601267